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고승같은 모습으로 찻집에 앉았다.
손에 쥔 노란 고무줄은 인도에서 주로 입는 헐렁한 바지 허리춤에 넣을 건데 한국오면서 끊어졌다. 옷핀과 노란 고무줄을 구했건만 아침부터 내내 잘 넣어지지 않는다. 노란 고무줄 끝을 말아서 옷핀으로 찔러서 겨우 밀어 넣었는데, 중간에 가서는 옷핀과 노란고무줄이 툭 끊어지는 바람에 또 찔러 넣고, 또 끊어지고, 계속 반복하고 있다.
"몇 번 끊어지면 계속 고무줄 끝에 찔러서 넣지 말고 고무줄을 옷핀에 묶어서 넣어봐요~ "
그제서야 씩~ 한 번 웃고는 좋은 생각이라는 모양으로 옷핀에 가늘게 묶는데 열중이다.
인도갈때 가방에 뭘 넣어가고 싶고, 뭘 가져가면 함께 사는 공동체 식구들이 좋아할 것 같냐고 슬쩍 물었더니, 인도갈때 작은 가방에 라면 몇 개, 스팸 몇 캔, 마른 오징어 몇마리 넣어가고 싶은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안사준단다. 많은 양도 아니고 그냥 한국에 다녀온 냄새 좀 풍기려고 하는데 말이다.
부처님이 6년간 고행을 했던 전정각산 아래 둥게스와리의 먼지를 느낀다.
김영사에서 최근에 출간된 <부처님의 8대 이야기>인가 보면 전정각산을 '상두산'이라고도 부른다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고 한마디 던진다.
"몇몇 사람들은 전정각산을 상두산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건 틀린 정보예요. 부처님이 고행을 할 곳을 찾기 위해서 가야 근처에서 먼저 오른 산이 코끼리의 머리모양을 한 상두산이고 거기서 멀리 찾은 곳이 전정각산이예요. 거리상으로는 네이란자라강을 사이에 두고 걷기에는 꽤 먼 거리예요. 서로 다른 산인거죠."
인도아저씨, 인도에 가서는 한국사람보다 더 인도사람같이 사는 남자.
한국에 있는동안 편히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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