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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조선문화의 아웃사이더
 
책을 읽거나, 만화를 보거나, 잡지를 펼칠때 만들고 그리고 쓴 사람의 마음, 또는 등장인물의 마음상태가 어떠할까 하는 심정으로 읽는다. 그러하다보니 책을 읽고, 만화를 보는 시간이 꽤 걸린다. 잡지를 펼쳐보는 것도 휙휙 책장을 넘기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광고까지 보는 스타일이다. 책 보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지만 즐기는 분야가 다르고 얻어지는 것도 다양해진다.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은 제목보다는 저자 안대회선생의 이름을 보고 읽게 되었다. 안대회선생이 쓴 몇몇 저서들이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탓일것이다. 한문투성이의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다시 한문투로 풀어쓴다면 읽는 것도 읽는 것이지만 이해하기가 많이 어려웠을텐데 먼저 저자 안대회선생은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고 오히려 고전이라 할 만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으니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은 ‘시대를 위로한 길거리 고소들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현대의 직업도 수만가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조선시대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삶 자체가 하나 하나의 직업이지 않았을까 싶다. 주로 TV의 사극을 통해서 비춰지는 면은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다루어지다보니 서민들의 삶의 모습은 주변부처럼 다뤄진다. 그래서 속속들이 잘 이해되기는 부족하다. 여기 이 책은 서민들의 삶이 주인공이다. 



TV에서 <성균관스캔들>이 인기를 끌며 <성균관유생들의 나들이>라는 소설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의 초반부분도 양반가의 자제들이 새로운 벼슬길을 얻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글을 대신 써주기도 하고, 대신 시험을 쳐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듯이 사람들이 사는 곳의 사람이야기는 따뜻하다. 책 읽어주는 사람, 광대, 유량 연예인, 사회사업가, 노처녀 떡장수, 비구니 스님을 사랑한 사람, 도둑, 서당선생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상세한 출생연대기나 업적보고서 등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몇몇 문헌들을 뒤져서 찾아낸 이야기는 보물 그 자체다.

성대모사를 공연하는 구기전문가의 이야기에서는 마치 공연장에 함께 있는 듯하다. 책 속에 빠져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요즘도 성대모사는 TV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그 상상으로 조선시대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조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전국을 방랑하던 통영동이의 이야기는 우리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 전기수가 소설을 읽었던 곳들을 김정호의 지도위에 표시해둔 부분으로 글을 읽으면서 서울의 옛지도를 음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맛이다. 곳곳에 당시의 그림들을 삽입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오른쪽은 <성균관스캔들>의 한장면


당시의 노처녀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것들도 재밌는 부분이다. 또 먹고 살 길이 없는 양반은 나무를 팔러 다니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을 하기도 한다. 양반이라는 자존심을 버리지는 못하고 나무는 팔아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다. 또 성균관 유생들을 뒤치다꺼리하던 노비가 학원을 열어 당대 인기있던 강사가 되었던 옛날이야기만은 아니다. 또, 중간중간에 한시를 그대로 번역하여 옮겨놓아 읽는 맛이 남다르다.

이 다양한 캐릭터가 단순히 옛날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상사다. 지금의 사회문제가 100년, 200년이 지나면 어떻게 평가되고 비춰질까? 조선시대 양반의 자존심, 선비의 꼿꼿함으로 대표되던 시대에도 사람이 살았고, 그들의 삶이 사회를 지탱하던 기반이었던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저자거리의 흥얼거림을 느끼고 싶다면, 장터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그대로 보고 싶다면, 서민들의 마당안, 방 안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안대회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박사이며, 명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밀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유를 바탕으로 옛글을 고증, 해석함으로써 선인들의 삶을 풀어내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고전 산문 산책》,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선비답게 산다는 것》, 《정조의 비밀편지》, 《18세기 한국한시사 연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연경, 담배의 모든 것》, 《산수간에 집을 짓고》, 《한서열전》, 《북학의》, 《궁핍한 날의 벗》 등이 있다.

이글은 2010.10.11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