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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





성찰과 사색이 필요한 시대 - 남민전 사건을 돌아보며

이 책의 부제는 ‘남민전 사건으로 감옥에 간 교사 이수일의 삶, 사랑이야기’이다. 이 부제로 이 책 전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데는 70년대, 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몰라도 된다. ‘남민전’이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의 줄임말인줄 몰라도 된다.

이수일 선생이 남민전사건으로 감옥에 가게되었고, 감옥에서의 일상의 삶이 감옥밖에서 만큼이나 큰 가르침과 깨달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수호천사’라 불리우는 마음씨 고울것 같은 한 여인의 고운 자태도 큰 힘이 되었다는 것 등 이 모든 것을 통해 지금 여기 나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사유할 힘이 있으면 될 것 같다.

이수일 선생은 선생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남민전사건으로 함께 감옥간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경험한 이야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나누어주고 있다. 아주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우리 주변에 간혹 ‘참 부지런한 사람’이 있다. 그래서 무조건 좋은 사람이 있다. 자기 자신의 문제에 철저하고 계획적이며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이 있다. 물론 그래서 우리들은 좋아하지만 말이다. 마치 그런 사람 같다.

감옥에서 독방생활을 하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있다. 벽을 두드리거나 그으면서 모스부호같은 행위로 언어를 주고 받는다. 물론 이쪽 끝방에서 저쪽 끝방까지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내용이 전달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처절한 고독의 과정마저 인생이 한 부분으로, 감옥생활의 재미로 승화시킨 이야기다. 물론 지금에야 돌아보니 나오는 이야기일것이다. 형이 확정되기 전에 끌려가서 고문당한 이야기도 잠깐 나오지만 그 아픔을 어찌 다 이야기할 수 있겠으며 이야기한다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경험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을까 싶다.

국가(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최근에도 언론기사가운데 필리핀에서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쓰고 5년간 감옥생활을 하다가 보석으로 나왔다는 사람이 있었다. 아직 그의 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해서 우리 정부가 그에게 해 준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경찰에서 고문과 구타로 얼굴과 몸에 상처가 많이 났는데도 영사관에서 찾아와서는 ‘별일 없냐?’고만 묻더니 다시는 찾아오지 않더란다. 그 영사관 관계자의 인터뷰내용을 보면 ‘오히려 찾아가는 것을 싫어하더라’란다.

좌우의 이념의 무게는 얼마인가?

노무현 전대통령의 무덤에 분뇨를 살포한 사람이 잡혔다는 기사가 속보로 올라왔다. 좌우라고 하는 것에는 주장이 있다. ‘내가 옳다’라는 강한 주장이 밑바탕이 되어서 격한 언쟁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정말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좌우 이념논쟁으로 불거진 한 측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정기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떤 사람은 우리에게 진정 ‘좌’는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이 좌우의 이념논쟁의 무게는 과연 얼마일까? 모두 이념속에 갇혀서 미쳐가지나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성찰과 사색이 필요한 시대

이제 우리는 얇은 종잇장보다 못한 이념논쟁에 빠져있어서는 안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소모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정상들이 한국에 모이는 G20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라고 기대가 크다고 할 일이 많다고 엄청 광고를 했지만, 정작 주요뉴스에서는 경찰이 경호를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국민을 잠정적 범인으로 몰아놓고 치안유지에 열을 올렸다. 치안유지를 허술하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소리소문없이 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경사스런(?) G20을 맞이하여 국민들도 함께 기뻐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마치 모든 국민을 범죄인취급하는 것과 그 것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으로 이미 국민은 기분나쁘다.

◀ "남민전은 간첩단 사건이 아니었다" 경찰청과거사위원회는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브리핑룸에서 보도연맹, 남민전 사건등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06 오마이TV 문경미

이제 성찰과 사색이 필요하다. 그나마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성숙한 사회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야 한다.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불리하거나 두려울일이 뭐가 있나 싶다. 통큰 형님의 역할을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다고 생각이 든다.

시시각각으로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극한 상황에서의 자기질책과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개인의 이야기다. 물론 개인의 경험을 개인에게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나눔으로 우리들 내부에 새로운 분노를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그런 경험이 헛된 것이 아닌 새로운 발판이 되고 성찰과 사색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은 이수일선생과 남민전사건에 관계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찰하고 사색하며 연륜을 쌓아갈 수 있는 지혜를 우리모두는 얻어야 할 것이다.

저자소개 | 이수일
1952년 함양에서 출생하여 다섯 살이 되던 해 미륵신앙의 본고장 금산사 용화동으로 이사하여 성장한다. 1971년 경북대학교 수의학과에 입학, 정진회와 한풍회에 가입하고 교련반대시위에 참가하면서 운동권에 입문했으나 이듬해 자퇴한다. 1974년 성균관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하여 사회문제연구회에 가입하고 유신반대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나 무사히 졸업하고 1978년 정신여자중학교에서 교사가 된다. 그해 비공개조직인 한국민주투쟁국민연맹에 가입하고 민주구국학생연맹을 결성하여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다가 1979년 이른바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 15년을 받고 구속 수감되었다. 1988년 대통령특별사면으로 10년 만에 출옥한다. 1989년 전교조결성 후 정책위원장, 사무처장, 참교육연구소장,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1998년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1999년 해직 20년 만에 잠실고등학교에 복직한다. 녹색대학 창립위원, 전교조 위원장,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하고 2006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는다. 2010년 현재 고척고등학교에서 역사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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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10.11.14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