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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우리가 머무는 세상




1. 글을 읽고 쓰는 연습

사람들은 저마다 글을 읽고 쓰는 까닭이 있다. 사람들 각자가 갖고 있는 이유는 차치하고서라도 나의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몰상식에서 벗어나기>와 <생각 정리하기>다. 워낙에 우리들의 학교공부가 그러하겠지만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상식에 해당되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여러 가지 지식들을 직접 전달해주지 않는다. 시험에 나오지 않으면 배우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관행이었으니까. 핑계라면 핑계이겠지만 나를 돌아볼때 몰상식에 대한 평가와 진단을 그리 내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뒤늦게 지적욕구가 왕성하다. 인문학, 사회학, 지리학, 고전, 역사 등에 특히 많이 할애하여 책을 구하여 읽기도 하고, 또 그 구분과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다방면의 책을 읽기도 한다. 특정분야의 책만 골라서 읽는게 아니다. 어떤 책이든 나의 삶이나 생각, 주장을 담는다면 이와 같이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나쁜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주장, 주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설득력을 가질려면 정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식적 차원에서 습득한 지식이 큰 역할과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글 읽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읽은 책을 정리하고 리뷰를 간단하게라도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하기도 한다. 이것은 비단 그 사람에 대한 충고어린 말일 뿐 아니라 나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얼마전 별세한 리영희교수의 <대화>라는 책에도 잠깐 언급했는데 교수님이 읽은 책뒤에는 항상 간단하게 리뷰를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 어떤 책을 전쟁중에 오랫동안 어렵게 읽었노라고 회고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2. 틱낫한스님 특유의 화법과 발걸음

글 읽는 이유에 대해서 변명같이 길게 늘여 쓴 까닭은 틱낫한 스님의 글을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언젠가 금강경을 읽으면서 종교로서의 ‘불교’를 말하지 않고 환경운동과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물론 욕심으로 남아서 아직까지도 진행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 욕심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몇날 며칠을 두고 리뷰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머무는 세상>은 단순히 우리의 세상에 대한 의무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행동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틱낫한 스님의 특유의 화법은 언제나 조용하고 강요하는 법이 없다.

자신이 들숨과 날숨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과 머무름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 깨어있기를 말하고 있다. 즉, 호흡을 관찰하고, 행동에 깨어있는 명상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문제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사유하기를 권하고 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희망한다. 내가받은 작은 충격을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 - 가만히 지켜보기-과는 다르게 약간은 들떠 있다. 그 들뜸으로 인해서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온전한 전달을 통해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텐데 오히려 그 의미전달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내 마음은 마음대로 들뜬 상태로 있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살짝 된다.)



3. 환경문제와 수행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별을 위한 우리의 호흡을 살피고 있다. 자신에게 깨어있기를 강조하며 깨어있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 우리의 행동에 대한 책임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환경운동가들을 위한 마음 챙김의 지혜>는 심장이 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NGO활동가들에게 과거의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선배활동가들은 넋두리를 한다. 사회변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하지만 개인의 몸과 정신은 지쳐간다. 그래서 NGO활동가들에게도 영성훈련, 마음수련 등의 휴식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스스로 분노를 기반으로 사회변화운동을 조직할때에는 지속적이지 못하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 운동하는 과정에서 ‘화’를 다스리지 못하여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세상을 위해 옳은 일, 좋은 일 한다면서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다. 틱낫한 스님은 지구별이 상처받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들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환경운동가들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수행은 종교로서의 불교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호흡과 행동에 깨어있음을 말한다. 그 깨어있음을 위한 노력과 수행을 통해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나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환경자체의 문제도 아니고, 환경정책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들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금 여기 나의 가치철학의 변화와 행동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환경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긴장된 주장과 강요없이 조용히 금강경을 기반으로 한 명상을 안내하고 있을 뿐이다. 


4. 일상생활의 호흡과 행동

우리의 행동이 곧 우리가 전하는 내용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서늘해진다. 그동안 환경문제, 교육문제, 노동문제, 여성문제, 청소년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와 연관해서 그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고 정책이 부재하고 투덜대며 살았지, 정작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들이 생활계율로 삼아야 할 대목인것 같다. 지금 나의 행동 그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하고 있고 나의 온갖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우리사회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할 말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남탓으로 돌리기 위한 준비 말이다.


<지구 가타(Gatha) - 일상생활을 위한 명상>

하루의 첫 발을 내디디며
지구 위를 걸어가는 것은 기적이다.
마음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놀라운 다르마카야가 드러난다.

물을 틀며
물은 높은 산에서 흘러내린다.
물은 지구 속으로 깊이 달려간다.
물은 기적과도 같이 우리에게 온다.
그리고 모든 생명을 지켜 준다.

손을 씻으며
물이 손 위로 흐른다.
우리 소중한 별을 지키도록
보다 솜씨 있게
이 물을 사용하련다.

그대의 빈 그릇을 보며
나의 밥그릇, 지금은 비었지만
곧 귀한 음식으로 가득 차오를 것이다.
지구의 온 생명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충분한 먹을거리를 가졌으니, 나는 얼마나 행운인가.

음식을 내며
이 음식 안에
선명한 진실이 드러나 있다.
온 우주가
나를 지탱하고자 받들고 있음을 본다.

지구를 만지며
지구는 우리에게 삶을 주었고
우리를 키우고 있다.
지구는 그런 우리를 다시 거두어 간다.
모든 호흡과 함께 우리는 태어나고, 또 죽는다.

재활용하며
쓰레기 속에서 나는 장미를 본다.
장미 속에서 나는 쓰레기를 본다.
모든 것은 몸을 바꾸며 존재한다.
영원한 것마저 영원하지 않다.

- 틱낫한 스님의 「우리가 머무는 세상」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