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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오디를 먹어보았나요? 오디쥬스 한 모금, 미안하다 어제 내린 비로 온 동네는 덜썩인다. 그동안 오래된 가뭄 끝에 농사는 어찌할까 염려도 되었던 터러 비가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물을 한 움큼 쥐고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듯, 사람들은 논둑을 만들고 물을 가두기에 바쁘다. 부지런한 사람은 벌써 소등에 멍에를 씌우고 쟁기로 논을 갈아 엎으면서 모내기준비를 한다. 잠깐 멈춘 비는 구름사이로 햇살을 비켜내주고 동네 아낙들은 머리 머리에 넓은 광주리를 이고 손에는 찜통같은 국솥을 들고 힘겹게 뒤뚱뒤뚱 논둑길을 따라 걸어온다. 뭔가 걸음걸이가 불안해보이지만 한번도 쉬지 않고 걷는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를 보고도 광주리를 받아주기는 커녕 일을 쉬 끝내려 하지 않는다. 논두렁 끝 풀밭위에 광주리채 넓게 음식을 펴고 밥을.. 더보기
강병인 캘리그라피전을 다녀오다 전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가 않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듯하다. 평소에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있고, 강병인선생의 멋진 붓 선은 그대로 흉내내고 싶고 내 안에 담고 싶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우리사회 명사100인의 희망메시지를 강병인선생이 모두 쓰고 액자에 담았다. 그리고 전시회수익금은 우리나라 및 베트남 어린이지원을 위한 ‘밥먹게해주세요’기금으로 적립된다고 한다. 해가 아직 남아 있을때 홍대근처로 향했다. 홍대근처의 인더페이퍼 지하 갤러리로 들어서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 설레임 자체였다. 후다닥 들어가서 대충 훑어보고 나오기가 아까워서였을까 계단 하나 하나를 조심 조심디디면서 내려가는데 강병인선생을 만났다. 평소에 나답지 않게 큰 소리로 반갑게 아는 체 했다. 대부분의 연.. 더보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계절이라는 이름의 에너지는 남다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하며 자랑스러워합니다. 긴긴 겨울만 있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북유럽 여행기를 읽을때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만 있는 동남아시아를 만날때도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비오기 전날 같은 우울하고 우중충한 영국의 날씨에서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름들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으며 온갖 상념에 잠깁니다. 참 다행입니다. 조금은 지겨워지면 마음과 함께 새로운 날씨와 계절로 변신할 수 있으니 말이예요. 우리에게 계절은 희망인것 같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의 날씨도 조금만 참으면 서늘해지고,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겨울.. 더보기
최고의 선물은 당신입니다. 부산해운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입춘이 지나서인지 날씨는 많이 풀렸습니다. 바닷바람에도 봄이 묻어있었습니다. 길가의 어느 빵집 유리창을 찍은 것입니다. 강병인선생님의 캘리그라피 글씨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얼른 카메라를 들이댔죠. 안에 앉아서 차를 마시던 분들이 놀라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고의 선물은 당신입니다. 그런 고마움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너무도 쉽게 잊고, 또 잃어버린채 살아가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내 안의 성질을 보았습니다. 그런 고마움을 잃어버렸던거지요. 참회합니다. 매일 아침 머리를 땅에 숙이며 새겨야겠습니다. 아침 밥을 먹으며 밥값은 하고 받아먹는지, 머리아프다고 두통약 찾고, 배아프다고 소화제찾고, 세수한다고 따뜻한 물 찾을때도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었.. 더보기
오미자 : 겸손을 배우다 박(朴)이라는 분이 오미자청을 직접 만들어 병에 담아왔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감기를 앓는 사람들이 많고, 그 가운데 목이 아프고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보면서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가끔 오미자차를 마셔보기도 하고 전통찻집에 들러 여름에는 오미자차를 시원하게도 마셔보았지만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곡물같은 것이 아니라 잘 알지 못했다. 이번기회에 차를 마시면서 벌컥벌컥 마셔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찾아보려고 눈을 감았다. 곱고 맑은 붉은색 - 수렴 붉은 색이 곱다. 그냥 ‘곱다’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고 지나가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박제가가 갓 스물이 되었을때 지은 시중에서 책만 보는 바보라는 이덕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있다. ‘붉다’는 그 한마디 글자.. 더보기
사무실 한켠 야생화 : 흰싸리꽃 사무실 한 켠에 하얀 꽃이 긴 화분에 담겨 있다. 누가 갖다 놨을까? 이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서견뎌 낼 수 있을까 염려된다.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아무도 모르게 사무실 한 켠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마냥 앉아 있는 것이 놀라웠고, 추운 겨울이지만 꽃을 즐기라고 가져온 마음이 고맙다. 흰꽃이 곱다. 가지가 가늘고 여리다. 다가가기도 전에 가는 가지는 벌써 흔들거리는 것 같다. 이름을 물으니 흰싸리나무란다. 흰싸리나무. 싸리나무는 힘겨운 여름을 나면서 자줏빛 꽃을 피우는데 이것은 흰꽃을 피운다. 야생의 싸리가 그러하듯, 잎이 떨어지면 묶어서 빗자루로 쓰고, 또 헐거운 담장으로 안팎의 경계를 그리기도 했다. 또 불을 피워도 연기가 나지 않아 땔깜으로도 사용되고, 특히 군사작전시에는 더욱 요.. 더보기
생일을 축하해~ 지난 일요일에 테리의 생일이었습니다. 유독 사진찍기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일요일이라 집에서 조용히 쉬고 있나 봅니다. 눈이 소리없이 조용히 엄청나게 내리던 날, 우리는 눈을 쓸고는 들어와 케익을 잘랐습니다. 뭐 주인공이 있거나 없거나 축하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어~ 하면서요. 생일은 부모님께 감사해야하고 부모님께 축하드려야 할 날이라고 말씀하신 서암큰스님의 말씀이 떠 오르는군요. 음, 부모님께 감사기도를 올리는 것은 당사자의 일이고, 우리는 축하의 마음을 담아 어떻게 인증샷을 남길까 고민하다가 각자의 메시지를 담은 종이팻말을 들기로 했습니다. 말그대로 인증샷!! 장난처럼 시작한 것에 마음을 담게 되고, 그것은 진실이 되고 진심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의 열정과 기도는 그와 같다고 생각됩니다. 막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