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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마음을 쉬어라!




‘왜 사는가?’하는 물음을 스스로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삶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기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화두같은 말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가 덥다. 여름이 더워야 제 맛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도시열기는 정상적이지 않다. 휴가철이다. 휴가라고 어렵게 마련된 시간을 한가하게 <왜 사는가?>하는 궁극의 의문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그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쉼’을 위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적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오히려 돈을 들여가며 평소때보다 더 격한 노동으로 휴가를 보낸다.

한가하게 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기도 - 내려놓기>가 그 책이다. 비스듬히 누워서 읽기 시작하다가 점점 정좌하며 읽는 내 모습을 어느 순간 발견했다. 기도라는 것이 종교적 용어이기는 하지만 종교가 있건 없건 기도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어릴 때는 항상 숙제많이 내 주는 선생님이 아파서 학교 못나오기를 기도했고, 못살게 구는 친구 어떻게 되기를 기도했다. 시험때마다 좋은 성적 받기를 기도했고, 대학에 합격하기를 기도했다. 지금은 일 편안히 하고 돈 많이 벌기를 기도하면서 살고 있고, 건강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싶다. 그런데 ‘내려놓기’라니? 그 기도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란 말인가? 처음에는 그랬다.


법륜스님은 기도에 대한 이러한 나의 인식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고 있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면 행복해서 천국에 있는 듯하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통스러워서 지옥에 떨어진 듯 하는 반쪽짜리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고 일갈하고 있다.
뭔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종교를 가진 많은 사람들조차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기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는 말들을 한다. “에잇, 기도해봐야 소용없더라!”

1980년대 대학생들을 지도할 때의 일입니다. 어느 대학생이 민주화 시위에 참가했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날마다 절에 와서 기도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빨리 석방되게 해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대학생은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곧바로 석방되었습니다. 3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학생의 어머니는 부처님의 은혜와 가피로 아들이 석방되었노라고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석방 3개월 뒤, 아들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생의 어머니는 저를 붙들고 “감옥에 그냥 있게 놔두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하면서 통곡했습니다. 아들이 석방된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법륜스님은 서문에서 위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단지 기도할 뿐, 성취되고 안되고는 그분께 맡기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다만 기도할 뿐, 그 결과는 어떤 것이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기도는 모두 성취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도는 자신의 몸을 낮추고 마음을 숙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과 화를 내려놓는 법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틱낫한스님의 <기도>라는 책에서도 기도할 때에는 ‘반드시 스스로를 통찰하라’고 가르친다. 서로가 분리된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그러한 이해없이 미움과 원망, 질투와 분노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은 올바른 기도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또 틱낫한 스님은 기도를 할 때에는 온 몸, 온 마음을 다해서 해야 하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로 머리를 조아려 기도하는 불교승려나 가톨릭 수사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절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절은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열어 땅에 엎드리는 겸허한 자세”라고 기도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 욕구대로 해 달라고 비는 것이 기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스스로 겸허해지고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성찰하고 참회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최근 종교분야 베스트셀러인 이어령님의 <지성에서 영성으로>에서도 그 간절함과 겸허함이 속속들이 표현되고 있다. 어느것 하나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분이 하느님을 찬탄하고 그 분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고백하는 모습은 자못 진지하고 아름답다. 거기에는 목을 뻣뻣이 쳐들고 주장과 원칙을 따지는 꼿꼿한 노인네의 모습이었다면 그리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바릍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어느무신론자의기도 중에서>

법륜스님의 <기도>에서도 엎드려 절하면서 스스로 돌이켜 참회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옳은 말씀’으로만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기도하면서 잘 안되는 모습들에 대한 궁금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에 대한 답변도 정리되어 있다. 가령 ‘간절한 마음이 안될때’, ‘게을러서 기도하기 싫을때’, ‘몸이 아파서 절을 하지 못할 때’, ‘집안이 잘 되는 기도’ 등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자식이 내 말을 안 듣는다면, 자식의 그런 저항감이 내가 남편에게 가진 저항감의 씨앗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이걸 알아야 내가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그럴 때 비로소 ‘아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열심히 참회해야 되겠구나.’하고 간절한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겁니다.
이때 간절한 마음이라는 건 뭘까요? 어떤 일 보다도 기도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입니다. (중략) 기도문이 ‘남편한테 숙이겠습니다.’라면, 이것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시비하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합니다. 이 기도문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남편이 바람을 피웠니, 노름을 했니, 늦게 들어왔느니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서 밀어붙여야 내 문제가 단박에 해결될 수 있습니다.
<기도-내려놓기>중에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행해왔던 수많은 기도와 달리 이제 새롭게 눈뜨는 기도를 해봐야겠다. 나를 낮추고 겸손해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하니 쉽지는 않겠지만 그 길만이 나를 진정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하니 믿고 해볼 수 밖에! 그 길에서 붓다와 예수를 만날 수 있겠지 하는 바램으로 시작해야 겠다. 나도 나이가 들면 현대인의 지성으로 상징되는 이어령교수처럼 겸손하게 땅에 엎드리고 낮아질 수 있을까, 또 법륜스님처럼 자기를 낮춰 기도함으로 당당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기도-내려놓기>는 종교와 관계없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각자의 종교과 신앙에 더욱 충실해 질 것이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에 더욱 진실해질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거라 본다. 세상에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나와 있고 참 훌륭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책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읽고 변하지 않는 나 자신을 나무라는 것이다. 나를 엎드리는 연습부터 시작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발견한다면 그 어느 자기계발서보다 값진 안내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올 여름 더위속에 <마음을 쉬는 법>을 알았다.

이 글은 2010.08.03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