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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다

봄의 기적을 기다리며





봄꽃


3월입니다.
배를 깔고 뒹굴뒹굴 하며 책읽다가 TV보다가,
배고프다며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서 먹고는
다시 뒹굴뒹굴 하기에 딱 좋은 날입니다.
적당히 게으르고 싶은 날입니다.

빌려온 만화책도 몇권보고,
휴일이라 영화도 두 편정도 다운받아서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 날입니다.

축 늘어진 추리닝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면
나의 게으름을 알기나 하는 듯
모든게 내주위에 와서 걸칩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아파트단지 주변의 나무들도 그렇고
거리의 가로수들도 그렇고
저 멀리 산에서 풍겨져 오는 얕은 산에서도
물이 오르고 있습니다.

물소리가 들립니다.
저렇게 힘차게 밀어올리고 있는데,
그래서 겨우내 나무들이
움츠리고 있다가
이제야 기지개켜듯
물오른 나무들을 만납니다.

봄내음입니다.
고목나무같은 덩걸은
겨우내 죽은 것 마냥
그렇게 그자리 서 있더니
조용히 싹을 밀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살갗에 뾰루지라도 나는 것 처럼
나무껍질을 한 곳을 틔우려고 합니다.
저 위쪽에는 벌써 연두색을
살짝 내밀은 녀석도 있습니다.

기적입니다.
바다를 가르고, 물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고목나무같은 덩걸위에서
봄을 밀어내는 것이
더 기적입니다.

하루종일 게으름피우는 나에게도
봄의 기적같은 것이 웅크리고 있을까요?

내일은 봄의 기적을 만나기를 희망하면서
달콤한 게으름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 월간정토 3월호에 실린 그림입니다.
아래 손가락 한 번 눌러주세요~ 봄의 기적을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