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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다

[리뷰] 삶과 죽음의 경계, 차안과 피안의 세계를 마주하다!


◈ 전시명 : 행복한책방 미니갤러리 - 자작나무 숲 展
◈ 일시 : 2011년 4월 1일(금) ~ 4월 30일(토) 오전 9:30 ~ 오후 6:00
 ※ 4월 1일(금) 오후3:00 행복한책방에서 여는모임을 가지려고 합니다.
◈ 장소 : 행복한책방(문의 : 02-587-8991) 
 ※ 온라인전시는 에코동의 서재(http://ecodong.tistory.com)에서 같은 시간 열립니다.
◈ 주최 : 행복한책방
◈ 후원 : 정토출판, 좋은벗들, 에코붓다





나는 사진전문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사진이 주는 이미지를 잘 살려서 전시회를 꾸리는 큐레이터는 더더욱 아니다. 글 읽는 것을 평소에 즐기는 정도의 아주 평범한 사람에게 사진에 대해서 말을 하라고 하니 조금은 난감하다. 그냥 내 개인의 느낌을 마음나누기 하듯 나열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평생을 사진을 찍어 온 분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살짝 배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은 4월 1일에 공개됩니다.)


1. 몽환의 세계

나는 몽환의 세계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자체를 싫어하기보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아서다. 왠지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고 있나보다. 책을 읽어도 그런 몽환소설류는 읽지 않는다. 이해도 다소 부족하지만 읽는 내내 흐느적거리고 팔과 다리가 추욱 늘어져 그 세계에 갇혀버리는 것 같아서다.

처음 이 사진을 들여다보는 순간 이 몽환적 세계를 떠 올렸다. 어둠위에 오버랩 되는 물안개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 어둠은 단순히 빛의 부재에서 오는 어둠이 아니다. 외로움과 고독을 품은 두려움과 불안이 상존하는 어둠이다. 아주 어렸을 때, 분명 엄마의 품안에서 잠들었는데 빗소리에 깨보니 방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이유 없는 불안감 같은 것, 분명 그때의 느낌 그대로다.

물론 이 사진에는 엄마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아이의 시선도 없고,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이었던 빗소리도 없다. 오히려 어디서 밀려서 들어오는지 모를 밝음이 있다. 한쪽에 서 따라오는 찬란한 밝음의 공간은 우리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그것이 밝음이 이유인지, 이제 두려움 따위 안중에도 없이 늙어버린 시간의 문제인지는 모를 일이다.

여하튼 이 몽환의 세계는, 새벽녘에 목이 말라 반쯤 눈을 뜨고 냉장고를 더듬는 시간, 그 어디 즈음이다. 새벽까지 거리를 하릴없이 쏘다니는 젊은 청춘들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만이 어슴푸레 커튼 쳐진 창문으로 비칠 뿐이다. 잠에서 들깬 상태에서, 잠이 깰세라 물 한 모금 조심스레 목을 축이고 나는 그 불빛따라 죽음과 죽음이후의 세계를 상상해본다.


2. 그리고 죽음과 죽음이후의 세계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죽음에 대한 사유는 누구에게나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또 각 종교의 영역과 의식세계에서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믿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극히 개인적인 몫이기 때문이다.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여정을 믿는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고, 믿지 않아도 그만이다.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면 그 영혼과 육신이 분리된다고 믿고 있다. 이 사진에서 강에 엎드려 있는 바위와 물안개에 시선이 머문다. 강에 엎드려 있는 바위는 마치 먹을 것을 구하러 두만강을 건너던 탈북자의 주검같이도 하다. 그 위에 눈까지 덮여 더욱 보는이의 가슴이 시리다. 그리고 물안개는 주검을 서성이는 영혼의 늪이다.

비록 물안개의 향연에 앞을 분간하기 어렵지만 현실세계의 고달픔은 죽어가는 저 어둠의 언덕 위를 힘겹게 기어 올라가는 삶보다는 낫겠다 싶다. 또 물안개 사이에 어렴풋이 일자로 한 획 그으져 있는 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다. 이승의 삶을 다하고 갈 때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북망의 언덕이 저리 생겼을까? 이승의 맑은 물 흐르는 경계와 달리 산과 나무의 어둠, 가파른 언덕의 길이 저승의 모양이고 색깔일까? 우리의 알음알이 속에서 분별하는 경계에 머물면서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다. 

몽환의 세계에서 꿈꾸듯 실눈 곁을 스쳐간 죽음과 죽음이후의 세계에 대해 사색해보지만 오히려 또렷이 현실의 꿈으로 돌아온다. 다시 한 번 물속에서 발을 담그고 그 물을 지나 눈 덮인 자갈밭 길을 지나 경계의 언덕을 넘고, 어둠이 내려앉은 가파른 나무의 평화를 본다. 이것은 시린 고통의 현실을 넘어 해탈과 열반의 세계로 향하는 이 언덕과 저 언덕의 메시를 듣는다.


