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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나는 박해선을 잘 모른다. 시인이자 방송 프로듀서라고 한다. 시를 잘 읽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방송을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일까?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표지가 참 곱다. 검붉은 바탕색이 애절하다 못해 시리다. 사진은 작고 별 내용없는 것 같은 흑백사진 하나 띠처럼 둘렀다. 눈에 띄지 않으려 숨고 있는 듯 하다. 그래도 그 있으나 마나 한 사진 때문에 표지가 살아 있다.

이문세, 김장훈,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성시경, 호란이 박해선의 시를 낭독한 CD가 책뒤에 붙어 있지만 관심없다. 박해선을 모를지라도 이 책을 읽고는 오직 박해선의 목소리로 듣고 싶을 뿐이다.

시인들의 시가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이고 멈추게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를때가 더 많으니까. 그래서 시를 읽지 않는지도 모르겠다만. 하지만 박해선은 다르다. 내가 이 사람을 잘 모르지만 사진보니 나이좀 지긋한 중년이고 키는 클 것 같다. 평소 가족들에게 부드럽지만 일할때는 날카로울 것 같다. 상반신 사진 한 컷보고 내가 마음대로 생각하는 내 견해일뿐이다.

알듯 모를 듯 하는 시들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이고 전부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들의 일상의 호흡이기 때문일게다.

비가 오고 눈 내리는 그 사소함으로 사랑의 이름을 부른다더니  (207쪽)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 당신이 나의 종교라오. (215쪽)

아들아//...너는 내가 훔쳐보는 한 권의 소설책.// 읽다보면 뒷장이 늘 기대되는 놈.// 내 인생의 소설책에 조연이면서 주연처럼 느껴지는 묘한 녀석. (217쪽)

평생 공무원을 하신 92세// 자식들 만날 때마다 무릎꿇리고 같은 말씀만 하신다.// 먼 곳에서 욕하는 사람보다 가까운 곳에서// 잘해주는 사람 조심해라.// 공직자가 가깝고 친한 사람 생기면 일 그르치기 쉽다. // 용동 받아 부자 된 놈 없다. (226쪽)
사랑한다. 내 아내. // 업고 다녀도 모자랄 내 곱고 작은 애기 (230쪽)


저자 박해선PD는 ‘가족과 떨어져 여러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일 년여의 시간’에 썼다고 하며 ‘나의 그리움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비오는 날, 혹은 눈이라도 내려서 우중충 날, 조금은 한가해서 창밖으로 눈 돌릴 시간이 있는 날, 이 책을 꺼내서 읽으면서 함께 ‘공유’하시길...


저자 박해선
| 시인이자 방송인
어린 시절 별이 쏟아지는 마을에서 자란 그는 스무 살 무렵, 월간 <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이후 시집 《늑대와 삐비꽃》을 발표했다. 그의 순수한 감성은 꿈이었던 PD가 된 후 빼어난 감각으로 발휘되었다. KBS의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문세 쇼> <열린음악회>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 음악과 이야기가 흐르는 감각적인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예능국장이 된 후에는 <해피선데이-1박2일> <해피투게더> <미녀들의 수다> 등 화제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잠시 세상 밖에서 머물러야 했던 그는 그 아픈 순간마저도 ‘금쪽같은 나의 젊은 날’이라 기억하며 뜻밖의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된 더 깊은 사랑과 희망을 이 책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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