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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윌순이의 하루 2016년 이때 즈음에 글을 올리고 지금 다시 글을 올리니 거의 만 3년 만이다. 그동안 산을 넘어 이사를 했고, 강아지와 고양이와 사느라 좀 바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또 어찌보면 게으른 탓이지 별일 없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는... #남해 #시골생활 #고양이 #cat #catstagram 더보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제 들은 이야기다. 이제 나이가 들어 아이들 결혼해서 며느리를 맞았는데 그리 예뻐하지도 그리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하다가 친정 엄마를 불러 외식도 하고, 하하호호 하는 것을 보면 미워하는 감정이 솟구친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된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는 될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아 둔 돈으로 새 아파트도 장만해주고, 가끔 반찬도 해줬다. 며느리가 가끔 불러서 '어머니, 이거 먹으러 가요' '저거 먹으러 가요' 하면서 부른다. "야, 그 돈이면 반찬을 해서 몇 주일은 먹을 수 있는데..."이런 잔소리를 하면서 아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또 먹는 것도 짧다. 고기, 생선류는 먹지 않고 오로지 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만 먹는다. 그렇다 보니 외식한다며 모시고 가면 '그 돈이면 반찬을 해서 몇.. 더보기
봄날 여유 - 고양이를 만나다 봄날 따뜻한 여유를 보냅니다. 남쪽은 봄이 빠른 것 같습니다. 매화꽃은 이미 지고 새 잎이 돋아나고 산속에 여기 저기 꽃들이 탐스럽습니다. 지난 주에는 벚꽃이 한창이었습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세월 흐르는 줄 모르고 산지 1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안 사실입니다. 꼭 식목일이라서 그런것은 아니지만 휑한 집앞에 작은 화단을 만들 궁리를 하다가 인터넷에 큰 화분을 찾아보았더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냥 데크용 방부목으로 화단을 짜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붙이고, 화단 만드는 과정은 따로 올리겠지만 오늘 이야기는 '고양이'입니다. 새끼 낳을 때 된 고양이가 언제가 출산일인지 모릅니다. 출산일이 다가오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다닌다는데 워낙에 동네 여기저.. 더보기
향을 사르며 작은 그릇에 쌀을 담고 향을 꽂았다. 향은 그 냄새가 생명이다. 그 자신은 향내가 생명이지만, 나는 향을 피우는 그 자체를 즐긴다. 물론, 향내를 목적으로 향을 피우지만 향을 반듯하게 꽂는 내 마음에 집중한다. 거실에, 화장실에, 부엌에 하나씩 향을 피운다. 하루에 세개의 향을 피우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더보기
인도아저씨~ 갈때 라면 몇 개 가져가세요 인도의 고승같은 모습으로 찻집에 앉았다. 손에 쥔 노란 고무줄은 인도에서 주로 입는 헐렁한 바지 허리춤에 넣을 건데 한국오면서 끊어졌다. 옷핀과 노란 고무줄을 구했건만 아침부터 내내 잘 넣어지지 않는다. 노란 고무줄 끝을 말아서 옷핀으로 찔러서 겨우 밀어 넣었는데, 중간에 가서는 옷핀과 노란고무줄이 툭 끊어지는 바람에 또 찔러 넣고, 또 끊어지고, 계속 반복하고 있다. "몇 번 끊어지면 계속 고무줄 끝에 찔러서 넣지 말고 고무줄을 옷핀에 묶어서 넣어봐요~ " 그제서야 씩~ 한 번 웃고는 좋은 생각이라는 모양으로 옷핀에 가늘게 묶는데 열중이다. 인도갈때 가방에 뭘 넣어가고 싶고, 뭘 가져가면 함께 사는 공동체 식구들이 좋아할 것 같냐고 슬쩍 물었더니, 인도갈때 작은 가방에 라면 몇 개, 스팸 몇 캔, 마른.. 더보기
다시 시작하는 마음 시간은 우리곁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어릴 때 가졌던 온 세상의 의미에 대해서 나이들어 가면서 다르게 해석하게 됩니다. 고속도로위에 몸이 있습니다. 길이 곧게 뻗어 있습니다. 안개가 깊어집니다. 높은 다리와 터널로 이어지는 곧은 길입니다. 저 깊은 교각을 휘감아 올라 터널앞에까지 퍼집니다. 미니갤러리 오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슨 큰 행사라도 치루듯이 일정을 잡아놓고는 이리 저리 분주합니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것은 우리들끼지 마음놓고 만나는 자리라고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책도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새로 나온 책들도 많고, 의미 있는 책들도 많습니다. 책도 열심히 읽어 리뷰도 써야 하고, 이곳 저곳 다니는 곳도 정리해서 글도 써야하고, 나름 할일이 많습니다. 하나 하나 새롭게 시.. 더보기
