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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박원순변호사의 떨어진 신발을 보며






박원순변호사의 떨어진 신발을 보며

‘안철수바람’으로 세상은 기분좋게 흔들리고 있다. 술을 마셔 흔들리건 자존감의 정체성부족으로 흔들리건 흔들리는 당사자들이야 머리아프고 기분더럽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희망이라는 것이 이런것일까 싶기도 하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일까 싶기도 하다. 워낙 지난 세월에 당한 것이 있어 언론을 쉽게 믿지 못하는 지병같은 버릇이 있어 건조하게 사실(fact)만 찾으려 하면서도 ‘기분좋은 바람’은 사실이다. 최근 인터넷에 ‘박원순 변호사의 명품신발’이 회자되고 있다. 한겨레에는 박원순변호사와의 인터뷰뒤에 작게 사진도 실었다. 사진작가 조세현씨가 포착한 박원순 변호사의 신발 사진은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 (@4portrait)
에코동의 서재에서는 ‘박원순 변호사의 명품신발’을 보면서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들을 모았다. 꾸질꾸질하게 기자회견장에 수염도 깍지 않고 나온다거나, 신발하나 간수하지 못해 뒷굽이 다 떨어진 것을 신고 나왔다고 타박하기 보다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라봐진다. 우호적 감정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의 본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일것이다. 만약에 이명박대통령이 (그럴리야 없겠지만) 그런 신발을 신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여러 가지 반응이 엇갈려 표출될 것이다. ‘감동을 주는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우거나, 그의 행동은 ‘정치적 쇼’라고 폄훼하려고도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생각과 행동>이라는 ‘진정성’에 따라 우리들은 반응한다는 것이다.
 
1. 생태와 환경

그는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한 순환시스템’을 추구하는 ‘아름다운가게’를 만들었다. 또 2007년에 시작된 에코붓다의 ‘빈그릇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이러한 것들은 ‘생태와 생명가치’를 존중하는 그의 행동들이다.

대비적으로 오세훈 전시장이 보여준 ‘디자인서울’은 ‘생활’이 빠져있어 비판도 많았다. 박원순변호사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것 처럼 정부가 시민사회와의 단절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거버넌스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녹색서울>은 시민사회의 주체성을 끌어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소비지향적인 지금의 세태를 풍자하듯 떨어진 신발을 보여준 박원순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시민’과 ‘생활’을 포함한 <녹색서울>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2. 생활과 정치

청년실업에 대해서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1천개의 새로운 직업에 대해 소개한 적 있다. 그만큼 다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꿈을 실현시켜나가는 것은 단순히 ‘공상’을 넘어 ‘이상’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위해 ‘희망제작소’에서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시민들이 제3의 정치세력을 갈망하듯 대립과 갈등의 기성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정치’라고 하면 지긋지긋해하며 무관심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왕왕 있다. 생활과 정치가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정, 재미와 관심을 일으키는 시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박원순변호사가 주장해 온 ‘다양한 상상력의 실현’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3. 시민속으로

우리에게 시장은 너무나 먼 존재이다. 특히나 서민들에게 시장은 만나기 힘든 존재이다. 박원순변호사가 보여준 떨어진 신발은 이러한 거리감을 좁히는 도구이고 매개물이다. 이러한 것은 박원순변호사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권력가진 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소임으로서 현재의 위치가 주어져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일 뿐이라는 사실말이다. 손톱만큼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라면 귀담아 듣고 스스로 낮은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청렴한 공무원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는 분 가운데 태국의 잠롱스리무앙 방콕시장이 있다. 짧은 머리로 소탈한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잠롱시장과 떨어진 신발의 박원순변호사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시장이 된다면 당면과제도 많겠지만 그 모든 것의 기본에 ‘떨어진 신발’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4. 기분좋은 바람

세상이 살기가 어렵고,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조금만 견디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있다면 어떨까? 지금 절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희망’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희망’을 개인의 몫으로 남겨둘 것인가? 희망을 꿈꾸고, 그것을 실현해 가는 기쁨이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박원순변호사가 그동안 주장해 온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시정에서 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많은 꿈들을 실현하려는데 벽이 너무 많고 높아서 힘들더라~ 한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더라~ 작은 조직에서는 가능해도 나라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더라~ 뭐 이런식으로 나중에 변명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늘아침 우연히 신문을 들고 ‘떨어진 신발’을 보면서 느낀 몇가지의 심정들은 적어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와같은 ‘기분좋은 바람(風)’은 동시에 ‘기분좋은 바람(願)’이 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