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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매리는외박중> 한국드라마가 담아야 할 과제는?






평소에 TV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다. 즐겨보지 않는다기보다는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것 같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보는 것’은 모두 좋아하는 성격이라 TV를 볼 기회가 생기면 드라마, 다큐, 뉴스, 예능프로그램 등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바둑과 게임채널만 빼고. 지난 추석연휴에는 ‘제빵왕 김탁구’를 연속으로 본적도 있다. 이번에는 <매리는 외박중>을 보았다. 연속으로 모두 본 것은 아니다. 마지막편을 볼 기회가 있었다.

연말에 연예대상프로그램에서 문근영이 베스트커플상, 연예대상을 받으면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베스트커플상은 ‘매리는 외박중’에서 장근석과 커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연예대상 소감에서 드라마제작현실에 대해 뼈아픈 충고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매리는 외박중>에 대해 알고 있는터에 다음날에 마지막회를 볼 수 있었다. 비록 재방송이었지만 의미깊게 보았다.

부모들의 결정으로 결혼식은 하게 되지만 결혼식장에서 결혼은 할 수 없다며 끝을 낸다. ‘이제 우리들의 사랑을 지킬 것’이라고 하며 서로 각자의 길을 간다. 그러면서 부모의 결정으로 결혼식장에 함께 들어갔던 전남편(?) 정인은 아버지로부터 쫒겨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가수이며 지금의 연인인 무결을 관리한다는 빌미로 무결의 집에 들어오게 되면서 잠깐의 동거(?)를 한다. 그리고 매리와 함께 셋이서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리 만화를 드라마로 만들었다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 매리는 책을 읽고, 가수 무결은 음악을 듣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인 정인은 갤럭시탭으로 무결에 대한 언론기사를 검색하면서 있다.

일상의 삶으로 돌아간 그들은 어찌보면 ‘해피엔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매리는 꿈이었던 방송작가 일을 하면서 ‘결혼’에 대해 인터뷰를 하면서 일상의 삶과 보통사람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사랑하는 연인의 해피엔딩은 결혼일까?’라는 새로운 의문을 던지며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아마도 만화의 만화같은 드라마가 단순히 재미만을 두고 상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큰 교훈같은 가르침을 주기위해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드라마에 대한 도를 넘은 기대치일까?

사랑하는 연인의 해피엔딩은 결혼이고, 그 결혼은 ‘지속적인 행복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에잇, 만화니까, 드라마니까 가능하지 그게 실제상황이리는 없지’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끝일까?

최근 베스트셀러로 우리들에게 많이 읽혔던 <스님의 주례사>에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마음이야기’를 전하면서 ‘행복한 결혼생활’만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만화같고, 드라마같은 행복한 결혼’이 아니라 ‘서로의 욕심으로 이득을 보려는 삶’이라고 쿡쿡 찌르는 것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도 ‘결혼은 환상이 아니라 실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결혼은 정말 해야 하는걸까? 이런것이라면 굳이 결혼을 해서 서로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말 그대로 결혼은 현실이다. 그래서 <매리는 외박중>에서도 매리 아빠는 매리의 결혼에 대해서 설득하면서 그렇게 말한다. 사랑은 처음뿐이고 살아갈때는 현실의 문제로 힘들게 된다고 말한다. <스님의 주례사>에서는 기대고 싶어 사랑을 하거나, 조건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할까?라고 반문한다. 또 ‘사랑, 사랑하지만 절대로 사랑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애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하며 ‘사랑한다면 아픔마저 껴안아라’고 한다. 그래서 결혼은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하지말라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살림형편과 환경 등 지금의 현실에서 그대로 행복해지려면 ‘마음을 잘 써야’ 한다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고있다.

<매리는 외박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커플이 맺어지는 것을 원하고 그래서 ‘정략적인 결혼’이 아니라 ‘사랑을 선택’한 매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평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은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교훈적 메시지를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전통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고있는 권선징악의 교훈은 아닐지라도 ‘결혼에 대한 환상, 사랑에 대한 환상’만 남겨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비단 <매리는 외박중>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가 삼각관계, 결혼과 사랑에 대한 환상만으로 표현한다면 우리 사회의 정신적 방황은 깊어질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있는그대로 문제적 관점에서 짚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머무를것이 아니라 대안적 측면에서 우리들에게 해답을 제시해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 제작과정에 대해서 문근영은 연예대상에서 수상소감을 그렇게 이야기했을지도 모른다.


또 얼마전 언론에서 고현정이 인터뷰한 내용에서도 주2회 드라마촬영 현실이 한국드라마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하면서 지적하고, 시청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전의 <TV문학관>같은 프로그램도 많이 편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인 인터뷰내용이 생각난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을 새롭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드라마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우리사회의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드라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