붓다의 분반좌 붓다가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한 곳 - 삼처전심(三處傳心) 붓다가 다자탑에서 설법할 때 법회에 늦게 온 마하가섭이라는 제자에게 앉아있던 자리의 절반을 내어주며 함께 앉게 합니다. 이것을 붓다가 마하가섭에게 마음을 전한 다자탑전 분반좌(多子塔前 分半座)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심전심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염화미소(拈華微笑)가 있습니다. 붓다가 영축산에서 연꽃을 들어 보일때 아무도 그 영문을 몰랐으나 마하가섭만이 마음으로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어 응답한 것이 두번째 마음을 전한 이야기입니다. 붓다가 쿠시나가르의 두그루 사라나무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임종의 시기를 놓쳐 마하가섭이 늦게 도착했을때 관속의 두 발을 밖으로 내 보입니다. 인도의 문화에서 관을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다비를 위해 쌓아놓은 장작나무 사.. 더보기
여명 여명 나는 여명이라는 말이 해질녘 어슴푸레한 어둠을 말하는 줄 알았다. 하루 해를 정리하고 남은 조금의 빛이라는 어설픈 한자풀이식 이해였다. 사전을 검색해보면 완전 다른 뜻이다. 어둠이 끝나고 새벽의 빛이 밝아오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세상일 모든것을 아는 체하며 살아가다가 나를 멈춰세운다. 기성세대가 된것처럼 몸은 이미 느려지고 생각은 따라가지 못하고 그런 나를 번쩍 돌아보게 만드는게 좋다. 여명~ 어제 아침 길위에서 그 빛을 담았다. 더보기
카페에서 하루종일 법륜스님의 100강 연속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전에서 시작한 100강이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드립니다.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마치는 날을 그리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것도 설레기도 하지만 스님의 건강도 염려됩니다. 대전에서 1강 마치고 1층 카페를 작업공간으로 쓰고 있습니다. 전국을 종횡무진할 우리들 건강도 염려됩니다. 조심 조심, 그러나 활기를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더보기
눈물의 작가 - 이문선,박영숙 부부작가 한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미니갤러리 다섯 번째 오프닝이 있었다. 와 이 공동주최한 행사였다.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이며, 휴심정 운영자인 조현 기자님이 참석해주셔서 좋은 말씀 해주셨다. 오늘 준비한 음식가운데 샌드위치는 칼라가 변화무쌍하다. 예쁘다. 사진작가 이문선님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눈물은 진실된 자아를 만나는 통로'라고 말했다. 눈물 / 이문선 태어나서 울었다. 배고파서 울었다. 짝 만나서 울었다. 부모 없어 울었다. 미국에서 태평양 바다 보고 고향생각에 엉엉 울었다.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정하다 기뻐서 엉엉 울었다. 이집트 홍해바다 산호초 건들다가 막막해서 엉엉 울었다. 첫 여자 첫 경험에 소리 없이 따라 울었다. 두 여자 화살촉 피하려다 당황해서 울었다. 주식에 돈 날.. 더보기
캄보디아 최고미녀, 한국에 오다? 캄보디아JTS에서 활동하던 주선씨가 잠시 귀국했다. 항상 밝은 모습이다. 캄보디아에 가보니 자신이 최고미인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국제구호개발활동을 진행하는 JTS의 활동가들이 가끔 들어오면 공동체에 활력이 생긴다. 몸도 마음도 잘 쉬고, 또 우리들에게도 그 에너지를 나눠주고 갔으면 좋겠다. 언제 시간내서 밥이라도 한끼 하면서 긴 이야기 들어야겠다. 더보기
스마트하게 마음챙기기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유비쿼터스~ 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때, 노트북에 무선인터넷이 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시대는 노트북으로 무선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만드는 wifi또는 T-login 같은 제품들이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다시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개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좋은 전화기의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문화가 있습니다. 소통의 방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항상 끼고 다니듯이, 이제 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몸에 붙여서 '소통'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바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위 사진처럼 많은 사람들이 길을.. 더보기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주 어렸을때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지금도 그 기억에 얹혀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하지만 우리들 내면의 울림은 얼마나 있을까? 우리들의 진정한 바램이고 소원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상대방이 나의 간절함을 알고 스스로 바뀌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노래처럼 불러대지만 내 안에서 변화를 꿈꾸지는 않는 것 같다. '통일'이 진정한 '꿈'이고 '소원'인 사람들은 헤어진 가족을 둔 절절한 사라들 외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입으로 부르는 노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데, 행동으로 보여주는 많은 것에서 발견할 수가 없다. 정부의 '통일에 대한 의지'와 '통일에 대한 노력'은 어떤가? '헤어진 가족'이 없는 일상의 우리들은 어떤가? 지금 나의 내면에 '통.. 더보기
