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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베르베르식의 글쓰기 <끝까지 이럴래?>

[책리뷰] 베르베르식의 글쓰기 <끝까지 이럴래?>



 

얼마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이 작품은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 최진영이라는 이름은 그래도 낯설다. 공감하고 나누고 싶은 그 알싸한 기분이 날아가버릴까봐 잡아두는 심정으로 리뷰라는 이름으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 영향으로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작품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끝까지 이럴래?>를 펼쳤다.

<끝까지 이럴래?> 무슨 제목이 이래?
적어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작품들인데 제목에서 영 땡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잡은 것은 아마도 작가 최진영의 작품에 경사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내가 소설에 대해서, 또는 다른 글이나 책에 대해서 논평같은 것을 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제대로 할 줄도 모르지만 한쪽 끄터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 정도는 내 자신의 재미로 삼을 수 있어 좋다.

내 생각에 빠져사는 어른들의 아이사랑법
그 가운데 한창훈의 <그 아이>라는 글은 읽으면서 쏙 빠져드는 느낌이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섬사람들이 화산활동으로 인해 뭍으로 나와서 살게 된다. 그중의 한 아이는 우연히 피아노를 발견하게 되고 절대음감으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피아노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피아노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가르치는대로 연주하라고 한다.

“서로 좋아하는 것들이 흩어져 있어요”

“잔잔한 바다에 오리가 힘이 빠진 채 둥둥 떠 있다”

“새가 가지에 내려앉아 깃을 다듬는것 같잖아요. 부리로 하나하나 다듬을 때는 아주 천천히 그것을 하거든요.”

이 모두 소리에 대한 표현들이다. 하지만 이 아이의 이러한 감각들은 어른들은 무시하고, 특히 선생님은 회초리로 다스리면서 가르친대로 연주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상을 받을 수 있다고. 그 아이는 피아노 연주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한다.

착한여자의 우발적 남편살인?
박정애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다보면 지금이야 그렇겠냐마는 경찰서를 어떤 이유로든 한 번이라도 다녀본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경찰들의 더러운(?)성질들을 슬쩍 슬쩍 엿볼 수 있다.
형사 최평서의 삐딱한 시선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 등 등장인물들 하나 하나에 생명을 느낄 수 있고,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을 통해 ‘착한여자의 나쁜 남편에 대한 우발적 살인’을 알 수 있는 것에서 형사의 시선으로 남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13명의 단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모든 작품들이 모두 감동적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몇몇 글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기도 하겠거니와 속된말로 ‘똘아이 아냐?’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글쓰기, 글쓰기
하지만 우리들의 일상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거나,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새롭게 발견하고 글로 옮겨놓고 있다. 다양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의 일들에 대한 기록들은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에 대한 필요성은 말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여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글로 옮기는 연습이 필요하고 그 연습이 쌓이다보면 나중에 글쓰기를 잘할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하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만 결국 나 스스로에 대한 최면이기도 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식의 글쓰기 <나무>
우리에게 <개미>로 잘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아이디어와 글쓰기에 극찬을 한다. 아직 <개미>나 <신> 등의 작품들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식의 글쓰기는 그의 작품 <나무>를 보면 잘 알 수 있고, 그 글을 읽고나면 글쓰기에 희망이 생겨 ‘나도 해 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기에 <나무>를 펼친적이 있다. 단편모음으로 쉽게 읽혀진다. 또 그 주제와 소재가 너무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누구나 눈감고 꿈꾸면서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작품집 <끝까지 이럴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보는 듯하다.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너무 쉽게 이렇게 말하면 작가들이 글쓰기의 소재를 찾느라 머리를 싸매는 것을 저평가하는 것일까? 하지만 작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상의 삶과 생각들, 그리고 경험들을 글로 옮겨놓거나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자신감을 주는 책이다.

(이 글은 2010.10.20에 포스팅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