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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뒷간]똥이 밥이 되어야 할 세상

[생태뒷간]똥이 밥이 되어야 할 세상





요즘 <저탄소 녹색성장>이 화두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내 놓다보니 여기 저기, 특히 기업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환경실천운동을 주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생태뒷간에 대한 좋은 자료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회피하고 싶거나, 또 전통뒷간의 이야기에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라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녹색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 분야로서 우리의 전통생활방식과 외국의 실천사례들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수세식 화장실에서 일을 본 뒤 레버를 누르면 곧바로 내가 만든 배설물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물이 씻어 내려 금방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 후 그 오줌과 똥은 정화조에 담겼다가 더 멀리 흘러가 분뇨처리장에 모여 처리된다. 수세식변소에 누는 오줌과 똥은 내 몸과 분리되는 순간 나와는 관계없는 그 머나먼 곳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이 수세식 변소는 배설물을 많은 양의 물로 깨끗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방에 혹은 부엌과 나란히 붙어있기도 하다.

그러나 푸세식은 다르다. 뒷간(왠지 푸세식은 뒷간, 수세식은 화장실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은 사는 공간과는 좀 떨어져 집채의 뒤뜰이나 한쪽 구석에 있기 때문에 이름도 ‘뒷간’이다. 이 뒷간의 오줌과 똥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삭아 밭으로 보내져 거름이 된다. 우리는 밭에서 나는 채소를 먹지만 이 채소는 내가 버린 그 오줌과 똥을 먹고 자란 것이다.
내가 버린 것이 바람과 물과 태양과 흙의 큰 에너지를 모아 입으로 다시 들어오는 순환을 반복한다.

푸세식 뒷간은 돌고 도는 우주 ‘순환의 세계관’과 자연의 원리에 순응한다. 그러나 반대로 수세식 화장실은 내 몸에서 분리된 오줌과 똥을 나와 관계없이 그대로 버려 어디론가 사라지게 한다. 그래서 수세식 화장실은 곧‘직선적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드는 문화와 버리는 문화

수세식 화장실은 똥을 ‘더럽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똥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일 뿐 아니라 더럽기 때문에 없어지거나 사라져야할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푸세식 뒷간에서의 똥은 채소의 먹이가 되는 거름일 뿐 아니라 더 없이 소중한 자원인 것이다. 예전 시골에서 아이들이 남의 집에서 똥을 누고 오면 야단을 맞았던 것도 똥은 밭에 쓰이는 거름, 즉 소중한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음식문화는 바로 ‘먹는 것’에 대한 문화이고 인류는 역사 속에서 먹는 문화를 풍성하게 개발해 왔다. 각 나라마다 수많은 조리재료와 요리법, 그리고 식사하는 방법이나 예절, 식당이나 음식점의 다양한 설계와 그릇의 디자인 등이 있는 것은 모두 먹는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 몸을 하나의 파이프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요란하고 호화로운 음식이 바로 입이라는 파이프 입구에 모아져 미각의 즐거움을 주고는, 파이프 중간을 통과하면서 흡수되어 온갖 에너지원으로 분산된 뒤 파이프의 끝에서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파이프의 앞 문화(음식문화)는 다채롭게 발전되어 있지만, 파이프의 끝 문화(똥의 문화)는 소홀히 처리되거나 무시되고 있으며 파이프 앞의 문화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 어느 건물이든 화장실(변소)을 보면 그 건물을 설계한 사람과 소유주, 살고 있는 사람의 기본 면모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자연계의 되먹임 순환 사슬 속에 보면 들어오고 나감이라는 것을 따로 구분할 수 없지만, 결국 직선적 세계관속에서는 똥을 버려 나와 상관없는 아주 먼 곳으로 격리시킨다. 그러나 결국에는 다시 내게 돌아오는 이치를 망각한 것이 인류의 어리석음이요, 생태계의 위기는 바로 이러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쓰레기 문제도 이와 같다. 현대문명은 생산하는 방법은 많이 개발하였지만 폐기하는 이치를 개발하지 않았다. 먹는 방법은 알지만 싸는 방법을 모르는 변비문화인 것이다. 자연계에 버려야 할 쓰레기란 본래 없다. 어느 것이든 단1g이라도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용하고 사용가능함에도 쓰레기로 간주된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당장에 소용이 없으면 미련 없이 버린다. 그래서 버려지고 매립되면 다시 자연 속에 소생되어 사용될 가능성이 없게 되는 것이다.

