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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다

언제나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린다

언제나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린다


 

 

아침부터 흐리더니 낮에는 엄청난 비가 내린다. 마치 시끄러운 공장에 들어선 것 마냥 전화기 소리도 잘 안들려 고함지른다. 잠시 멈추나 싶다가 다시 퍼붓는다. 장마가 시작이란다. 어제는 고모네가 농사지은 감자, 양파, 마늘을 받아왔다. 감자는 알이 굵어지려면 더 두어야 할 것 같은데 장마오기전에 캐야 한단다. 장마가 오면 감자가 썪는다고. 억수같은 비를 보면서는 감자를 어제 받아와서 다행이다 싶다.


매년 여름을 맞이하지만 매번 다르다. 불볕더위와 열대야, 장마와 홍수가 여름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것은 분명하다. 어떤 해는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고생하고, 어떤 해는 긴 장마와 홍수, 쓰나미 등으로 피해를 본다. 거기에 온갖 벌레들과 질병으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사람사는 세상이 다 그렇지 뭐, 하는 생각이나 사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강산에 태어난 몸쓸 자만감이 우리를 끝까지 지켜주지는 못한다. 매번 맞이하는 여름의 더위와 겨울이 추위를 뼛속 깊숙이 각인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똑 같은 추위와 더위로 고생하지만 현재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뿐이라고 자위해보지만 부질없다.

 


물을 돈 주고 사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을 때 믿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들 했는데, 지금은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아열대로 바뀌면 굳이 태국이나 필리핀으로 여행가지 않고도 남쪽바닷가에서 휴양을 즐길수 있을 거라고 예견들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남해에 들어가서 산다고 했을 때 동의해 주는 가족이 없다. 자본과 경쟁의 논리속에서 평생을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람도 없는 시골로 왜 들어가느냐고 핀잔이다. 벌어놓은 돈이 많아서 놀며 쓰며 전원생활하러 가는것이면 모를까, 젊은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시골보다는 도회지가 낫다는 논리다. 사람들이 왜 도시를 형성하고 살아가는지 아느냐, 돈을 벌려고 해도 사람이 적은 시골보다 도시가 훨씬 낫다, 먼저 살아 본 사람들의 경험이니 충고를 받으라는 식이다.


지금 건강상태로는 많은 휴식을 통한 체력과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남해에는 바다가 있다. 내 안에 무거움이 있을 때 나는 바다를 보며 털어냈다. 나에게는 바다가 에너지의 원천이다. 남해안의 섬들 가운데 그다지 개발이 덜 되어 있는 곳도 남해다. 그 곳에서 남해라는 섬을 알아가고 싶다. 그 곳 사람들은 옛날부터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먹고, 어떤 마을들이 있고, 어떤 길들이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싶다. 그 언저리에 작은 가게를 하나 열어서 사람들을 맞고 싶다. 이것이 내가 남해를 선택한 이유다. 이러한 것들을 이해해 줄 사람들이 아니다.

 


오래전에 내가 내 삶의 길을 선택했을때도 동의와 지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서로 설득하려다가 싸움이되고, 왜 그리 이해를 못해주느냐며 상처만 주었다. 그때 얻은 깨달음은 단순하다. ‘누가 이러한 나의 삶을 이해해 주겠는가?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족이니까!’ 이러한 깨달음과 더불어 깊은 이해는 상처가 더 이상 상처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답이다. 내가 천번, 만번을 설명한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반대와 저항들이 내가 나약해질 때 더욱 건강하고 굳건하게 만들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보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는 불안하고 불신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실패와 좌절의 시기도 있을 것이라 본다. 많은 책들과 TV의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더라도 그냥 되는 것이 없다. 모두들 ‘도전하라’고 외친다. 나는 그 도전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거기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며, 돈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다만, 이제는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며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장대비가 내리다가, 먹구름이 끼었다가, 해살이 비추다가 하는 것이 장마때의 날씨인 것처럼, ‘언제나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린다’는 법어를 가슴에 새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