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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계절이라는 이름의 에너지는 남다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하며 자랑스러워합니다. 긴긴 겨울만 있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북유럽 여행기를 읽을때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만 있는 동남아시아를 만날때도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비오기 전날 같은 우울하고 우중충한 영국의 날씨에서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름들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으며 온갖 상념에 잠깁니다.

참 다행입니다. 조금은 지겨워지면 마음과 함께 새로운 날씨와 계절로 변신할 수 있으니 말이예요. 우리에게 계절은 희망인것 같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의 날씨도 조금만 참으면 서늘해지고,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겨울도 조금만 참으면 날이 풀리니까 말이예요.

입춘을 알리는 때에도 그 차가운 기운속에 봄의 따스함을 느끼고 찾으려 합니다. 입춘이라고 하지만 바로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때 삼한사온으로 다시 추워지기도 하니까요. 그러고도 한 달여 지나야 봄은 서서히 소리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동지도 마찬가집니다. 긴긴 겨울밤이 서서히 짧아지고 낮이 더 길어진다고 하지만 겨울은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두 달 더 지나야 날이 풀리니까요. 이런 절기의 날씨변화를 통해 우리들의 마음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습관적 행동속에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규정지으면서 살아가고, 우리들은 그런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고 애를 씁니다. 상당시간이 노력과 정성으로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바꾸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기좋은 사람으로 다가가려고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나에 대해 굳어진 이미지를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이것이 입춘이나 동지와 같은 것이지요.

낮이 길어지면서 더이상 추위는 없을 것 같지만 한두달을 더 가야 날이 풀리는 것 처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한 변화를 눈치채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 내가 변했다고 주장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런 오랜동안의 습관적 행동, 즉 카르마를 변화시키는데는 노력과 시간이 함께 필요하 것 같습니다. 수행의 과정이 이와 같겠지요.

어린시절 방학이 되면 여름에는 강에서 수영하며 물속에서 지냈습니다. 점심먹고 한여름 땡볕을 피하고는 하루종일 물속에 있다가 어두어져서야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겨울에도 마찬가집니다. 썰매를 만들어 얼음위를 달리며 놀던가 아이스하키를 흉내내며 나무가지를 잘라서 얼음위에서 놀기도 하고, 따뜻하기라도 하면 얼음 한쪽을 넓게 깨어서는 얼음배를 타고는 노를 저어 강위를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물에라도 빠지면 개울가에 불피워놓고 나이론양말을 말리다가 태워서는 양말에 구멍이 커다랗게 나기도 했습니다.

나이들어가면서는 이런 시골에서의 여름과 겨울을 잊어버리고 살아갑니다. 요즘의 아이들은 경험하지 못할 이야기들이지요. 아궁이 불때며 지내던 시절이라 산에서 나뭇잎이라도 긁어모아 불쏘시개로 모아와야했습니다. 지금은 땔깜으로 나무를 사용하지 않으니 산에 나무하러 갈 일도 없기도 해서 산이 울창하지만 그때는 산지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온 종일 모았던 나무들을 빼앗기기도 했지요.


이런 어린시절의 여름과 겨울은 잊혀지고 시간을 먹으면서는 가을과 봄의 생기속에 새로운 에너지를 찾고 있습니다. 가을의 떨어지는 낙엽에 마음을 담고, 봄에 가지끝에 새싹돋는 것을 보며 아이보다 더 신기해하며 지냅니다.
지난 번 청주에 내려갔다가 길가 큰 화분에서 겨울을 견디는 국화의 잎을 보았습니다. 아직 주위에는 눈발도 날려 희끗희끗 산을 덮고 있는데 그 추운 겨울을 흙한줌 속에서 버티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숨조차 죽이며 그렇게 차가운 시간을 죽이며 명상에 들어겠지요.

세상은 구제역으로 시끄럽습니다. 돼지와 소의 살처분결과 봄이 오면 침출수 등의 문제로 걱정이라고 연일 난리입니다. 이런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주는지 모르는지 정부관계자는 안이하게 대응하고 말합니다. 너무 쉽게 말합니다. 아마도 소키우고 돼지키우던 어린시절 시골에서의 삶을 살아보기나 했겠습니까? 그냥 먹을거리로만 바라보며 지냈던 사람이겠지요. 그러니 그렇게 쉽게 말하기도 한다 싶어요.

언젠가 구제역으로 살처분당한 동물들의 왕생극락을 비는 천도재를 하는 장면도 보았고, 어떤 카페에서는 그들을 애도하는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삶을 돌아볼 일입니다. 지금 내 삶을 돌아볼 일입니다.  봄이 저만치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봄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만들어야겠습니다. 하루 하루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