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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상식적으로~ / 상식을 넘어~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 특히 선불교에서 수행자들의 선문답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앞뒤가 꽉 막혀 ‘도대체 무슨 말인가?’하는 것이 ‘화두’가 되어 깊은 공부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선불교 수행자들이 원칙없고 상식적으로 앞뒤 맞지 않는 행각들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원철스님이 쓴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2009, 도서출판 호미)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경전마저도 부정하는 듯한 도도한 자태에 웃음이라고는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함과 비장함에 장난끼 섞인 만화가 곁들여있다.

덕산스님은 <금강경>의 대가였는데 용담선사를 찾아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문을 나섰다. 이미 바깥은 깜깜하여 제 신발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왜 다시 들어왔는가?”
“문 밖이 어둡습니다.”

그러자 용담 스님은 종이이 불을 붙여 덕산스님에게 건네 주었다. 덕산 스님이 그 불을 받으려는 찰나 용담스림은 ‘후!’하고 그 불을 꺼 버렸다. 그 순간 덕산 스님은 활연히 깨쳤다.

또 출가 수행자들에게 진짜 무서운 아줌마 선지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선종에서 말하기를 깨달음은 승속이 따로 없다고 한다. 즉, 깨달음에는 출가자냐, 재가자냐 하는 구분이 무색하다는 말이다.


암두선사가 법난을 피하여 속복차림으로 뱃사공 노릇을 하며 사람을 건네주는 것을 수행으로 삼고서 살고 있었다. (중략) 어느날 한 아줌마가 아이를 안고서 강을 건너가려고 나무 판자를 두드렸다.

“춤은 그만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이 애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중략)
“내가 일곱 아이를 낳았는데 여섯 명을 이미 물 속에 던져버렸습니다. 이 아이가 온 곳을 답변하지 못하면 이 아이마저 물 속으로 집어던져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암두 선사는 앞뒤가 꽉 막혀 버렸다.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중에서
앞서 이야기했듯이 상식의 차원에서 이해하려면 답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깨달음을 향한 질문임에는 틀림없다. 이 아이가 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전의 본래 온 곳을 묻는 것이다. 수많은 출가수행자들이 이 물음을 깨치기 위해 정진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선종의 가풍에 대해 소개하고자 함이 아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마치 선객들이 던지는 화두와 같은 이야기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스님에게 물었다>라는 이야기로 온라인에서 회자되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서 어떤 주부가 질문을 던졌다. 쉽게 꺼내기 어려운 질문이다. 질문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남자 아이 둘이 있는데,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는 괴로워한다. 큰 아들은 힘들어하며 군대에 갔는데 ‘엄마, 이혼해!’하고, 작은 아들은 ‘2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릴거야! 이혼은 절대 안돼~ 아빠하고도 살고 싶어!’ 이런 남편을 두고 어찌해야 할까요? 하는 것이 질문의 요지다.

스님은 선문답하듯 다시 물음을 던진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듣고는 아무 문제 삼지 않는데 부인과 아이 두 명만 문제 삼으니 문제가 되는겁니다.”

여기 저기서 웅성거린다. 사람들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남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문제가 없다니...?’라는 표정이다.

스님은 울면서 질문하고 있는 분에게 매정하리만치 단호하게, 그러나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아이들도 괴로워하고 본인도 괴로워하는데 누구 손해냐?”
“아이들의 문제는 엄마가 괴로워하지 않고 당당하면 모든게 해결된다. 엄마가 괴로워하고, 문제를 삼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불안해하고 괴로워하는것이다”
“남편이 돌아오더라도 차갑게 대하지 말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라” 등 질문자가 괴로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법륜스님의 <날마다 웃는집>(2009, 김영사)에서도 ‘바람핀 남편 어찌하오리까?’하는 내용의 글이 몇 개 있다. 날마다 웃는집을 위한 부부의 믿음 이라는 제목의 내용이다.

남편은 같은 직장 여직원과의 외도 사실이 드러나자 제게 눈물로 용서를 구합니다. 용서를 하고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어 불안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할지요? 저는 남편을 많이 사랑합니다.

법륜스님은 이러한 질문에 오해, 상상, 추궁, 갈등의 4단계를 겪으며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진단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먼저 그로 인해서 괴로워 잠 못 이루고 힘들어하고 있는 ‘자신’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시킨다. 거기서 출발해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법적으로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을 따지기 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또한 선사들이 던지는 화두같은 물음같기도 하다. (정말 어떠한가? 하고 곱씹어 볼만한 질문이다)

남편은 자기가 좋아서 딴 여자 만나는데 본인은 왜 밤 잠 못자고 계속 울어야 할까요? 이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나 스스로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도 나가서 바람을 피워야 할까요? 그런다고 마음이 편해지고 만족이 되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수행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야 할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나를 괴롭히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나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날마다 웃는 집>은 ‘부부의 믿음’외에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가족의 마음가짐’, ‘엄마의 마음결’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누구나 거실에 두고 가족이 함께 읽을만한 책이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바람핀 남편’ 때문에 울면서 질문하는 여성에게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이 문제는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할 때 참가자 모두들은 박수를 치며 공감을 했다. 정말 누구나 안고 있는 문제일까?하는 의심도 들지만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방법을 <날마다 웃는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문답같은 - 알아들을 수 없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앞뒤가 콱 막히는 심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정말 어떠한가?', '참 행복을 위해서는 어떤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면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2009.10.09 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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