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코동의 하루

가을을 부르는 담쟁이




봄인가 여름인가 실낱같은 줄기를 뻗어 올리더니 공동체숙소 방충망을 덮었습니다.
한여름에는 바람이라도 막는 것 같아 걷어치울까 싶기도 했지만
파란 이파리들을 도심에서 볼 수 있다는 위안으로 그냥 두었던 겁니다.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붑니다.
조금 더 있으면 파란 이파리들은 붉은 색으로 바뀌고 다시 겨울이 되면 떨어지겠지요.
가고 옴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그렇게 우리곁에 왔다가 가고 다시 오겠지요.

아침 발우공양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을때 눈에 먼저 띄는게 담쟁이 이파리들입니다.
책을 읽으면 작가의 마음이 되어 글을 읽고, 옳고 그름을 떠나 그 마음에 충분히 공감해 보려고 합니다.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봐도 배우들이 한 마디 한 마디 읊는 대사에 귀기울여 봅니다.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배경음악도 없고, 효과음도 없습니다.
또 '나는 가수다'에서 열창하는 가수들을 보면서 감동할 준비를 하고 듣습니다.
그들의 표정과 열정을 배웁니다. 5분 남짓한 시간에 사람들을 이렇게도 감동시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만들어진 공간과 시간에 우리들의 마음을 담아 마치 현실세계인양 착각하며 살기도 합니다.
지금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지, 얼마나 열정을 갖고 쉼없이 방망이질하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보기도 합니다.
내 일에 열정과 희망을 갖고,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못하던 관계없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내딛고 있는지 돌아보는거지요.
혹시 제자리에 서서 어디로 갈지 두리번거리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겁니다.
혹여 그렇더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신을 발견한 것은, 뭘하는지도 모르고 서 있는것은 아닐테니까요.
추석이 지나면서 기온은 한풀 꺾였습니다.
소리없이 가을은 우리에게 다가오고, 숨돌릴 틈 없이 바쁜 날 겨울은 소리없이 곁에 와 있겠지요.
그래도 저 담쟁이처럼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