가을 밤 빛에 물들다 조용한 일요일입니다. 가을이 오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에 가을인가 했는데 때아닌 폭염으로 가을이 왔건만 가을을 찾지 못했는데 오늘 밤하늘은 바람까지 냄새가 다릅니다. 하루종일 햇살이 부서지듯 사뿐히 내리더니 어둠이 가을 추수하듯 모두 걷어갔습니다. 도시의 불빛때문인지, 어둠이 모두 땅으로 내려앉은 까닭인지 밤하늘은 깜깜하지 않고, 파란색 그대로입니다. 아마도 낮에 부서진 햇살과 함께 있다가 어둠만 내려보내고 그대로 남아 있어서인가 봅니다. 바람이 찹니다. 내일이면 짧은 티셔츠로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더보기
가을낙엽과 이대통령의 호통 가을 / 최승자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니다 내 문간에 낙옆 한 잎 떨어뜨립디다 가을입디다 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 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칩디다 가을이다, 가을이다 했는데 오늘 문득 새벽예불마치고 뒷뜰에 떨어진 낙엽들을 보며 실감했습니다. 최승자시인의 이라는 시가 문득 떠 오르더군요. 가을은 가을인데, 이상기온이라 갑자기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은근히 덥습니다. 한전은 이런 정황을 파악하지도 못한채 정전을 시키는 일을 내고 이대통령은 한전을 찾아 관계자들을 호통치는 것이 신문가득 지면을 차지했습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에는 거의 가감없이 호통치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실었더군요. 이대통령이 국민들 대신 후련하게 호통치는 것 같아 시원하기도 .. 더보기
공동체식사 : 두부 김말이 오늘 공동체의 식사당번 날입니다. 어떤 음식을 준비할까?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거리일겁니다.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두부는 공동체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그냥 두부를 구워내기에는 밋밋하고 심심한것 같아 김을 잘라서 두부에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하얀 두부에 까만 김이 예쁘고 고급스럽게 감겼지만 살짝 구워낸다는 것이 김이 좀 흐트려지더라구요. 그래도 예쁘게 담아냈습니다. 먹는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바램일겁니다. 더보기
마당에 엎질러져 있는 가을 빛 이 사진은 추석날 아침에 찍은 사진입니다. 작은 책방의 모습과 색깔이 가을입니다. 가끔 시를 문자로 보내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오늘 가을을 보내주셨더라구요. 마당에 생금물처럼 엎질러져있는 초가을 햇빛 그 속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그대 사랑할 때처럼 혈관속이 훤하게 밝아오겠네 - 이외수-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어~ 봄이 남자의 계절 아니었던가?'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길거리에 부서지는 햇살에도 마음을 쓰고 마지막 초록의 몸부림을 보면서도 함께 마음을 얹어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더보기
광화문 세종대왕앞의 아주머니 10월 3일은 개천절입니다. 우리민족이 열린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추석연휴가 끝나는 날, 보자기에 매직으로 글을 썼습니다. "오늘부터 3.7일 기도를 시작해야, 10월 3일 개천절에 회향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을 만나자 마자 보자기를 꺼내더니 현수막이라며 펼쳤습니다. 그리고는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오늘 아침, 북한 아이들도 밥은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연휴라 현수막 만드는데 문을 닫아서 그렇다는 말씀은 안하고 "내가 아줌마라서 보자기가 더 어울리는기라" 그러면서 광화문에서 세종대왕앞에서 기도를 시작했다며 설명을 하십니다. 지난 연말 눈발이 세차게 휘날리던 엄동설한에 세종대왕옆에서 엎드려 절을 하더니 이제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문턱에서 다시 엎드려 절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안보니까 모른다고 .. 더보기
