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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책과 공간 : 좀 더 가까이


요즘 아이들에게 ‘책’은 어떤 것일까? 서점에서도, 학교 도서관에서도, 동네 도서관에서도, 심지어 동사무소에서도 책방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요즘 아이들’ 운운하는 것은 나 어릴적에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경험 때문이다. 뭐,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이야 어떻겠나 싶다만, 적어도 산골에서 자란 사람치고 책을 원없이 보면서 살지는 않았을테다.

학교에서 때되면 나눠주는 교과서말고 가령 ‘어린인명작동화’, ‘세계위인전집’ 등 그 당시에 읽어야 하는 책들 말이다. ‘뭐 그게 대단한거라고’ 하면서 콧방귀뀔지 모르나 나에게 있어서 책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 내용이 주는 가르침이 교훈적이라 대단했다거나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지높은 어린 학생으로서 대단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인가 팩에 든 초코우유를 처음 맛보았다. 순진한 산골소년의 초코우유는 어땠을까? 다 마시고는 그 빈 통을 버리지 못했다. 왜냐구? 비록 다 마셨지만 그 초코우유의 향기가 남아 있는데 그걸 어떻게 버려? 오후 내내 코 끝에 갖다대고 냄새를 킁킁 거리며 살았다. 아마도 그 당시 ‘책’이라는 것이 내게는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때인가 ‘왜?’라는 과학상식 서적을 구입한 적 있다. 아마도 학교에서 공동구매를 한 것 같은데 내게 그 책이 어떻게 쥐어지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어렵게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던 적이 있고, 안데르센동화책을 들고는 이불맡에서 읽다가 밤을 새웠던적이 있다. 그때가 아홉 살때의 일이니 새롭기만 하다.

누구에게는 책에 대한 기억은 있을테다. 나이가 들면서는 ‘서재’에 대한 계획이나 ‘북카페’에 대한 로망이 있을거다. 그래서 같은 값이면 ‘북카페’에 먼저 눈이가고 들렀을지도 모른다.


좀 더 가까이-북 숍+북 카페+서재좀 더 가까이:북 숍+북 카페+서재
- 8점

김태경 지음
2010-12-20
동아일보사
< 자세한 내용은 표지클릭



<좀 더 가까이>는 ‘북 숍 + 북 카페 + 서재’라는 부제를 달고 이런 로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표지부터가 차분한 것이 눈을 끈다. 책을 고를때, 출판사를 보거나 지은이를 보거나 한다. 이 책은 표지부터 보고 디자인을 봤다. 책 안에는 사진이 가득하다. 사진이 가득한 책은 사진에 눈이 머물러 텍스트가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고? 다 읽었으니까!


이 책은 서점 / 서재 / 북 카페, 세 가지로 분류해서 소개하고 있다. 작고 예쁜 곳만 골랐던 것 같다. 그런데 거기에는 디자인적으로 예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용이 있다. 저자는 끊임 없이 ‘내게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각각의 공간을 소개하면서도 그 내용에서는 맥을 놓치지 않고 있다.

자기만의 공간에 책과 함께 하는 작은 공간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 사람, 그래서 ‘서재’라고 이름달고 싶은 사람, 또 광화문 교보문고처럼 크고 정신없는 서점이 아니라 작고 먼지냄새 폴폴 날리는 헌책방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 또는 그런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카페를 낸다면 북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빈 팩에 남아있는 초코우유같은 향기를 잊을 수 없듯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남겨주는 것 같다. 그런 책과 공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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