밥-똥-삶의 순환고리를 찾아

에코붓다에서 발행한 생태뒷간(Eco Toilet)자료집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사는 삶과 터전을 위한 공동체이야기의 부분으로 뒷간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체 구성은 <1부 - 밥>, <2부 - 똥>, <3부 - 삶>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밥>에서는 소비주의라고 할 수 있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과 생태공동체운동이라는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전통뒷간과 사찰해우소, 퍼머컬쳐와 생태뒷간 등을 다루고 있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밥은 단순히 밥이 아니라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래 내용은 밥의 의미를 생명의 입장에서 강조한 말들이다.

“지금 여기 이밥과 한 몸이 되게 하소서” - (구세공보)
“이 공양에 깃든 이웃들의 공덕을 생각할 때 저의 덕행이 부끄럽습니다.” - (소심경)
“너의 가득찬 그릇을 보라. 나는 이 음식 속에서 나의 존재를 떠받치는 온 우주의 존재를 본다.” - (틱낙한 스님의 식사기도)
“이 음식을 먹음으로써 나는 물질의 가슴에 들어가고 또한 나는 꿈을 현실로 바꾸는 복잡한 생명활동에 참가하게 됩니다.” - (에드워드 브라운의 시)
“밥 한 사발 먹는 것이 우주와 함께하는 것이다.” - (장일순)

또 성경에서 밥과 관련된 기록들을 소개하고 있다. “요한복음 2장 1절 ~ 12절”에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가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 “마태복음 14장 13절 ~ 21절”에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여자와 아이 외에 오천 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를 남긴 일 등에 관한 이야기는 나와 타자 관계에 있어서 우선해야 할 일이 나눔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마가복음 14장 22절 ~ 25절”에 흔히 최후의 만찬이라고 불리는 성만찬의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다.

또 불교의 식사수행법으로 발우공양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소심경은 불교의 발우공양의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는데, 「소심경」에서는 물 한 방울, 쌀 한 톨, 바람 한 점이 밥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으며 밥이 우주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은 「소심경」은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숨 쉬고 있는 수많은 자연과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소심경」의 내용의 일부인 「오관게」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밥에도 만민의 노고가 스며 있으며
한 올의 실타래에도 베 짜는 여인의 피땀이 서려 있다.
이 물을 마시고 이 음식을 먹고 이 옷을 입고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여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일체중생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또 전통뒷간의 유형별 구분을 통해 특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서 이러한 전통뒷간이 갖는 생태공동체적 의미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사찰해우소와 전통뒷간을 소개하는 부분인데 사상적 철학적 의미와 더불어 구조와 이용사례등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2부 - 똥>에서는 자연친화적인 뒷간을 탐방하고 조사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생태뒷간 탐방 길라잡이에는 생태뒷간 조사항목과 내용과 더불어 각 영역별 특징들을 정리해놓고 있다.

또 남원 실상사의 해우소, 지리산생명문화교육원 뒷간, 산청안솔기마을의 각 가정의 특징적 화장실, 선암사의 전통해우소를 직접 탐방한 내용도 정리되어 있다. 국내의 전통해우소와 생태뒷간을 소개하는 것과 달리 해외의 사례들도 그림과 함께 원리를 설명하면서 안내하는 것은 주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3부- 삶>에서는 똥의 순환을 위한 대안기술을 소개하는 등 똥이 똥으로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가치로서의 재조명을 하고, 우리들의 전반적인 삶을 반성하고 돌아보고자 하는 내용으로 정리되고 있다.

해외사례의 경우 방대안 양의 사례들을 번역하고 정리한 것은 눈여겨볼만한 자료임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생태뒷간의 가치와 철학에 대해 소개하는 자료는 있어왔고, 국내의 생태뒷간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한 적은 있지만 국내사례와 더불어 해외의 사례를 아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자료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이 책은 <행복한책방>쇼핑몰 http://shop.jungto.org 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