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코동의 하루

봄날 여유 - 고양이를 만나다

 

봄날 따뜻한 여유를 보냅니다.

남쪽은 봄이 빠른 것 같습니다. 매화꽃은 이미 지고 새 잎이 돋아나고 산속에 여기 저기 꽃들이 탐스럽습니다. 지난 주에는 벚꽃이 한창이었습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세월 흐르는 줄 모르고 산지 1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안 사실입니다. 꼭 식목일이라서 그런것은 아니지만 휑한 집앞에 작은 화단을 만들 궁리를 하다가 인터넷에 큰 화분을 찾아보았더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냥 데크용 방부목으로 화단을 짜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붙이고, 화단 만드는 과정은 따로 올리겠지만 오늘 이야기는 '고양이'입니다.

 

새끼 낳을 때 된 고양이가 언제가 출산일인지 모릅니다. 출산일이 다가오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다닌다는데 워낙에 동네 여기저기서 살았던 녀석이라 옆에서 보는 내가 안절부절입니다. 집을 만들어 준 곳은 사람들도 간혹 시끄럽게 다니기도 하고, 동네 깡패같은 검은 고양이와 노랑고양이가 때때로 찾아와 괴롭히기도 하고, 참, 어제는 옆방에서 새끼 강아지를 데려다 놓고는 외출하는 바람에 새끼 강아지가 갓난 아기가 슬피 울부짖듯이 울었습니다. 또 그 소리에 민감하게 귀를 새우고 반응하느라 마음 편히 쉬지도 못했을겁니다.

 

오늘은 화단 만들고 있는 옆에서 햇살 쪼이며 눈감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지만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소리인지, 싫어하는 사람의 소리인지 금방 알아챕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시끄럽게 뚝딱뚝딱해도 미동도 않고 햇살 쪼이고 있습니다. 봄날 햇살의 여유입니다.

 

온갖 세상 시름 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가 저런건가 싶습니다. 사람들은 그리 살고 싶어하지만 또 그리 살면 되지만 아무도 그리 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 고양이를 보면서 나를 봅니다.

 

'에코동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윌순이의 하루  (0) 2019.06.01
어른이 된다는 것은?  (0) 2016.05.05
향을 사르며  (0) 2013.05.30
인도아저씨~ 갈때 라면 몇 개 가져가세요  (0) 2012.07.10
다시 시작하는 마음  (0) 2011.10.29
붓다의 분반좌  (0) 201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