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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다

[여행] 지리산의 봄을 나누다




1. 함양 창원마을의 봄

한밤중에 지리산자락에 머물렀다. 조용하다. 별은 금방이라도 빗물처럼 쏟아져 내릴 것 같다. 별자리를 잘 아는것은 아니지만 북두칠성과 몇가지 별을 찾아본다. 북두칠성을 찾기라도 하면 하늘의 별자리를 모두 찾은냥 아는체 하기도 했던 어린시절을 떠 올려본다. 여전히 세상은 조용하다. 별을 보던 고개를 조금 떨어뜨리니 조용한 숲이 눈에 들어온다. 뭔가 바람에 날리는 소리같기도 하고 동물들이 움직이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같기도 한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서울에서 이런 적막감을 맛볼 수 있었던가? 그나마 하루를 마감하고 피곤한 몸을 누이는 공간에서마저 차소리와 술먹고 고함치는 사람들의 소리들이 뒤엉켜 귓가에 남아있었던 것을 겨우 기억할 수 있다. 언제 내가 그런 곳에서 살았나 싶을 정도다. 기억이 가물하다. 그렇게 지리산자락의 적막은 그동안의 나의 서울에서의 기억을 모두 앗아가는듯 한 착각을 일으킨다.

내일도 해가 뜨겠지? 지리산의 아침해는 어떨까? 서울처럼 시원하게 뚫린 길을 달리는 차들의 엔진소리와 높은 빌딩이 섞여 음산한 음지를 힘겹게 밀어내듯 시작하는 아침과는 다르겠지? 모든게 궁금하다. 조용히 새벽산사의 종소리와 함께 아침은 찾아왔다.

















햇살이 제법 절마당을 비출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목련은 겨우내 저렇게 봉우리를 달고 추위를 견뎌낸다고 한다. 이곳 저곳에 봄을 달고 있는 작은 것들을 발견한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맞닿아있는 함양 마천의 창원리마을은 제법 가호수가 많다. 거의 100가구가 살고 있다고 하니 시골동네치고는 제법 크다. 그 동네에는 교회도 있고 절도 있다. 제일 위쪽에 절이 하나 있는데 회광사(廻光寺)이다. 기와집이 번듯하게 자리잡은 전통사찰은 아니다. 절마당에서 마을이 내려다보이기 보다는 고개를 약간 들면 천왕봉이 그대로 눈앞에 들어온다.
▲ 회광사 앞마당에서 바라다보이는 천왕봉 - 가운데 우뚝 솟은 천왕봉에는 아직 눈이 남아있다.
갈때에는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로 가다가 함양IC에서 빠져 함양에서 마천으로 넘어가는 구불구불한 오도재를 넘어 창원리로 들어갔다.


2. 당산

대부분의 마을어귀에 당산이 있다. 큰 나무가 있어 금방 알 수 있다. 창원리마을에도 큰길가쪽에 큰 나무가 있다. 여기는 마을위에 산에서 내려오다 마을을 만나기 전에 큰 나무 두그루가 또 있다. 마을사람들은 여기를 당산이라고 부른다. 당산은 나 자신은 물론 마을사람들의 평안을 지켜주는 힘을 가진 존재라고 믿었으며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당산에 사당을 지어 놓은 곳도 있고 큰 돌로 제상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지리산을 통째로 둘러싼 옛길을 복원하는 사업이 한창이었다고 들었는데 일부 그 길이 완성되었는지 팻말도 서 있다. 지리산길 이라는 이름으로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있고, 마을 방향을 알리는 표지도 서 있다. 당산에서 산 고개마루를 따라 지리산길을 올려다보면 다랑논이 장관이다.











▲ 내려오는 동네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나서는 부지런히 인사를 했다.

3. 금대

함양에서 오도재를 넘어온 길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창원리에서 인월방향으로 나갔다. 중간에 산길로 난 작은 길이 있는데 금대선원이 있는 팻말이 나온다. 그길을 따라 올라가면 끝갈데 없는 곳까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구불구불 올라간 금대는 지리산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는 금대선원이라는 절이 하나 있었다. 각 기둥에 걸려있는 검은색바탕의 흰글씨의 주련이 눈에 띈다. 글씨가 예쁘다. 부처님이 모셔진 곳은 일반 대웅전의 건축양식과는 다르다. 선방으로 이용되던 곳을 법당으로 꾸민것 같다.

위쪽의 나한전을 올라가보면 특이한 것이 또 있다. 나한전의 나한은 탱화로 있으며 탱화는 동을 부식시켜 만든 것으로 익살스러운 표정이 남다르다.












4. 다랑논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것은 다랑논이다. 햇살을 받은 작은 길들과 논은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이었다. 마천, 인월, 남원 등은 지리산을 상징하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또 빨치산들의 활동과 마지막 토벌대와의 전투도 유명하다. 빨치산의 본거지가 이곳 마천이었다면 토벌대가 상주하던 곳이 인월이라 한다. 이제 세월의 공백만큼 봄의 여유와 너그러움만큼 그들 모두의 영혼이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이글은 2009.03.17에 포스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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