가을을 부르는 담쟁이 봄인가 여름인가 실낱같은 줄기를 뻗어 올리더니 공동체숙소 방충망을 덮었습니다. 한여름에는 바람이라도 막는 것 같아 걷어치울까 싶기도 했지만 파란 이파리들을 도심에서 볼 수 있다는 위안으로 그냥 두었던 겁니다.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붑니다. 조금 더 있으면 파란 이파리들은 붉은 색으로 바뀌고 다시 겨울이 되면 떨어지겠지요. 가고 옴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그렇게 우리곁에 왔다가 가고 다시 오겠지요. 아침 발우공양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을때 눈에 먼저 띄는게 담쟁이 이파리들입니다. 책을 읽으면 작가의 마음이 되어 글을 읽고, 옳고 그름을 떠나 그 마음에 충분히 공감해 보려고 합니다.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봐도 배우들이 한 마디 한 마디 읊는 대사에 귀기울여 봅니다.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배경음.. 더보기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 항상 그 곳에 가면 그 사람이 있다? 이곳은 가은입니다. 문경석탄박물관이 있고, 가은역이 있고, 5일마다 가은전통장이 서는 곳입니다. 석탄을 많이 쓸때에는 이곳에는 사람도 돈도 많은 그런 곳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하지만, 요즘은 드라마촬영때문에 가끔 사람들이 찾아들 온다고 합니다. 문경의 정토수련원을 가려면 이 곳을 거쳐갑니다. 문경정토수련원 갈 때에는 '문경에 간다'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가은'이라는 이름이 예뻐 '가은 간다'라고 합니다. 터미널과 가은성당 사이에 가은교회가 있는데, 그 앞에 이 호떡집이 있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 들러서 인사도 합니다. 아주머니께서 일요일에는 교회를 가시기 때문에 문을 열지 않습니다. 가끔 평일에 내려갈 일이 있으면 인사차 들러기도 합니다... 더보기
스밈과 번짐 커다란 비이커에 물을 담았습니다. 물이라는 것이 무색 무취라 있으면서도 그 모양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있으되 그 모양이 드러나지 않아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나 분명 존재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렸습니다. 한 방울의 잉크가 물속에서 조용히 내려 앉으며 스며드는 모양이 장관입니다. 소리없이 번지는 모양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말없이, 퍼져나가는 그 모양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여기 보라'고 소리라도 지를 듯이, 그들이 퍼져나가는 것은 번짐 그 자체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칭찬받으면 우쭐하고, 비난 받으면 기분나빠하는 것이 범부중생의 삶입니다. 세상의 변화에는 큰 힘이 존재하는 것 같지 않습니.. 더보기
침묵으로 소리를 울리는 범종처럼 추석연휴로 술렁이던 도시는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도심속의 법당에서 울려퍼지는 저녁예불의 염불소리는 침묵 그 자체입니다. 묵직한 범종의 검은 색 사이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울리던 종소리는 노란 구릿빛으로 닳아 있습니다. 오늘 하루, 순간 순간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습니까? 발이 앞으로 나가면 나가는 줄을 알고, 손이 얼굴을 만지면 들어올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습니까? 코끝에 들고 나는 숨소리에 얼마나 깨어 있었습니까? 나무를 들고, 자르고, 망치질 할 때 그 순간 순간의 동작에 깨어 있었습니까? 땀을 닦고, 물 한 잔 들이킬때 입안에서 맴돌고, 목을 타고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었습니까? 침묵으로 묵직하게 종틀에 들려있는 법당의 종처럼 내 삶도 그렇게 묵직하게 살고 있습니까? 그 본래의 색깔을 조용히 드러내듯.. 더보기
황해의 일몰직전 황해의 일몰은 서럽다. 그 빛깔이 어둠의 신성을 향해 치닫고 내 마음도 함께 도둑맞는듯 하다. A : See Details(Google Map) 더보기
세상에서 제일 큰 잔~? 예술의 전당 근처에는 분위기 좋은 음식점과 카페들이 많다. 그 가운데 국립국악원 맞은편 골목으로 내려오면 악기점과 더불어 작은 음식점과 카페들이 있다. 일본식라멘을 파는 곳이 있어 예쁜 문을 잡았더니 닫혔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바로 붙어 있는 작은 카페~ CAFE in the same place 가 보인다. 일요일 오후의 한가로움을 동네 골목길에서 발견했다. 오래 살았다고 하지만 골목 구석구석 산책하듯 다녀 본 기억이 없다. 우리 동네에 살면서 우리 동네에게 미안할 노릇이다.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맛집지도를 그려보는게 꿈이다. 큰 지도를 그려놓고, 맛집지도가 맛있는 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의 인심이나 인테리어, 음식소개와 더불어 좋은점과 아쉬운 점 등을 기록하는 것은 어떨까? 또 생기고 사라.. 더보기
과거를 회상하며 김소영 '한다면 하는거지, 못할 거 뭐 있어?'하면서 이곳으로 온다고 했을때 반신반의했다. '설마'하는 마음에 변경된 일정을 밀어부쳤는데 그렇게 찾아올줄은 몰랐지. 또 근처있는 대현이라도 불러 함께 볼까싶어 전화를 걸어봐도 받지 않더군. 여하튼 혼자 기다리게 한다거나 그냥 돌아가게 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싶어 일정을 급선회해서 돌아왔지. 내 사정을 들은 일행들의 배려가 컸던것도 사실이고. 다시 돌아서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아사코와의 세번째 만남'같을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했지. 차라리 안 만나는게 더 나은, 조금은 거리가 있어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더 좋을때가 있잖아? 멀리서도 널 알아보겠더구만. 신촌에서 만나고 10년만이라고 하지만 사실 신촌에서 만났다는 기억밖에 없지, 구체적인 그때의 정황은 사실.. 더보기
