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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성매매여성들의 자기고백, 그리고 가족


성매매여성들의 자기고백, 그리고 가족



오늘 비가 제법 내린다. 봄을 재촉하는 건지 잠깐 겨울추위를 눈속임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2월인데 꽃샘추위 한 번 살짝왔다가 이대로 봄을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이상기후현상으로 이러다가 봄이왔다하고, 날짜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여름이 훌쩍 앞당겨올까봐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비가 내려 우중충한 날씨때문인지 오늘 읽은 책 때문인지 조금은 힘이 빠져나간 듯 나른하다. 최근에 출간된 두 권의 책을 오늘 잠깐 시간내어 단숨에 읽어버렸다. 어떤 내용이 어떤 기획으로 구성되었는지 살펴보려는 참이었는데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중간 중간에 빠져드는 듯한 나의 모습을 놓치기도 하면서 말이다.

성매매업소에서 성매매를 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샨티출판의<축하해>와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들, 가족이라는 인연속에 얽히고 설킨 마음이야기를 다룬 작은 포켓북, 정토출판의 <가족- 행복한 인생의 첫단추>이라는 두 책이다.

<축하해>

나는 갑자기 고객들 번호를 지우기 시작했어.
삭제! 다시 삭제, 삭제, 삭제, 삭제 … 삭제.
번호가 하나하나 사라질 때마다, 내 안의 어둠이 한 조각씩 걷히고 있었어.
휴대전화기 안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다 정리했을 때, 천근만근이던 몸이 훨훨 날아오르면서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  (본문중에서)

‘열일곱 살 소녀에게 쓰는 편지’라는 첫 번째 이야기는 마흔 두 살이 된 아줌마가 열일곱 살 소녀에게 쓰는 편지형식으로 구성된 자기독백적 이야기다. 엄마는 이혼한 뒤 집을 나가고 새 엄마를 맞이해서 구박받고 살다가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는 밥벌이를 해야 한다면서 시장통 의상실에 취업하게되고 월급은 새엄마가 꼬박꼬박 챙겼는데, 그렇게 6개월을 지내다가 새엄마와 싸우고는 집을 뛰쳐나와서는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성매매업소를 전전하게 되었고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세상에는 참 이상한게 많더라’라는 두 번째 이야기에는 ‘술집아가씨’로 일했던 적이 있는 스물아홉 살의 대학생 이야기다. 중간제목으로 뽑혀있는 글들은 그 이상한게 많은 질문과 의문들이다. 술집에가서 여자 끼고 술 마시고 여자를 사는 걸 ‘왜 남자는 떠들고 여자는 숨길까?’ 또 ‘남자는 외로워서 여자를 살까?’, ‘나더러 몸이라도 팔란 말이냐?’,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좋아서 하는거 아냐?’라고 말하는 남자들, ‘성을 파는 것도 직업이고 자유 아니냐고?’ 절대 노우, No!라고 한다. 그리고 ‘남자의 과거, 여자의 과거는 왜 다른 무게로 대접받을까?’

그 외에도 '열다섯,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라'라는  세 번째 이야기,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잖아‘, ’진짜 사랑 사용설명서‘를 통해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는 장편의 시는 가슴을 때린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한 일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용서한 일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눈물이 난다.

성매매업소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지금은 성매매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 등의 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또 다른 나를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떠한 말로 그들을 ‘이해한다’고 어설프게 위로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나도 가슴먹먹한 충격의 사연들을 드러내고 공유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또 자립의 과정을 통해 세상을 용서하고 자신을 치유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축하할 일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는 제목<축하해>을 보고는 책을 만들어본 경험자로서 제목정하기가 쉽지 않은데 너무나 강렬하게 끌렸다. 책을 덮으면서는 정말 제목 잘 정했다 싶다. 

<가족-행복한인생의 첫 단추>
표지를 카드처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서 기획이 신선하고 참 새롭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한 <가족 - 행복한 인생의 첫 단추>는 법륜스님의 법문을 모아둔 작은 책이다. 너무도 책이 이쁘고 카드처럼 쓸 수 있도록 표지가 만들어져 있고, 내용 또한 부드럽고 우리모두가 고민하고 공감하는 내용이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여기 저기 보내야겠다 싶어 여러권을 사서 보내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샨티출판의 <축하해>의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는 이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한데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무수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지만 ‘가족’이라는 말앞에 무기력해지는 것 또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미워하고 아파하면서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인연도 ‘가족’일테다.

정토출판의 <가족>은 자기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에 법륜스님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들과 대화하고 싶습니다’라는 첫 번째 질문에서 대학생의 아들이 취업할 생각도 안하고, 이것 저것 물어보면 대화를 깊게 하지 않고 피하려고 하는데 부모 자식 사이의 대화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고, 법륜스님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가 어렸을때부터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보라고 합니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꾸중만 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뭔가 도움을 요청할 때 맘에 안들더라도 기꺼이 ‘그래, 그렇게 해보자.’ 아니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너에게는 그렇다는 거지.’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주라고 합니다. 거절을 하더라도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또 아이가 열여덟 살이 넘었으면 그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인정해주라고 합니다.

다음 다섯가지만 어긋나지 않으면 관여를 하지 말고, 간섭하지 말고 한 사람으로 존중해 주세요.
첫 번째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는 일,
두 번재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는 일,
세 번째 성폭행을 하거나 성추행을 하는 일,
네 번째 거짓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일,
다섯 번째 술을 먹고 취해서 헤매거나 마약에 중독이 되는 일.
이런 경우가 아니면 아들이라도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존중해줘야 해요.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그것은 그의 인생이에요.
<본문중에서>


남편의 도박이 원망스럽다는 질문도 있다. 아내의 심정이 묻어나는 그런 질문이다. 도박을 통해 돈을 다 잃고 있는 남편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잡아야 한는지 질문을 던졌다.

법륜스님은 먼저 자기 마음을 보라고 합니다. 남편이 투기와 도박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지 돈을 잃기 때문에 문제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하면서 문제의 핵심은 도박이나 투기가 아니라 돈을 잃는다는것이라고 꼬집어준다. 정말 함께 사는게 손해라고 생각되면 이혼하면 되고, 이왕 함께 산다고 한다면 미워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남편을 고치려는 생각을 버리고 살라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결국에는 버릇을 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답의 처음을 “‘남편의 어리석은 행동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라고 질문할 것이 아니라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라고 질문해야 한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60대 아버지의 이야기로 ‘아직도 가장으로서의 60대 아버지’ 라고 하소연한 질문이 있다. 또 30대 청년의 어머니를 원망하는 이야기도 있다. 남편이 실직하고 수입이 끊겨서 불안하다는 아내의 이야기, 시어머니가 무섭기만 20대 며느리의 이야기…

그 외에도 더 가족에 대한 얽히고 설킨 몇가지의 이야기가 더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내가 더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은데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원망스럽다’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런 투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행복한 삶으로 바꿀려면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성매매여성들의 험난한 인생속에서도 가족을 ‘용서’하기로 하고 세상을 보듬어 안는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준다. 지금 내 옆의 가족들에게 내 마음대로, 내 식대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겠다. 도덕책 속의 이야기처럼 ‘착하게 살자’는 주장과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글은 2009.02.13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