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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은?




우리들에게 시작의 의미는 남다른 것 같다. 연인들에게 있어서 첫 만남과 첫 사랑, 그리고 첫 키스 등이 큰 의미가 있고, 또 수행자들에게는 처음에 깨달음을 구하고자 마음을 일으키는 초발심이 중요하다. 그렇게 ‘처음’이 시작을 의미하고 또 큰 의미를 담으려는 기본의지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수많은 언론에서도 모든 사건 사고를 바라보는 관점이 처음의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거 같다. ‘~이 일은 한국역사상 최초로 있는 일이며…’, ‘이렇게 날씨가 추운 것은 100년만에 처음 있는 일…’라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불교, 그것도 한국불교에서 각 영역별로 그 처음은 무엇일까?

▲ 현존 최고 사찰로 알려진 강화 전등사



한국불교의 처음을 찾아 발로 뛰어 쓴 글


<한국불교의 최초를 찾아서>라는 것도 법보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하는 심정섭기자가 ‘처음을 찾으려는 정신’에서 출발한 것 같다. 어찌보면 쉬운 것이지만 아무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무수한 것들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이 한국불교 최초’라는 주제로 신문연재를 하던 것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우리들이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하나인 사찰, 불상, 불화, 불탑, 법당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 사찰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범종, 법고, 부도, 사리, 석등, 당간지주에 대해서 ‘최초’를 찾았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불교’의 영역 깊숙이 들여다보게 된다. 사찰의 구분에 해당하는 강원, 선원, 율원, 총림 등이 있고, 또 스님들의 수행과 관련하여 발우와 가사, 경전, 사경, 진언, 다라니 등이 있다. 또 금강계단, 적멸보궁, 복장유물 등에 대해서도 있다.

먼 과거의 오래된 이야기만 있을 법한 주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종단, 종정, 법난, 독립운동가, 노인복지시설, 일요학교, 유치원 등의 근현대사에서 발견할만한 주제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손에 잡히는 근현대사

근현대사가 우리들에게는 어찌보면 먼 과거의 일이지만 해방전에 태어나 역사를 전공하고 가르치고 있는 강만길교수의 자서전 <역사가의 시간>을 보면 역사가 아니라 지금 정리해야 할 추억이다. 일제시대, 2차세계대전, 해방, 좌우갈등 속의 혼란기, 남한단독정부수립, 6.25 전쟁, 민주화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이러한 자서전은 쓸만하겠다 싶다. 어찌보면 써야 할 책무를 느끼며 썼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아직도 남북이 분단된채 자기의 정체성과 정당성, 그리고 정통성을 주장하며 지금껏 대립하고 있다. 이런 사회속에서 역사가로서 역사적의미를 담은 평가를 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근현대사는 학교교육에서도 얼버무려 끝낸다.
그래서인지 근현대사에 대해서 집중해서 파고들어가지 않으면 잘 모르는 영역이다. 아득한 옛 왕조의 역사보다 더 깜깜해져 버린다. 강만길교수를 통해 근현대사에 관심을 가지던 차에 <한국불교의 최초를 찾아서>에서 근현대사에 걸쳐있는 ‘불교’는 반갑다. 한국불교의 1600여년 역사가운데 근현대사부분에서 질곡의 역사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불교의 최초’를 보면서 몰랐던 상식에 대해서 폭넓게 섭렵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사찰, 최초로 조성된 불상, 가장 오래된 절, 최초의 스님 등 우리들이 한번쯤 가져 볼만한 질문 또는 궁금증들을 풀어놓았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오래된 문헌을 찾아서, 또 전문가들에게 물어서, 또 현장으로 직접 찾아다니면서 쓴 것이다.



<한국불교의 최초…>의 눈에 띄는 장점



▶ 불교문화와 역사의 이해

우리들은 불교에 대해서 막연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학교교육에서 종교에 대해서, 불교에 대해서 이해와 가르침이 부족한 것도 있고, 이것은 불자들에게도 종종 나타나는 현상중에 하나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진리로서의 불교와 종교의식을 담은 문화로서의 불교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불교문화와 한국에서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 상식과 지식의 확장과 확대 

넓게는 불교전반에 대한 다양한 유물과 문화를 통해서 우리들의 상식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가령 방장이 있는 절과 조실이 있는 절의 차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사찰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오는 문제이다. 이렇듯 잘못이해하고 있는 불교에 대한 것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넘어 상식과 지식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마치 사전처럼 이 한 권만 있으면 불교문화의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 연가칠년명금동불입상


▶ 청소년들의 훌륭한 역사교양교재 

청소년들에게 불교를 알리는데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만약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불교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고, 부족한 부분을 직접 찾아 조사하고 발굴하는 역할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문화와 역사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학교교육에서 ‘국사교육’이 선택과목으로 바뀌어 찬밥신세가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여기 저기 시험에서도 반영하겠다며 난리다. 청소년들이 습득하는 것은 불교에 대한 문화와 역사라는 표피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으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불교의 최초…>의 아쉬운 점


▶ 일반인을 위한 팁 제공이 필요

이 책은 불자들만 읽어야 할 책이 아니다. 불자들에게는 자기 신앙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지만 타종교인이나 일반인에게로 독자층을 확대한다고 볼때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불교문화와 역사는 한국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불교문화유산이 중요한 가치를 갖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역사의 현장과 곁들여서 이해할 수 있으면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에게도 이 책은 아주 유용해질 것이다. 본문내에 팁으로 처리해서 함께 실린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이해를 돕기위한 사진이 더 풍부해야

이 책의 본문은 흑백으로 인쇄되어 있고, 사진은 풍부하지 않다. 만약에 이 책을 올칼라, 또는 부분칼라로 인쇄되고 사진이 더 확보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표지 디자인도 세련되고 내용도 그에 걸맞게 잡혔지만 본문의 사진들이 부족하고 있는 사진마저 섬세함이 떨어지는 흑백으로 묻히는 것 같다. 여기에서 사진은 본문을 뒷받침하는 보조자료로서의 가치를 넘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돕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청소년, 어린이를 위해서는 사전배경설명이 충분해야

여기에서 소개되는 것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문헌상 처음 발견된 것과 실제로 남아있는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들 등을 구분해서 소개하는가 하면 자료를 인용해서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불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정리한 것 같다. 신문에 연재되는 칼럼의 특징이 그럴 수 있다는 이해도 된다. 불자들에게는 기본상식이 되어 빠질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몰라서 허둥대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기본지식, 사전배경이 될만한 것들을 충분히 안내해 준다면 청소년 교육교재로 활용하기도 좋을 것이다.

새로 책을 만들어내고 보완한다면 사진은 더 보충하여 칼라로 바꾸고 사전배경지식을 충분히 안내하는 것을 요구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 어린이용으로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구상해보는 것도 좋을 법하다. 어린이용 교재가 부족한 시점에서 이 컨텐츠는 훌륭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