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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다

다르마로드(2) 3천년의 교감

다르마로드(2) 경주 : 3천년의 교감




이미 봄이 도착한 경주

포항에서 경주는 서로 붙어있었다. 처음에는 대구로 나와서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야 하나 했는데 네비게이션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뜬다. 7번국도를 따라 내려오니 곧바로 경주다. 나중에 보니 여기 저기 7번도로다. 그 도로가 연결되어 있나? 아니면 지역마다 7번도로가 있나?

오후 늦게 출발하면서 점심식사는 경주에서 우아(?)하게 하려고 했다. 천년고도 신라의 땅으로 가는 길에 바람은 이미 봄을 담고 있다. 날이 풀려도 이리도 빨리 풀린단 말인가? 오히려 봄볕에 몸 내맡기듯 좀 덥다. 너른 들판에는 봄 햇살 그대로 넉넉하게 받아 안고 있었고, 또 멀리 산은 산대로 나무들이 한껏 물이 올라 보인다.



오릉과 대궁식당

오릉옆의 대궁식당으로 갔다. 오릉은 박혁거세의 무덤이고 대궁은 반월성의 옛이름이란다. 지인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지인도 얼마 안있으면 서울 생활 정리하고 부모님 식당을 함께 운영하겠단다. 그냥 작은 시골아낙의 식당이 아니라 간판도 새로 내 걸고, 집단장도 새로 하고, 메뉴개발도 해서 제대로 해보겠다고 야심가득하다. 어머니는 미리 연락을 해 놓아서인지 오랜만에 뵙는 인사도 대충하고 얼른 준비된 음식들을 내 놓는다.

“우리 수진이가 전화가 와서는 추어탕 준비하라고 하는데 지금은 안돼서 된장찌개 준비했다.”

넉넉한 뚝배기에 두부가 가득 들어있다. 된장찌개에 두부가 많이 들어있으면 기분부터 좋아진다. 밥보다 먼저 찌개를 얼른 한 숟갈 뜬다. 어머니 손맛이다. 여느 식당의 덜 익은듯한 된장찌개가 아니다. 며칠은 푸욱 끓였을법한 여염집 밥상의 된장맛이다. 된장맛이 식당것 다르고, 집에서 먹는 것 다르랴마는 만드는 사람의 몫인지, 먹는 사람의 몫인지는 모를 그 무엇인가가 맛의 차이를 가져온다. 물론 된장이 맛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그것으로만 표현해 낼 수 없는 맛이 있다.

늦은 점심이라 식당전체를 우리가 전세낸 것 처럼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느긋하게 밥을 먹었다. 어머니는 옆에서 설 쇠러 온 시집간 딸네들이 손주들 데리고 와서 아직 있다는 이야기며 경주시내에 커피집을 낸 아들이 커피맛은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성질은 까칠하다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신다.


삼릉의 소나무, 세월을 말하다

식사후에 산책삼아 삼릉으로 갔다. 배병우작가 하면 삼릉의 솔숲이 떠오르고, 삼릉 솔숲하면 배병우작가가 떠오른다. 솔 숲이 아직 차갑다. 빽빽한 솔 숲 사이로 봄 빛이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나 힘들다. 아무도 아무말도 않는다. 그저 숲속에서 말없다. 소나무가 그 자리에서 곧게 또는 이리 저리 휘어서 자랐던 세월을 느끼는 것일까? 소나무도 말이 없다. 그렇게 말없이 천년을 서 있었던 것일까? 자리를 옮길 수 없는 갑갑함이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대화했을까? 지금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받아주는 넉넉함과 수더분함으로 변했을까? 숲속에서 말없이 대화하며 온갖 망상속에 내 자신을 돌아본다.


경주역앞의 재래시장을 통과해 끝자락을 지나칠라면 경주정토회를 알리는 작은 간판하나 붙어있다. 오늘 법륜스님의 법회가 있는 날이라 준비하는 모습부터 분주하다. 잔치집이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시끄러운 사람들, 마이크소리를 올렸다 내렸다 조정하는 사람들, 방석을 줄맞춰깔고 있는 사람들, 또 사회준비하느라 미리 목청을 가다듬으며 연습하는 사람…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몫을 다한다. 시간이 되자 법회는 시작되고 법륜스님은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한다.

오늘의 가르침
마음을 차분하게 해서 3천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안정감을 가져야 합니다. 또 3천년 전의 사람들과도 교감을 가질 수 있는 열린 마음이어야 합니다. 그럴 때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를 리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