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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동의 하루

경유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하고 사고처리는?




■ [생활속의 지혜]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을 맞지 마라

어제 대전의 한 행사에 참가한 후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막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행사에 참가했던 분이 차에 사고가 생겼다고 하면서 동승한 두 분을 함께 태워갈 수 없겠느냐는 전화였습니다. 이미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것도 이유겠지만, 이미 꽉 차서 더 태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안된다고 했습니다, 미안했죠.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어야 하는데 주유원이 휘발유를 넣는 바람에 간단한 문제가 아닌게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하는 주유원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주유소 주인과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일처리를 잘 하시리라 믿었기에 별 걱정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주유소 주인이 내몰라라 하면 어떻하나 싶어, 먼저 소리를 지르면서 해결하라고 버럭 화를 냈을겁니다. 그냥 순진하게 있다가는 뒤집어쓰기 쉽상이다 싶었던거죠. 그리고는 수리에 대해 확답을 받아내기 위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을겁니다. 만약에라도 주유소 주인이 모르쇠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둥 민사소송을 하겠다는 둥 난리를 치면서 잘난체 했겠죠.

다음 날 처리과정을 들어보았더니 제가 생각했던 것 처럼 차분하게 잘 처리하고 올라왔다고 합니다. 일단 주유원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고 주유소 주인도 '민사상 모든 책임'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하며 일단 차 수리비와 서울가는 교통비를 책임지기로 하면서 일단락되었다고 합니다. 저처럼 소리지르면서 해결하지 않아서 더 잘 해결되었지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붓다의 메시지가 떠 오르더군요.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을 맞지 마라. 주유원의 실수이기는 하지만 일단 일어난 일입니다. 그래서 제1의 화살을 맞은 상태입니다. 여기에서 이성을 잃고 더욱이 자신을 잃고 흥분했다면 제2의 화살을 맞는 꼴이 됩니다. 일처리는 일처리대로 되지 않고, 흥분과 화때문에 스스로를 갉아먹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이죠.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 속에서 우리는 지혜를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주유소 주인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난 지혜입니다. 이 분들은 대전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운전대를 놓고 기차에서 즐겼을 풍경이, 퍽 부러웠습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는 소리에 '물에 빠진김에 조개줍는다'는 지혜의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하고 불행해질 수 없는 지혜를 다시 만난 것입니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그 상황에서 당황스럽고,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불안감마저 들었을겁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마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혜롭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큰 가르침을 얻는 것 같습니다.

함께 살던 공동체 식구가 떠나갔습니다. 새벽 공동체 식사에 케익을 공양올렸습니다. 평소에 들고나는게 공동체 살이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남달랐습니다. 10년 넘게 함께 살아온 식구였습니다. 새롭게 결심한 바가 있어 떠나기는 하지만 못내 아쉽습니다. 아침에 공동체 식사를 마치고 인사를 합니다. 고맙고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다면서, 작별인사를 하더군요. 불가에서는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오고 가는 것에 연연해 하거나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일텐데 마음이 짠한 것은 나의 집착일까 싶습니다.

생활속에서 발견하는 지혜의 가르침을 내 삶속에 새기면서 그 <지혜>로 내 마음을 다스려 보려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또 얼마간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사람의 정이라는게 두부자르듯이 되지 않는가 봅니다. 잊혀진 뒤에도 더 시간이 지나면 또 생각이 많이 나겠지요. 그때는 정말 내 안에 <지혜>를 키워 의연히 맞이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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