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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리뷰] 열세 살 살인자,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열세 살 살인자,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그리고 어느 여교사의 충격적인 고백!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간단하게 마음을 접기에는 다소 충격적인 범죄, 그리고 범죄자와 그를 둘러싼 연관된 사람들의 응징으로서의 복수.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리얼하다. 그리고 응징을 위한 복수의 단면이 ‘이에는 이, 칼에는 칼’의 방식이 아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고백』.

사고로 딸을 잃은 여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비정상적이고 의아할 정도로 나직하고도 상냥한 어조다. 침착하다. 남의 이야기하듯 전하는 그 이야기는 점차 잔인한 진실로 이어지고,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치닫는다.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심리묘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어떻할까?’라는 생각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여교사 유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그녀는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를 입을 연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형사적 처벌 대상이 아닌 열세 살 중학생들이 벌인 계획적인 살인사건.

나는 이 책을 다른 관점으로 본다. 이미 많은 서평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의 관점대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 소설은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관계된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그들의 삶을 바꾸어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희생자의 가족, 가해자, 가해자의 가족, 주변 사람들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얼룩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모두 저마다의 기준으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그들의 고백이 악몽처럼 펼쳐진다.

저마다 사람들은 하나의 사물,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자의 생각과 판단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자신이 세계만큼 판단하고 살아갈 것이다. 그것을 다른 말로 ‘인생’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감정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정리하듯 우리들은 그 각자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다시 정리하자면, 오늘날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오해는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 간격을 얼마나 좁히느냐의 문제이지 갈등과 오해가 없어서는 안된다고 바라보아서도 안된다. 그 갈등과 오해를 그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고, 그를 통해 ‘이해와 받아주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인생’의 한 단면이 될 수 있다. 즉, 사람들 사이에 오해와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을 풀어헤쳐나가는 지혜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해와 갈등이 없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더 큰 갈등이 빚어지게 되고, 해결할 수 있는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수련프로그램을 통해 제시하는 곳이 많이 있다. 정토수련원의 나눔의 장이 대표적이다. <이해와 마음받아주기>를 통해 내면심리 깊숙이 실재하는 현상들을 살펴봄으로 ‘상대방 이해하기’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수련문의 정토수련원 054-571-6031)

글을 읽는 내내 일본소설의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본소설의 정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일본만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최근에 영화로도 개봉되었다는 <20세기 소년들>의 만화는 정말 압권이다. 어릴적 친구들이 모여서 미래에 대한 예언서를 만들고 그것으로 인해 전개되는 사건사고들의 이야기인데 소설<고백>에도 이러한 섬세함이 있다. 심리현상들의 변화를 자세하게 그려내는 섬세함을 볼 수 있다.


<저자소개> 미나토 가나에
 
◀ 소설<고백>의 일본원작표지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나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에도가와 란포와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읽는 ‘공상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의류회사에서 일했지만 1년 반 만에 퇴사하고 향한 곳은 남태평양의 오지 통가. 그곳에서 청년 해외 협력대 대원으로 2년간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의 상식이 반드시 세상의 상식은 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귀국 후에는 효고 현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서른 살을 맞아 글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미나토 가나에는 단시短詩, 방송 시나리오, 소설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집필을 시작했다. 2005년 제2회 BS-i 신인 각본상 가작 수상을 시작으로, 2007년 제35회 창작 라디오 드라마 대상을 수상하는 등 방송계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드러냈다. 같은 해, 『고백』의 모티브가 된 단편 〈성직자〉를 발표,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정식 데뷔한다.

그리고 2008년 8월, 〈성직자〉의 뒷이야기를 묶은 첫 장편 『고백』을 출간한다. 『고백』은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으로 일본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연말에 발표되는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휩쓴 것은 물론, 이듬해인 2009년 제6회 서점대상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는 등 『고백』이 몰고 온 폭풍은 상상 이상이었다. 데뷔작으로 단숨에 서점대상까지 휩쓴 것은 『고백』이 처음이다.

일본 독자들을 그토록 열광케 한 『고백』, 그 비결은 철저한 사전 준비에 있었다. 특히 작품에서 보잘것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엑스트라급’ 인물들의 인생까지 꼼꼼히 망라한 ‘작중 등장인물 이력서’는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무한한 애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력이 결정되는 순간 인물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든다”고 이야기하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 『고백』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5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질문에 “그때는 『고백』이 대표작이 아니길 빈다”는 그녀의 당찬 포부가 일본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작으로 『고백』, 『소녀』, 『속죄』가 있다.
이 글은 2009.12.25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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