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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눈물의 작가 - 이문선,박영숙 부부작가



한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미니갤러리 다섯 번째 오프닝이 있었다.
<에코동의 서재>와 <행복한책방> <법보신문> <휴심정> <한겨레출판>이 공동주최한 행사였다.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이며, 휴심정 운영자인 조현 기자님이 참석해주셔서 좋은 말씀 해주셨다. 

오늘 준비한 음식가운데 샌드위치는 칼라가 변화무쌍하다. 예쁘다. 
사진작가 이문선님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눈물은 진실된 자아를 만나는 통로'라고 말했다. 

 
눈물 / 이문선

태어나서 울었다.
배고파서 울었다.
짝 만나서 울었다.
부모 없어 울었다.

미국에서 태평양 바다 보고 고향생각에 엉엉 울었다.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정하다 기뻐서 엉엉 울었다.
이집트 홍해바다 산호초 건들다가 막막해서 엉엉 울었다.
첫 여자 첫 경험에 소리 없이 따라 울었다.
두 여자 화살촉 피하려다 당황해서 울었다.
주식에 돈 날려 어이없어 울었다.
달리려다 힘없어 넘어져 허무해서 울었다.

지금까지는 감각을 알아차리는 눈으로 울었다.

지금은 눈물로 인해 나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눈물을 통해 나의 의식과 무의식이 만난다.
연어가 태평양을 돌다 본래의 자리로 가기 위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듯
나의 눈물로 나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회개한다.
참회한다.
기도의 눈물이다.

나에게 가까이 가기 / 박영숙

여자의 눈물,
그것도 분홍색 눈물. 신랑은 순수함을 분홍색으로 표현하자고 했지만 왜 하필 분홍색일까 난감했다. 결국 진부하게 분홍색과 여성을 결부 짓고 여성에게 바라는 성 역할로서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은 것일까?

나에게 있어 분홍색은 오래된 눈물 자국 같은 독하고 얼룩진 감정과 결부되어 있다. 어린 시절 자매가 많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기에 나의 옷이란 언니로부터 물려 입거나 엄마가 만들어 주신 투박한 주름 치마정도였다. 공주 같은 분홍색 원피스는 결코 내가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분홍색의 이미지는 기대고 싶은 따뜻함이었고, 보살핌이었지만 가질 수 없는 색이었다. 채울 수 없는 욕망에 대해 내가 선택한 것은 나를 향한 강한 규제였고 그 행동은 분홍색에 대한 혐오감으로 변해갔다.

나는 분홍색을 좋아하거나 즐겨 입는 여자들에 대해서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성성에 길들여진 모습이라고 폄하하고 싫어했다. 하지만 분홍색에 대한 이러한 반감은 분홍색이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요하는 색이어서가 아니라 실제로는 과거에 대한 거부감이 분홍이라는 색채와 함께 무의식 깊숙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이 나를 명상으로 이끈 셈이다. 싫어하는 분홍색 속에 잠재된 감정이 사실은 가슴 켜켜이 쌓여있는 원망하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난 아직도 분홍색에서 자유롭지 않다. 감정과 분홍색을 분리 할 수 있다면 내게도 연분홍 치마를 휘날리는 봄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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