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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제 들은 이야기다. 

이제 나이가 들어 아이들 결혼해서 며느리를 맞았는데 그리 예뻐하지도 그리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하다가 친정 엄마를 불러 외식도 하고, 하하호호 하는 것을 보면 미워하는 감정이 솟구친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된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는 될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아 둔 돈으로 새 아파트도 장만해주고, 가끔 반찬도 해줬다. 

며느리가 가끔 불러서 '어머니, 이거 먹으러 가요' '저거 먹으러 가요' 하면서 부른다. 

"야, 그 돈이면 반찬을 해서 몇 주일은 먹을 수 있는데..."

이런 잔소리를 하면서 아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또 먹는 것도 짧다. 고기, 생선류는 먹지 않고 오로지 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만 먹는다. 

그렇다 보니 외식한다며 모시고 가면 '그 돈이면 반찬을 해서 몇 주일은 먹는데...'라고 하거나, 

'나는 그런거 안먹는다'하거나. 

그러면 외식할 일이 없겠네 싶어 모시고 가지 않으면 또 삐진다. 

이것을 옆에서 본 시아버지가 시어머니를 나무라며 타박을 준다. 


문득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사이에서 위치되는 것이 어른이다. 

나이는 좀 들어 성인이 된 사람들이 아이들을 만나면 어른이 되는 거고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을 만나면 나는 아이(젊은이-어른이 아닌)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얼 말할까? 

어떻게 해야 어른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 

시어머니의 저런 잔소리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시어머니가 불편한 존재가 될 뿐이다. 

나를 돌아봐도 알 수 있다. 

어른이 뭐라하면 귀찮고 불편해질 뿐이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부터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말하는 것은 아닐테다. 

그냥 눈에 보이니, 경험을 바탕으로 '다 너를 위해서' 잔소리를 할 뿐이다. 

그러나 잔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또, 사람이라는 존재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어른이 충고하거나, 남이 뭐라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선택해서 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꿈꾸는 차를 타고 노년을 즐기며, 아이들을 만나면 용돈이나 넉넉히 챙겨주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내 삶을 즐기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격려가 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결론내리는 것은 내 속의 정답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얼까?'

뭐 뚜렷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내 삶의 큰 화두가 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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