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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스밈과 번짐



커다란 비이커에 물을 담았습니다.
물이라는 것이 무색 무취라 있으면서도 그 모양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있으되 그 모양이 드러나지 않아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나 분명 존재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렸습니다.
한 방울의 잉크가 물속에서 조용히 내려 앉으며 스며드는 모양이 장관입니다.
소리없이 번지는 모양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말없이,
퍼져나가는 그 모양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여기 보라'고 소리라도 지를 듯이,
그들이 퍼져나가는 것은 번짐 그 자체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칭찬받으면 우쭐하고, 비난 받으면 기분나빠하는 것이 범부중생의 삶입니다. 
세상의 변화에는 큰 힘이 존재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또 변화를 위한 거창한 이론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변화는 스며들고 번지면서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세상의 변화를 위해 연구하고
나 자신의 변화를 위해 정진하고 있으면서
한 가지 어렴풋이 느끼는 것은 세상의 변화, 내면의 평화를 위한 것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밈과 번짐이 그들처럼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