3. 다시 차안과 피안의 세계를 사색한다.

지금의 삶이 다하면 찾아오는 죽음의 세계가 끝이 아니라 다시 돌고 도는 윤회의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궁극에 만나야 할 해탈과 열반의 세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자유와 행복을 찾기 위해 나선 여행에서 거친 삶의 파도를 건네줄 반야용선도 필요 없고, 새롭게 몸 누일 북망의 산과 내도 필요 없다. 오로지 지금 내가 발 딛고 선 이 자리에서 찾을 뿐이다.

지금 여기의 내 삶이 고통과 불행위에 있다면 저 언덕으로 건너가야 할 수행과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물안개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언덕 하나가 우리가 가야할 궁극의 니르바나다. 지금 눈덮인 시린 발을 빼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일밖에 없다. 지금 내 삶 보다 영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우리의 발걸음은 이동이고, 그 이동은 실천이다. 영화로운 삶과 자유로운 삶, 행복한 삶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고통이라고 느끼는 마음자리를 바꾸고, 남탓하며 불평하는 내 마음자리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그것이 수행자의 실천이고, 실천가의 수행이 될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 찾아 가야할 세상, 니르바나의 세상은 저 언덕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4. 지극히 현실적인 물안개

눈 덮여 시린 듯 차가워 보이지만 물은 오히려 따뜻하다. 그리고 저 제방너머로 보이는 어둠의 가파른 나무는 휴식이다. 수묵화로 그린다면 눈 덮인 공간은 그냥 하얀 여백의 공간으로 내버려두면 될 일이고, 산 속의 나무는 먹물가득 뿌려두면 그만일 것이다. 그만큼 눈 덮인 시린 세상은 하얗고, 언덕 너머의 어두운 숲은 검정 그 자체다.

목이 말라 실눈 뜨고 냉장고를 더듬던 새벽녘의 시간은 흘러 아침 동이 트고 있다. 이제 잠을 더 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머릿속은 더 맑아지고 명징한 것이 몽환의 세계에서 상상으로 지어 사유하고 사색한 삶과 죽음의 경계는 꿈에 불과했다. 아픔 가득한 사바세계를 여의고 자유와 행복을 찾아 저 언덕의 세계에 대한 그림은 동경으로 남아있다.

작가는 이 사진을 통해 우리들에게 어떤 상상과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까? 자유로운 삶, 행복한 삶을 위해 수행과 정진의 에너지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 수행과 정진의 에너지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현실세계를 말하는 것이며 실천하는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라 믿고 싶다.


이문선, 박영숙은 오래전에 사진으로 만나 불과 얼마 전에 결혼을 한 부부사진가이다. 특히 이문선은 그 이력이 특이하다. 세계 66개국을 돌며 오로지 사진만을 찍어온, 사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사람이다. 자연과 사회와 사람을 향한 눈빛과 몸짓은 예사롭지 않다. 뭔가 항상 꿈틀거린다. 미니 갤러리 사진전은 이문선과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프로젝트이다.

행복한 책방 작은 쉼터에 사람의 눈길을 머물게 하는 작은 전시회를 열면 좋겠다 싶었다. 행복한 책방을 미니갤러리로 꾸미고 온라인과 동시에 전시회를 진행하기로 계획했다. 그래서 따로 종이로 사진소개와 작가 프로필이 적힌 팜플릿 초대장은 만들지 않을 셈이다.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고,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행복한 책방 미니갤러리로 직접 방문하면 된다. 전시회를 열기 위해 팜플릿 디자인부터 준비할 일이 꽤 번거롭고 경비도 만만치 않지만 이번 미니 갤러리 전시회는 인터넷을 이용한 전시회다 보니 여러 가지 면에서 간편하고 환경적이다.

또 미니갤러리의 전시회 수익금이 생긴다면 행복한 책방에서 진행하는 <행복도서나눔>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행복도서나눔’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기부자의 이름으로 교도소, 군부대, 군병원등에 책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문선, 박영숙 부부사진가의 이름으로 꽤 많은 책이 기부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먼저 사진에 대한 나의 느낌을 쓰기 전에 이 이야기는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보여준 서너 장의 사잔 중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첫 느낌만으로 내가 선택했고, 이 선생은 쾌히 동의해 주었다. 뒤에 일반 대중들이 좋아하는 사진은 이것이라며 다른 것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나는 나의 느낌에 빠져 다른 것을 보지는 못했다. 물론 마음에 드는 다른 사진들도 있었지만 미니 갤러리의 공간 특성상 다음 기회로 미루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 박석동 (에코동의 서재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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