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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나에게 있어 역사속의 인물들은 과거의 박제된 인물이었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수염이 길고 풍류와는 어울려도 당최 농사꾼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복색으로 각인되어 있는 초상화도 같은 것이었다. 중고등학교때 국사 교과서에서나 생각해 보았음직 한 인물들, 그것도 시험 때문에 억지로 그들의 업적에 대해서 외웠을뿐이다. 그런 역사속의 인물들이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책만보는바보>를 읽고 역사속의 인물들이 더 친숙하게 되었다. 이덕무의 <간서치>라는 자서전을 풀어쓴 글 속에는 이덕무를 비롯해서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등의 눈에 띄는 인물들과 벗하여 놀던 모습들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그 후로 자세히 보니 정약용, 박지원 등의 인물에 대한 책이 여럿 있었다. 또 옛사람들의 글과 시를 풀어쓴 책도 있고, 역사서도 많이 있다. 옛사람에 대한 글을 즐겨읽는 지인의 소개로 최근에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책을 읽었다.

요즘은 새로운 미디어시대로 소셜네트워크가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트 등의 공통점중에 하나가 ‘글쓰기’다. ‘글쓰기를 잘 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블로그의 글이나, 책들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글을 잘 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일거다. 내가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에 마음뺏겨 읽기 시작한 것도 연암에 대해서라기보다 ‘연암의 글쓰기 법’이 특별히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전체는 연암이 연암이라는 호를 갖게 된 연암협에서 지낸 몇 년간의 일이 전부다. 연암에 대해 글을 읽었을때는 이 연암협에 대한 이야기는 멀리서 지켜보듯 그의 행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우가 적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부족하다싶었던 연암협에서의 생활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으니 더욱 생경하고 반갑다. 하지만 이 글은 소설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연암의 글은 연암이 남긴 글을 중심으로 기록되었지만 그것들을 연결하는 스토리는 픽션이라는 것이다.

연암의 아들 종채가 아버지에 대한 글을 남기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던 중 발견하게 된 글속에 연암협에서 제자로 살았던 지문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여기에 다시 연암의 글을 되풀이 하며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글쓰는 법’에 대해서 쓰지는 않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너무도 쉽게 글을 쓰고 지우는 지금과는 달리 자신의 삶의 철학을 담아야 하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진중한 글쓰기는 말하기에서도 배울만하다.

이 한 권을 읽고 난 뒤 남다르게 글쓰는 솜씨가 늘어날 것 같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정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삶을 꾸려나간다면 그 내면의 이야기가 절로 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쓰는 법’에 대해 새롭게 공부하려는 사람 있거든 다른 책들을 보기 전에 이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