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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붓다의 분반좌



붓다가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한 곳 - 삼처전심(三處傳心)

붓다가 다자탑에서 설법할 때 법회에 늦게 온 마하가섭이라는 제자에게 앉아있던 자리의 절반을 내어주며 함께 앉게 합니다. 이것을 붓다가 마하가섭에게 마음을 전한 다자탑전 분반좌(多子塔前 分半座)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심전심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염화미소(拈華微笑)가 있습니다. 붓다가 영축산에서 연꽃을 들어 보일때 아무도 그 영문을 몰랐으나 마하가섭만이 마음으로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어 응답한 것이 두번째 마음을 전한 이야기입니다.

붓다가 쿠시나가르의 두그루 사라나무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임종의 시기를 놓쳐 마하가섭이 늦게 도착했을때 관속의 두 발을 밖으로 내 보입니다. 인도의 문화에서 관을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다비를 위해 쌓아놓은 장작나무 사이로 발을 보였겠지요. 이것이 붓다가 마하가섭에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돌로 된 긴의자를 보면 붓다의 삼처전심가운데 다자탑전 분반좌가 떠오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시각각 햇살과 바람과 차가움과 뜨거움을 그대로 안고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곳을 지나갈때면 붓다의 분반좌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곳에 앉아있다가 누군가 다가오면 조용히 비켜앉으며 자리의 반을 내어주는 것은 어떨까. 붓다가 마하가섭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듯이.

<자리>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모든 것을 말한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재산, 지위 등 평생을 쌓아온 것 것이고,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을 과감히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분반좌>가 의미하는 것이다.

가은에 있는 이 긴 의자를 지나칠때마다 <붓다의 분반좌>를 떠올리고, 나는 나의 자리를 기꺼이 함께 나눌 수 있는가, 내 가진 것들에 대해 조건없이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물음들을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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