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코동의 하루

사무실 한켠 야생화 : 흰싸리꽃




사무실 한 켠에 하얀 꽃이 긴 화분에 담겨 있다. 누가 갖다 놨을까? 이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서견뎌 낼 수 있을까 염려된다.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아무도 모르게 사무실 한 켠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마냥 앉아 있는 것이 놀라웠고, 추운 겨울이지만 꽃을 즐기라고 가져온 마음이 고맙다. 흰꽃이 곱다. 가지가 가늘고 여리다. 다가가기도 전에 가는 가지는 벌써 흔들거리는 것 같다. 이름을 물으니 흰싸리나무란다.

흰싸리나무. 싸리나무는 힘겨운 여름을 나면서 자줏빛 꽃을 피우는데 이것은 흰꽃을 피운다. 야생의 싸리가 그러하듯, 잎이 떨어지면 묶어서 빗자루로 쓰고, 또 헐거운 담장으로 안팎의 경계를 그리기도 했다. 또 불을 피워도 연기가 나지 않아 땔깜으로도 사용되고, 특히 군사작전시에는 더욱 요긴하게 쓰인다고도 했다.

그 꽃잎이 서럽다. 얇은 종이 한 장 끝이 말려올라간 모양이다. 부드러운 한지의 고운 결이라도 느낄려면 차라리 따뜻하겠지만 이것은 순백의 모조지다. 그게 미안했던지 이파리는 거친듯 유려한 곡선이다. 한 겨울의 추위속에 아직도 새파랗게 잎을 달고 하얗게 꽃을 달고 있는 것은 무슨 사연일까?

흰싸리는 ‘산과 들에서 흔히 자란다’라고 한다.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 것은 더 예쁜 것에 밀려서 사람들 손에 쉬이 꺾이지 않아 살아남았을텐데 이 흰싸리는 더 예쁜 것에 밀린 것이 아니라 사람눈에 띄지 안아서일테지, 이리도 고운 것은.

흰색 꽃이 불안한 가지 끝에 매달린듯 달려있는 가지에는 둥글고 긴 잎도 함께 달려있다. 꽃을 건드릴라치면 잎이 가로막아 선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긴 겨울밤을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