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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쿵푸팬더2에서 배우는 동양사상과 남북관계 해법

쿵푸팬더2쿵푸팬더2 - 10점

기본정보 :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미국 | 91분
개봉 2011. 5. 26
감독 여인영



연일 극장가는 쿵푸팬더2가 1위라고 떠들썩하다. 정기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장르를 정해놓고 보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할때의 기분에 따라 영화선정의 기준도 다른 나로서는 쿵푸팬더는 애니메이션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옆자리 앉은 꼬마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자기들끼리 시끌시끌하다. 신경쓰인다. 그렇다고 애니메이션보러온 꼬마들한테 엄숙하게 앉아서 영화관람하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한 노릇이다.

3D입체영화는 처음이다.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입체적이었다. 영화의 줄거리와 재미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보통의 경우 영화를 보고 나면 ‘옥의 티’같은 것을 잡아내거나, 영화의 줄거리나 전개방식의 아쉬움등을 나누는데 이 영화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애니메이션이라 특별히 할 말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어른들이 꼬집어 비평하거나 아쉬움을 이야기한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한다면 그 평가는 무의미해지는 것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피드에 빨려들었고, 영화가 끝나고는 중간 중간 의미있는 대사를 읊었던 것들이 가물가물한게 아쉬울뿐이다. <쿵푸팬더2>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몇가지의 생각들, 결론부터 말하면 <쿵푸팬더2>는 애니메이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게 아니라 그 너머의 무엇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시푸사부의 Inner Peace(내면의 평화)

시푸사부와 수련하는 중 시푸사부가 떨어지는 물방울을 흐트러뜨리는 것도 없고, 그대로 흡수하는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유지한채 잎사귀에 떨구고 다시 도르르 굴러서 호수에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으니 시푸사부는 팬더 포에게 내면의 평화(Inner peace)를 알려주고 수련하라고 한다. 'Inner Peace' - 팬더 포는 ‘내장의 평화’로 이해하며 항상 배고픈 자기 뱃속은 항상 평화롭다고 말한다.

시푸사부가 팬더 포에게 직접 쿵푸를 가르치는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사부로서의 명대사를 많이 남긴다.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게 되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쿵푸팬더2의 관람포인트 등을 기록한 리뷰들을 보아도 ‘동서양의 교류’라는 이야기는 있지만 정작 동양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핵심내용은 빠져있다. ‘내면의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보여준 시푸사부의 호흡과 몸놀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하는 말에 귀기울이고,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영혼의 연금술을 이야기한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거작 ‘연금술사’를 읽다보면 서양인의 시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깊은 철학을 갖고 있다고 느껴진다.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발견하기 위해서 길을 나서는 청년 산티아고는 마음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자신의 보물을 찾는 여행을 한다. 집시여인, 늙은 왕, 도둑, 화학자, 낙타몰이꾼, 아름다운 연인 파티마, 절대적인 사막의 침묵과 죽음의 위협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 자신의 보물을 찾기까지, 그의 극적이며 험난한 여정은 만물과 대화하는 ‘하나의 언어’를 이해하며 마침내 영혼의 연금술사가 된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자신의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만난 온갖 사람들의 메시지에 귀를 열고 스승으로 삼고 배우는 과정이 나오는 것과 같다.

시푸사부가 팬더 포에게 쿵푸의 중요한 요소라며 ‘내면의 평화’를 이야기하고 들숨과 날숨을 관리하는 장면은 ‘내면의 평화’를 이르는 방법이며 자신과 마주하는 일상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물방울을 그대로 호수로 돌려주는 것과 같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라는 메시지다. 우리가 발딛고 선 이 땅의 흐름을 거슬러고 개발하는 것이 자연을 이기는 것이고 정복하는 것이라고 큰 소리치는 우매한 인간의 모습에 대한 경고일것이다. 지금처럼 그렇게 살다가는 스스로의 행복은 물론이고 공동체가 공존하는 우리의 땅덩어리마저 잃고 말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


<< 지금여기에서 현재에 집중하는 삶

팬더 포는 왜 거위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는가하는 출생의 비밀을 밝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여기의 현재에 깨어 있으라’는 가르침이 나온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위대한 쿵푸 사부들을 하나 둘 씩 제거하면서 쿵푸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신무기로 중국을 장악하겠다는 셴 선생이 자신의 부모들의 죽음과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부모의 죽음에 분노하고 부모를 죽인 원수에 대한 깊은 살의로 복수의 길을 떠나는 것이 전통무협의 특성이고 일반 쿵푸영화의 정석같은 흐름인데 여기서는 조금 다르다. 그 분노를 내려놓는다.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며, 현재의 삶을 허비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것은 동양적 지혜의 깊은 결과이다. 공자와 노자를 비롯한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이다. 금강경에서도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려 잡을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서 잡을 수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가 후회하거나 미워하는 것,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이 있는 메시지다. 단순히 팬더 포가 부모의 원수를 갚기에 앞서 대의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내려놓음으로 더 큰 것을 얻게 된다는 식의 메시지로만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현재에 깨어있지 못하는 어리석에서 벗어나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원대한 자기 삶의 비전을 가지고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 때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얻을 것이고 자기의 문제를 분노없이 해결하는 지혜를 발견할 것이다. 팬더 포가 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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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더 포의 Inner Peace(내면의 평화)

결국 팬더 포는 시푸사부의 가르침인 ‘내면의 평화’를 찾는다. 몸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발견한 것이 ‘내면의 평화’이다. 분노없이 분노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스스로를 치유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원리를 통해 셴선생의 신무기에 맨몸으로 대적하는 전투에서 이기게 된다.

셴선생이 신무기를 통해 중국을 무릎꿇게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팬더 포의 입장에서 볼때 없애야 할 악의 근원이겠지만 우리들은 일상에서 이러한 사건들을 시시각각으로 만난다. 우리들의 일상 인간관계가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주위환경들은 ‘나’라고 하는 것과 마주치면서 기쁨을 만들기도 하고 화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속에서 우리는 기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요동치는 마음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마주치는 모든 외부환경, 즉 인간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욕을 하더라도 그것을 ‘욕’이라고 받아들여 ‘화’를 내고 대응하는 것과 단지 ‘말’의 부분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거나,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버리면 적어도 ‘화’로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질것이다. 북한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쁜 놈’이라고 욕하면서 우리들은 한편으로는 ‘천사’같은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두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달래면서 평화와 통일의 길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이 통일정책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나쁜 놈’이라고 욕하면서 함께 흥분하고서는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다. ‘정책’이 없다.

‘비핵 개방 3000’이라는 말을 구호처럼 외치지만 ‘인천에 배들어오면 나는 부자다’라는 식이다. 북한은 ‘비핵 개방’을 안할 것이기 때문에, ‘3000’은 무의미하다. 어떻게 ‘비핵화’를 하고 ‘개방화’를 이루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해당하는 내용은 없다.

‘내면의 평화’를 발견하고 유지하는 것은 개인에게서도 중요하고, 정부나 기업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우리들은 이러한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은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한 행동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면의 평화를 찾은 흥분하지 않는 남한’이 국제사회에서 중국, 미국, 일본의 주변국들 사이에서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풀어낼 것인가 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팬더 포가 주는 남북관계의 해법을 담은 가르침이다.

위에서 말한 몇가지가 ‘쿵푸팬더2’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증거다. 쿵푸팬더2에서 전하는 동양적 메시지를 인문학적으로 더 깊은 해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다.


<쿵푸팬더2 를 본 어른들에게 권하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