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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침묵으로 소리를 울리는 범종처럼




추석연휴로 술렁이던 도시는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도심속의 법당에서 울려퍼지는 저녁예불의 염불소리는 침묵 그 자체입니다.
묵직한 범종의 검은 색 사이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울리던 종소리는 노란 구릿빛으로 닳아 있습니다.
오늘 하루, 순간 순간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습니까?
발이 앞으로 나가면 나가는 줄을 알고, 손이 얼굴을 만지면 들어올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습니까?
코끝에 들고 나는 숨소리에 얼마나 깨어 있었습니까?
나무를 들고, 자르고, 망치질 할 때 그 순간 순간의 동작에 깨어 있었습니까?
땀을 닦고, 물 한 잔 들이킬때 입안에서 맴돌고, 목을 타고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었습니까?
침묵으로 묵직하게 종틀에 들려있는 법당의 종처럼 내 삶도 그렇게 묵직하게 살고 있습니까?
그 본래의 색깔을 조용히 드러내듯, 마음에 담고 있는 그것들을 조용히 발견하고 계십니까?
저녁예불 하는 동안 나에게 던진 질문들입니다.

오늘 저녁예불 <지심귀명례>를 읖조리며 조용히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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