나이 마흔 즈음에~ 내가 아버지의 나이를 처음 인식한 그때의 나이가 되었다. 밤길 고속도로 흔들리는 불빛 마냥 아버지도 그리 흔들렸을까. 여섯남매 막둥이까지 입학시키고 흐뭇해하던 그 표정에는 흔들림이라곤 없었다. 저 불빛마냥 흔들리는건 내 마음뿐. ================================================== 지난 4월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입니다. 고속도로위에서 차가 밀리면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문득 요즘들어 나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들이 많습니다. 40줄에 들어선 그 나이가 무슨 나이냐고 빈정댈 수 있지만, 왜 옛사람들이 40을 불혹이라 했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고, 아버지의 모습도 떠 올려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40을 넘기면서 자기 인생의 고뇌에서 허우적 대는 모습을 봅니다.. 더보기
[시사캠페인(1)] 식습관을 바꿉시다~ 페이스북에서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해 본 것들입니다. 우리사회에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꼬집고 풍자하는 퍼포먼스이기도 합니다. [시사캠페인(1)] 식습관을 바꿉시다~ 구제역으로 많은가축들이 생명을잃었습니다. 어느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고기를 많이먹으려는 우리들의 식습관을 돌아봐야합니다. 가능한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자며 퍼포먼스하는 에코붓다회원 더보기
경유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하고 사고처리는? ■ [생활속의 지혜]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을 맞지 마라 어제 대전의 한 행사에 참가한 후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막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행사에 참가했던 분이 차에 사고가 생겼다고 하면서 동승한 두 분을 함께 태워갈 수 없겠느냐는 전화였습니다. 이미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것도 이유겠지만, 이미 꽉 차서 더 태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안된다고 했습니다, 미안했죠.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어야 하는데 주유원이 휘발유를 넣는 바람에 간단한 문제가 아닌게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하는 주유원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주유소 주인과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일처리를 잘 하시리라 믿었기에 별 걱정은 없었.. 더보기
일본에의 예의 : 시인 고은의 글을 읽으며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하루 하루 들어오는 소식에 안타깝다. 가슴철렁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나라의 애정에도 감동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도 영토분쟁을 미루고 지원을 우선하는 모습에서 대국의 모습을 본다. 또 일본국민들의 질서에 대해서 로 칭송하는 것에 숙연해진다. 사람이 감동이다. 재앙을 재앙으로 좌절하지 않고 감동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은 일본의 저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전쟁이 난다면 저런 모습일까? 북한과의 전면전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잃을게 많은 우리로서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하는 소리인가 싶다. ▲ 한겨레 2011. 3. 15일자 1면 / 대재앙앞에 인간이란… 지난 11일 밀어닥친 지진해일로 거대한 쓰레기장이 된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에서 13일 한 소녀가 망연자실한 표정으.. 더보기
내 마음의 봄꽃 엊그제 평소에 시를 좋아하는 일산사는 진희보살님이 聲在樹間(성재수간) 이라는 말을 전해주며 감동이라고 말하더군요. 나무사이에 소리가 있다~ 라는 말이겠죠. 그 네 글자를 듣는 순간, 생태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의 시성에 박수를 보내고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네글자를 듣고 일어나는 마음과 내 마음의 상상을 옮겨놓습니다. 지금 행복한책방에는 봄꽃가득합니다. 함께 꽃소식 전합니다. 나무와 나무사이에 바람이 있고 나무와 가지사이에 구름이 있습니다. 나무와 이파리사이에 물이 흐릅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소리가 머뭅니다. 나무와 사람사이에 뜨거운 입김이 흐르고 나무와 돌 사이에 마음이 흐릅니다. 소리가 머무는 곳에 사람이 있고 나무가 있고 생명이 있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