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하다

집착 - 알아차림과 놓아버림

 

 

긴 여행의 길을 떠난다.

이것 저것 챙겨야 할 것도 많지만, 정작 짐 챙기는 것은 뒷전이고, 남겨 둘 다른 일들에 신경이 쓰인다.

원래 계획된 일정이라서 미리 마음의 준비들을 하고 있었건만 떠날 날이 다가오니 괜히 남겨진 일들과 사람들이 신경쓰인다.

문단속은 잘하고, 어떤 어떤 일들은 매일 체크하고, 실수하면 안되고....

 

남부터미널 옆에 벽을 오르는 담장이와 비를 맞은 나무들은 제대로 색을 뿜어내고 있다. 벽에 달라붙은 담장이의 잎들을 저 굳건한 벽은 어떤 마음일까. 날이 서늘해질 때면 한 여름내내 착 달라붙어 있던 담쟁이에 대한 집착하는 마음으로 이별을 못내 아쉬워할까, 집착하는 마음없이 둥글고 넓은 마음으로 다시 만날 날을 알기에 쉽게 '내려놓기'를 할까...

이 모든게 인간이 지어낸 자기 굴레에 맴도는 생각의 범주를 갖다 붙여 생각을 지어낼 뿐인줄 알지만, 괜히 담쟁이와 벽을 쳐다보고 나의 집착하는 마음을 들여다 본다.

 

내가 정작 염려하는 것은 뭘까?

문단속을 당부하고, 맡겨진 일들에 대한 진행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사람들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조급한 마음속에는 그동안 켜켜히 쌓여있던 나의 집착함이 그대로 배어나는 것일까? 놓아버림으로 더 큰 것을 얻고, 또 절대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몸은 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그동안의 조바심이 집착이었다는 것을 알고, 집착을 놓음으로 더 큰 절대자유를 얻고, 그것이 통큰 이익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직도 과거의 집착과 조바심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꺼기는 뭘까.

 

길게 한 숨을 내 쉰다.

사람에 대해, 물건에 대해 집착하는 마음을 붙들고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것에 가슴졸였던 내 과거를 씁쓸한 미소로 쳐다봐야겠다. 나는 다시 절대자유의 상쾌함을 맛보고, 내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집착을 '알아차리기'와 '내려놓기'를 위해 떠난다.

내가 갖고 있는 마음과 그 언저리에 묻어있는 입술자국같은 얼룩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나는 또 그 정당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던 날들은 이제 과거가 되어버릴 것이다.

 

'비뚤어져 버릴테야~'하는 마음, 정말 미안합니다.

긴 여행의 길~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