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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나 자신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 : 생명가치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내가 이 책을 주목한 것은 제목<모터사이클 필로소피>에서 짐작해볼 수 있는 ‘오토바이의 철학’이 궁금해서도 아니고, 대학에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높은 임금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의 연구소장을 그만두고 오토바이 수리공이 되었다는 저자의 인생역정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한 것은 표지에서 발견한 몇가지 단어 때문이다. ‘손으로 생각하기’, ‘손일의 매혹’, ‘사무실에 갇힌 당신의 공허한 삶’ 등의 말들이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공의 삶’이라는 것은 적게 일하거나 편하게 일하고 보수는 많이 받는 직장을 다니는 일이다. 그래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면서도 육체노동은 천한 것이고, 정신노동을 하는 사무실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을 폼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애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자 매튜 크로포드가 말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들에 공감하면서 몇가지 짚어보고 싶었다. 저자가 여러 가지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보면 ‘손일의 매혹’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통해서 <지금 여기 나의 삶은 어떠한가?>라는 새로운 명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대사회의 특징 : 무한경쟁시대, 소비주의시대

단언컨대 인류의 역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 또는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좁게는 개인적으로 봐도 그렇다. 어떤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려고, 괴로워하고 싶어서’ 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과거 100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해왔다. 그런데 지금도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그 성질과 내용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뭘까?

행복한 삶을 위해서 누구나 노력하지만 그 기준과 방향이 잘못되었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많이 소비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욕망을 충족시키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행과 불행을 판단하는 것에서 그 출발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소유와 소비’를 향한 현대인들의 무한질주는 결코 행복과는 거리와 멀어질 것이다.

‘소유와 소비’를 위해 ‘갈등과 경쟁’은 필수적이다. 남을 속이고 빼앗는 것을 넘어 싸우고 죽이는 ‘투쟁과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자연환경파괴’를 통해 결국 우리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소유와 소비’를 위한 ‘갈등과 경쟁’의 무한질주 속에서 멈출 생각을 하지 못한다. 멈추는 순간 경쟁사회에서 낙후되고 죽는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메튜 크로포드는 한방향으로의 무한질주속에서 벗어났다.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한 직종’을 스스로 포기하고 나와서는 후회하거나 좌절하는게 아니라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살면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우리들은 보통사람들의 이러한 삶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심지어 비난의 눈길을 보내면서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한’사람의 선택에는 그것이 무엇이든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질까? 가령 ‘서울대 출신의 스님’이라던가 ‘하바드대 출신의 스님’이라던가 하는 말에 관심가지는 것과 유사하다.

무한질주하는 경쟁사회에서 <멈출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되풀이해서 이야기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경쟁사회’는 행복한 삶을 위해 선택한 것이라면, ‘멈출 수 있는 용기’는 행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실제로는 어떠한가?’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대표되는 ‘무한질주의 경쟁사회’는 자살률 1위, 이혼율1위, 우울증 급증, 인간성상실, 공동체붕괴, 자연환경파괴 등으로 우리가 추구하던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멈추지를 못한다.

<모토사이클 필로소피>에서 작가는 공구사용의 감소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공감이 간다. 요즘 사람들은 공구를 쉽게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A/S센터를 찾는 것이 당연하고 일상적이다. 하지만 A/S센터에서도 부품을 통째로 갈아끼우는 방식이 많다. 예전에 삼성전자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CD롬이 문제가 있어 A/S센터를 찾아갔더니 통째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역시 삼성이 A/S도 맘에 들게 하는군’이라는 생각으로 돌아왔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보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프린터기가 고장이 났는데 고치는데 20만원이 들고, 새로 사는데 27만원이라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난감한 때가 있었다. 물론 경제적 효율을 따지면서 조금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신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것이다. 그것은 경제적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의 이야기이다. 환경문제를 생각하고 자원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의유한자원을 생각하며 고장이 잦은 제품을 조금 더 써 보겠다고 20만원을 지불하는게 나을까? 조금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신제품을 오래쓰는게 좋을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우리는 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사무실근무(관리직)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서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병폐는 우울증이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모두가 우울증에 걸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많이 한다. 건강한 외모를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분명 정신건강에도 아주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쓸모있게 만드는 일 : 생명가치

<스님의주례사>의 저자인 법륜스님은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받으려는 것은 성공의 삶이 아니라 도둑놈심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리고 ‘빗자루가 빗자루의 가치를 다하려면 잘 쓸려야 하고, 걸레가 걸레의 가치를 다하려면 잘 닦여야 한다. 중요하다고 금으로 만든다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빗자루와 걸레가 더 이상 자기기능을 하지 못할때는 명을 다했다고 말하듯이 생명가치는 잘 쓰이는 것에 있다’고도 말했다.

행복은 물질적 가치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이 책의 저자가 자기 인생을 통째로 도박하듯 걸어서 경험한 ‘행복찾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손으로 생각하기’라는 말은 더 이상 머리굴려서 뭔가를 창조하려는 것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을 찾으면서 결국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생각버리기>라는 책이 인기를 끄는 것도 지금 복잡한 생각속에 갇혀서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좋다 싫다’ 등의 온갖 분별하는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 때문에 그럴것이다. ‘생각을 버려야지, 생각을 놓아야지’ 하고 결심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결심하고 노력하는 것은 ‘하기 싫은 것’이다.
저자는 손으로 하는 일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행위주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고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립과 자족의 삶, 행복한 삶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글은 2010.12.01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