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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불편한 진실을 담은 거꾸로 보는 고대사



거꾸로 보는 고대사 -
 
평소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 이 책 저 책 많이 기웃거린다. 그래서 역사를 잘 알아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국사> 수준이고 세계사는 지명과 인명이 어려워 일찍 포기했던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세계사를 포함해서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두는 것은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일게다.

그렇다고 나이들었다고 읽기도 어렵고 이해도 난해한 책을 선택하기에는 쉽게 포기할 것 같아 쉬운책부터 고른다. 그래서 세계사에 대한 것은 <가로세로 세계사>시리즈를 먼저 본 적도 있다. 이원복교수가 만화로 그린 것인데 김영사에서 발간된 것이었다. 한 눈에 세계사 전체를 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거꾸로 보는 고대사>이다. 박노자 지음의 책이다. 나는 박노자에 대해서 잘 모른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교수로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고, 그것도 <당신들의 대한민국>,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라는 그의 저서에 대한 광고를 통해서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것도 역사에 대해서 감히 말을 잇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책을 읽어가면서 ‘관점’을 달리할 수 있게하고 나름대로 불편하지만 객관적인 관점을 새롭게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박노자교수를 달리보게 되었다. 책 읽는 중간에 책표지에 기록된 그에 대한 행적을 다시 읽었을정도이니까.

그동안 우리들의 고대사는 광활한 만주를 지배한 (군사적으로) ‘위대한 민족’이었다. 또는 외세의 침략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한 단결력’을 보여준 민족이었다. 그러나 박노자교수의 <거꾸로 보는 고대사>는 고대의 그러한 ‘국가의식’이나 ‘민족의식’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강한 민족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만주영토 회복’이라는 희망을 주어야만 하는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의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노자교수의 논지가 도발적이고 한편으로는 불편하기까지 하지만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 설득력이 있다.

지금과 같은 민족사의 틀이 확립된 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적 시기다. 나라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신채호등의 민족주의자들은 민족수호를 위한 새로운 정신무장을 요구하게 되고, 이때부터 시작한 고조선과 고구려·발해의 강성함과 만주 벌판 지배를 부각시키는 민족사 쓰기는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또 삼국유사에서부터 ‘일본(왜)’에 대한 이야기는 부정적으로만 언급되어 있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왜’는 고려시대이후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백제부흥을 지원할 정도로 의리있었고, 가야와 교류가 활발했다고 이야기하면서 문화적으로 뒤떨어진 종족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김훈의 장편소설 <현의 노래>는 우륵의 가야금이야기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에 전시된 악기들을 여러 날 동안 쳐다보기만 하는 등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는 김훈은 이 소설에서 우륵을 위시로 한 가야와 신라의 삶과 정치, 문화와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는 가야가 왜와 교류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끼고 있다.

분명 우륵이 가야가 기울어짐을 알고 가야금을 안고 떠나야겠다고 결심할 때 제자 니문은 우산으로 갈 것인가? 왜로 들어갈 것인가?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우륵은 신라로 간다고 말하지만 이 대목에서 가야가 왜와 교류가 많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물론 <거꾸로 보는 고대사>의 영향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김훈이 <현의 노래>에서 이 부분을 더 부각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남한산성>이후의 글맛이 살아있는 글이 <현의 노래>였다. 말본새를 따라 흉내내고픈 글맛 말이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는 ‘민족과 국가의 경계 너머 한반도 고대사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단순히 ‘혈통적’민족을 넘어 ‘영토적’국가의 경계를 넘어 열린사고로 받아안고 세계시민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그 민족과 국가의 경계 너머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 오늘 내 삶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국사를 공부하든, 세계사를 공부하든 이 <거꾸로 보는 고대사>를 먼저 읽어 보기를 권해본다. 정말 옳으니 그르니 하는 생각이전에 새로운 관점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역사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왕족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일변도의 역사를 벗어나 그 시대의 서민중심에 녹아들어있던 문화중심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박노자 교수의 다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 출처 : 하니TV(www.hanitv.co.kr) 

※ 이 글은 2010.10.24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