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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우리안의 가짜논리를 찾다




1.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한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는 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까? 책의 내용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로 뛰어나기 때문일까? 출판사의 영업전략이 훌륭하기 때문일까?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정답이 없다.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가 ‘정의’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의 기준이 ‘개인’의 입장인지, ‘다수’의 입장인지에 따라 그 정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우리생활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접점들이다. 언젠가 법륜스님에게 ‘불교적 입장에서의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때 한가지로 정해진 그 무엇의 답은 없다는 의미로 ‘없다’고 결론부터 말하면서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서 살려달라고 할때 손은 닿지 않고 밧줄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빈집에 있는 밧줄을 가져와서 사람을 건져주어야 할까? 주인에게 허락없이 가져온다면 도둑질이 되고, 사람을 살리는 것을 포기하면 살생이 되지 않는가? 불교의 계율을 지키는 입장에서는 도둑질을 하면 안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사람을 구하지 않아도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살생계율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 그러나 여기까지는 자신의 계율을 지키는 것을 소중히 하는 소승적 입장이고, 대승불교적 입장에서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기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야단치고 도둑놈취급해도 억울해하지 않고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보살의 정신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가짜논리>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이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것은 공리주의라고 하는 담론적 흐름위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이 <가짜논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들을 수 있고, 언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의 속내를 꼬집으면서 논리를 파헤치고 있다.


2. 정치인들의 돌발영상과 <가짜논리>

우리 주변에서 정치인들의 앞뒤 말이 안되는 영상을 모아 보여주는 <돌발영상>을 본 적이 있을거다. 정치지도자들이 웃음거리로 변하는 대목이다. 스스로의 정치철학, 인생철학이 분명하지 않으면 앞뒤 맞지 않는 이야기를 종종 내뱉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짜논리>에서도 “저는 국민을 믿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정치지도자를 예를 든 곳이 있다. 낙오학생방지법을 강행해서 교과내용에 대한 학교의 자율권을 축소한 정책결정은 뒤집어 보면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혼에 인센티브를 주는 세금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개인적인 이유에 따라 스스로 결혼 여부를 결정하도록 믿고 맡기지 못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가짜논리>에는 심리적인 변화를 담은 결과로서의 대화, 정치적인 이야기, 과학과 전문성을 담은 이야기, 소설가나 음악가의 메시지 등을 통해서 우리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순들을 하나 하나 짚어주고 있다. 어찌보면 사소한 이야기일지라도 꼼꼼히 짚어보면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3. 우리들의 생활과 대화 속의 <가짜논리>

이 같은 부분은 비단 정치지도자들이 대상이 아니다. 우리들도 일상의 대화나 회의, 미팅 등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수단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말을 할때 ‘가령 예를 들어~’라고 힘주어 이야기하면서 일어날 수 없는 경우를 예로 설명하거나, 통계자료나 그래프를 근거자료로 제시하지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자료이거나 약간은 짜증섞인 말투로 “그 부분을 또 거론해야 합니까?”라는 투로 억누르거나...

정치인들을 욕하면서도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도 존재하는 이기심에 발로한 표현법에 대해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대한 입장을 가진다면서 앞뒤 말이 안되는 말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을 덮어주어서도 안될 것이다.


4. <가짜논리>를 찾아서

우리나라는 내년도 총선과 대선을 위해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듯 하다. 대통령은 ‘레임덕은 없다’면서도 벌써 언론에서는 ‘레임덕이다’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또 어떤 주요정당이나 정치인들은 ‘국민복지’문제를 들고 나왔다. 복지는 필요하고, 세금은 덜 내고 싶고~ 이것이 주된 관심사다. ‘복지’를 해야 한다고 하면 ‘세금’많이 내는 것으로 겁주고 있는 형국이다.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머리맞대어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당이나 개인의 입장만 되풀이하여 주장하고 있다. 미국식 복지와 유럽식 복지에는 각각 차이가 있다. 미국식 복지는 본인이 세금낸 만큼 받아가는 형국이라 서민이 병원 한 번 가려면 엄청난 돈을 들여야 하는 한다면, 유럽식 복지는 대신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방식이다. 이 둘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를 찾아야 할텐데 서로 주장과 주의만 난무한 형국이나 씁쓸하다. 이들 정치인들의 주장속에서 <가짜 논리>를 찾아보는 것도 국민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일까?



줄리언 바지니 Julian Baggini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칼럼니스트. 런던대학교에서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7년 창간한 계간지 <철학자의 잡지Philosopher's Magazine>의 공동 발행인이자 책임편집자다.
이 책《가짜 논리》는 <버터플라이즈 앤 휠즈 닷컴ButterfliesandWheels.com>에 ‘논리의 악수惡手’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더 나은 논리를 위한 출발점이자 세상에 가득한 헛소리에 맞설 도구로 구상한 이 책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논리의 함정을 지적하고, 올바른 사고를 위해 필요한 건 오직 부지런히 묻고 의심하는 태도라고 말하고 있다.
BBC 라디오의 <우리 시대 In Our Time>라는 인문학 토론 프로그램의 단골 패널, <가디언> <인디펜던트> <옵서버> 등 여러 잡지의 철학 칼럼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적극적이고 예리한 분석력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글쓰기로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는 《유쾌한 딜레마 여행》 《행간의 철학》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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