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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100℃ : 뜨거운 기억, 6월 민주항쟁

100℃100℃ - 8점
최규석 지음
2009-06-05
창비(창작과비평사)
< 자세한 내용은 표지클릭

역사가 되어버린 시간이 있다. 그러지 않은 시간이 있었겠는가마는 1980년 5월 18일을 기점으로 87년 6월 10일을 전후로 한 시간들. 우리에게 역사가 되어버린 현재의 시간들이다. 일제식민지하의 독립운동이 과거의 시간들이라면 적어도 80년대의 거리는 현재의 시간들이라 할 수 있다. 이마저도 지금 대학생들이거나 그들보다 동생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최규석의 만화를 좋아한다. 70년대 후반에 태어나 9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녔지만 마치 지금 우리세대의 삶이나, 훨씬 그 이전의 삶을 무릎치며 보게 한다. 2008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원주민>은 일반적인 만화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50대가 어릴적 경험했을 법한 시골의 삶들이다. 그렇게 삶의 구석구석에 들어와 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기억, 6월 민주항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100℃>는 우리의 아프지만 자랑스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한다. 그것도 생생하게 말이다. 만화가 그렇듯이 설명하듯 그렇게 나열하지는 않는다. ‘권영호’라는 구체적 인물의 생각과 삶의 여정을 따라간다. 우리는 그를 통해 다시 확인할 뿐이다.

“그 사람들이 왜 너한테 미친놈 소릴 들어야 돼? 그사람들이 그렇게 우스워? 자기 인생 희생해서 남 위해 살겠다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

“엄니, 우리 엄니, 암것도 모르는 냥반을... 산사람들 밥 한끼 해 먹인 죄밖에 없는디... 그거시 죄라고 쏴 죽여뿔고...어이구 시상에...”

“학생들 보기엔 우리가 위선자나 변절자로 보이겠죠. 그래서 변절자는 같이 울면 안돼요? 지금 싸우고 있는 사람들만 슬퍼하고 분노할 자격이 있는 건가요?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얻는 게 도덕적 우월감 말고 뭐가 있어요? 같이 슬퍼하는 사람들까지 밀쳐내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 본문내용중에서

세월은 흘렀다. 그때의 주인공들의 자녀들이 이제 촛불을 들고 있다. <반값 등록금 실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말이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폭력적 구호대신 재미와 놀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왜 그때는 그렇게 비장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선동을 했을까? 물론 그때는 그때의 몫이 있었을테지만, 지금은 지금의 몫이 있다. 최근 촛불집회와 함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영화배우 김여진과 개그맨 김제동이다. ‘날라리 배후세력’이라는 것을 만들어 흥겹게 노래부르고 춤추며 그들을 격려한다거나, ‘재미있게’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재미가 있다는 것은 분명 자기것이 될 때 가능하다. 그러한 재미있는 운동은 누가 말려도 숨어서도 하게 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인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번짐의 효과도 크다. 세상의 변화는 거창한 구호와 비장한 이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움직임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대의 젊은 대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의 청춘들,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버린 기성세대들에게 이 책을 포함한 네 권의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