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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아픈 녀석들

 

 

우리 동네 입구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은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가게라고는 여기밖에 없기 때문에 작은 구멍가게라도 진주 택시기사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가게 앞에는 작은 강아지가 있습니다. 가게 드나드는 사람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발길을 멈출 정도로 귀엽고 예쁩니다. 또 강아지가 예쁜 짓을 많이 합니다. 언제나 폴짝 폴짝 뛰면서 반겨주거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더라구요. 주인할머니께 강아지 안부를 물었더니, 다쳤다고 합니다. 어느날 하루 잠깐 목줄을 풀어놓았는데 사고가 났나 봅니다. 그래서 안집 마당에 넣어놓고 치료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고 강아지가 도대체 어디를 얼마나 다쳤나 싶어 걱정되기도 해서 주인 할머니께 물었습니다.

 

"강아지는 좀 어떻습니까?"

 

이제 좀 많이 나아졌습니까~ 하는 걱정반, 궁금반으로 질문을 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주인 할머니는 약간의 한숨과 함께 대답합니다.

 

"마이(많이) 않좋습니다."

 

그게 대답 전부다. 어디를 다쳤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지, 다리를 다쳤다는데 부러졌는지,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는지 등등 많은 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대답은 너무 간단해서 조금 서운했지만 다시 물었습니다. 이 모든 궁금증을 담아 물었습니다.

 

"걷는데는 지장이 없습니까?"

 

이번에도 할머니 대답이 짧다.

 

"마이 안좋습니다."

 

어떻게 물어도 이 대답밖에 없을 것 같아 더 묻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강아지 집에 강아지가 나타났습니다. 죽지는 않았고, 다리가 다쳤는데 잘라내지는 않았더군요. 여전히 귀여운 짓을 많이 하지만 아픈 다리 때문에 부자연스럽습니다. 쓰다듬어 주고 안쓰러운 마음 남겨놓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우리집 둘째 이야기입니다.

 

둘째녀석은 지금 새끼밴 고양이가 지난 번에 낳아기른 새끼 중의 한마리인것 같습니다. 늘 어미따라 졸졸 다니거든요.

어미보다는 털빛깔도 곱지 않고, 목소리도 깨끗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나를 만나 먹이도 주고 쓰다듬어주고 보살펴주고 있지만 그 전에는 어찌 살았는지 조금 안쓰럽습니다.

어미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고 있을때 어김없이 나타나 어미고양이 머리 밑으로 머리를 들이밀면서 방해를 합니다. 질투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어쩔때는 일부러 약올리려고 어미고양이만 쓰다듬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곧바로 달려와서 방해를 합니다. 그렇다고 자기를 쓰다듬어 주면 가만있는게 아닙니다. 조금씩 조금씩 피하면서 살갑게 다가오는것도 아닙니다.

식사 후에는 대문을 나서 담벼락에 붙어서 조금 가다가 벌러덩 드러눕습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애교를 부립니다.

 

 

그런데 이녀석도 다리를 다쳤나 봅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타난겁니다. 이상타여기며 자세히 보니 이웃집 큰 놈한테 당했는가 봅니다. 상처가 나 있어 처음에는 못에 찔렸나 싶을 정도로 작은 구멍이 두개나 있었는데 혹시 이빨 자국인가 싶습니다.

털이 벗겨지고 살갗이 그대로 벌겋게 노출되어 있어 많이 따갑고 아프겠다 싶어 소독약으로 살짝 닦아내고 분말가루약을 뿌려주었다. 아침에 한 번, 오전에 한 번 더, 오후에 또 앞에서 애교부리길래 다리잡고 한 번 더 뿌려주었다. 금방 금방 나아지는 것 같다. 상처가 조금 아물어 보이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도 덜하다. 다행이다. 싶다.

 

아픈 녀석들, 빨리 쾌유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