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하다

다르마로드(1) 내 삶의 유리한 조건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 구도의 길을 떠나듯 <다르마로드>라는 이름으로 길에서 주운 생각들을 정리해봅니다. 길에서 만나 삶의 지침이 되고 길잡이가 된 수많은 인연들을 소개합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발밑을 돌아보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깨달음이 있다면 나에게는 스승의 가르침입니다. 해가 바뀌어 달력을 새로 걸어 둔다고 새날이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새로워질 때 날마다 새날이 될 수 있음을 알아 정진하는 삶, 고뇌하는 발걸음을 옮기겠습니다.


다르마로드(1) 포항 : 내 삶의 유리한 조건


1. 해는 동쪽에서 뜬다.
새벽5시, 새벽은 아직 어둠을 안고 물러날 생각이 없다.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다시 김천부근에서 경부고속도로에서 합류하여 대구를 지날 즈음 아침 같은 안개를 머금고 세상은 기지개를 켠다. 동대구IC가기 전에 포항으로 연결된 고속도로에 오른다. 아침햇살을 그대로 가슴으로 받으며 대구에서 포항이 동쪽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누가 뭐라 해도 해는 동쪽에서 뜨는거야!’하며 피식 웃는다.


2. 입춘대길 : 봄과 함께 행복이 찾아오다
어제가 입춘이었다. 아무리 추운날씨도, 또 아무리 더운 날씨도 절기를 피해가지 못하는 거 같다. 그렇게 춥던 날씨도 입춘이 되면서 풀렸다. 집집마다 써 붙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 우리말로 풀어쓰면 어떻게 될까? 깨달음, 봄과 함께 오다? 봄이 오는 날, 행복해지다? 이런 저런 망상을 피울 때 포항시내에 접어들었다.


3. 고등어 우거지조림과 멸치회무침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우동으로 아침을 때울까 싶었는데 ‘포항맛집’을 찾아서 지역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9시가 조금 넘은 주말의 도시는 우리의 욕심을 채워주지 않는다. 몇바퀴 돌다가 ‘아침식사 됩니다.’라는 문구만 봐도 반갑다.

작은 식당에 들어가 고등어우거지조림을 주문했다. 넓은 냄비에 푹 익은 우거지가 넉넉해서 맛이 좋다. 질기지도 않고 너무 풀어지지도 않았다. 적당한 국물은 간이 맞고, 고등어의 살집도 넉넉하되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다. 밥반찬으로 함께 나온 것 중 특이한 것이 멸치회무침이다. 하얀 멸치살이 꾸덕꾸덕한 게 약간 얼어 있다. 무채와 섞어서 담백하게 무쳐놓았다. 포항이라서 그런가? 포항에는 생선을 꾸덕꾸덕하게 만들어 먹는 게 또 있지 않나, 과메기 말이다.


4. 혼란의 시기 : 기회와 재앙
포항세무서 앞길에 있는 포항정토법회에 법륜스님의 신년법회가 열렸다. 좁은 법당을 가득메웠다. 법륜스님은 새해를 맞은 불자들에게 듣기 좋은 덕담만 늘어놓지 않는다.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강대국들의 정치지도자들이 내년이면 모두 바뀌게 된다고 하며 세력교체기에 큰 혼란이 함께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동안 한반도와 주변의 역사를 돌아보면 원명교체기, 명청교체기, 또 청의 전성기에 일본세력이 등장했을 때 한반도는 큰 혼란의 시기를 함께 겪었다. 역사를 교훈삼아 이 혼란의 시기를 지혜롭게 대응하면 ‘기회’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어리석게 대응하면 ‘재앙’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들의 인생들에 대해 조언하며 ‘40년전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는 괴로움이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복잡하고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며 이 모든 문제-먹고, 입고, 사는 문제는 물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 문제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40대 남자의 질문에 ‘원과 욕심’의 차이를 설명하며 실패가 상처가 되면 욕심이고, 실패가 새로운 도전의식을 만들게 되면 원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욕심은 버리고 원을 세우라’고 하면서 ‘실패가 유리한 조건임을 알아야 한다.’고 위로했다.


오늘의 가르침 
불리하다고 생각되거나 상처를 입었던 무수한 경험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유리한 조건임을 알면 괴로울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