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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일본의 참여불교]지역통화 '보디'와 소규모 융자 '붓다은행'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사방승가운동 (四方僧伽 Catuddisa Sangha)_2 

사방승가운동은 2000년에 시작하여 현재 아시아 20여개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잘사는 나라의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자립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활력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의 주요 얼개는 지역통화로서 보디(BD)와 붓다은행(Buddha Bank) 설립을 중심으로 한다.


사방승가의 지역통화 -보디(BD)

우선 사방승가운동은 지역의 완결적인 자립공동체운동을 지향한다. 그 중심에는 지역화폐(Local Currency)가 있다. 그 화폐 이름은 기본통화단위로서 BD(보디)라고 한다. 이것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 일반적인 화폐대신에 회원간에 유통되는 공동체에서 만든 돈이다. 내부의 거래가 많다는 말은 그만큼 서로의 상호부조, 지원과 도움이 많다는 말이 된다. 그럴수록 외부의 화폐에 의존하는 양이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외부의 돈(화폐)를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결국 외부 사회경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마을내에서 상호부조하는 보디(BD)의 양이 많아지면 외부의 돈이 필요없고, 현재의 화폐가 지역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억제하면서 지역의 신뢰와 결속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더우기 이 지역통화는 거래과정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대면적 거래관계를 만들어 서로 끈끈한 정이 오가며 따뜻한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역할을 한다.

지역통화는 보통 Local Money, 혹은 Local Currency, 공동체화폐 (Community currency) 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지역통화는 전세계적으로 이타카 아워(Ithaca Hours), 타임달러 (Time Dollar), LETS(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 지역거래와 무역에 대한 시스템), 뷔어(Wir)등의 방식이 있다. 가장 많은 형태는 LETS 이다. 이것은 현재 산업자본주의 모순구조를 화

 

폐라고 바라보며 화폐의 2가지 기능, 즉 상품교환기능과 금융자본의 기능 중에 금융자본의 기능을 제거하고, 교환기능 만을 남겨 둔것을 말한다. 교환기능 역시 현재의 화폐가 아닌 지역고유의 통화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 지역통화를 실제 종이화폐를

만들어 교환하기도 하지만, 마치 현금카드 처럼 지역은행을 만들어 그곳을 중심으로 거래하기도 한다. 이때 화폐는 실제의 돈이 오가는 것은 아니라 서비스의 정보만이 유통된다. (지역통화에 대해서는 오른쪽 박스 참조)

 

지역통화는 얼굴이 보이는 거래이며, 대안화폐, 보완통화, 공동체화폐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돈을 만들 수 있고 화폐화 할 수 없는 것까지도 서로 필요에 의해 거래할 수 있는데, 거래가 돈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상호부조의 매개적 역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이 화폐는 이자가 없기 때문에 많이 저축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며 오히려 서로 많은 교환이 일어나는 것, 상대방의 서비스나 재화를 많이 사용할 수록 공동체적인 긴밀도를 높인다.


사방승가의 지역은행 - 붓다뱅크

사방승가운동은 지역통화를 유통하게 하는 중요한 촉매역할을 하며, 이것을 조정하는 기능을 붓다은행(Buddha Bank)이 담당한다. 붓다은행은 비실물화폐인 지역통화의 거래관계를 기록하고 매개하는 역할도 하지만, 또 하나는 중요한 것은 실제의 화폐를 모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Micro Credit)을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 소규모 대출은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Muhammad Yunus)가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사람을 위해 만든 그라민은행 (Grameen Bank)이 그 시작이다. 붓다은행은 지역 내 조그만 봉제점이나 잡화점, 목공소, 철물점및 지역가내공업 등을 만드는 창업을 돕고 지역공동체의 자립적 경제활동을 지원한다.

융자에 많은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고 많은 이자를 요구하는 큰 은행으로 부터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것은 쉽지 않다. 또 큰 은행들이 사람들로 부터 모은 돈은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에게만 이익이 될 뿐이다. 그래서 무담보 소액대출은행은 가난한 나라에게만 효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잘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서도 대단히 큰 효과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무담보 소액대출은행은 소규모 지역기업을 설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소셜비지니스(사회적기업)를 시행하고, 협동조합을 만드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담당한다.


‘기부’ 하는 것이 아니라 ‘출자’ 통해 승가를 만든다

대체로 많은 개발지원 NGO들은 직접 학교를 지어주거나 개발지원을 하려고 한다. 단체야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 개발지원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처럼 살라’는 근대화개발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결국 세계자본의 사악한 그물에 포섭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이 있는 경험 많은 단체들은 다국적기업이나 국가에 지배되지 않는 자립적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개발지원의 궁극적 목표로 한다.

보통 경험이 없는 단체들은 가난한 나라를 돕는 답시고 들어가 오히려 그 나라의 상대적 빈곤을 부채질하고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갖고 사는 사람들을 구걸하는 거렁뱅이를 만들곤 한다. 돕는 자신은 도덕적 위안을 받고 본국에서 좋은 이미지의 평판을 만들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수혜를 받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삶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붓다뱅크는 부처님의 자비 정신으로 가난한 사람들 간에 상호부조하도록 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사방승가운동에서 가난한 나라를 돕는 것은 바로 이 붓다뱅크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원은 그냥 기부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여기서는 '기부'가 아니라 '출자'다. 각국에서 모은 ‘선한 출자’는 지역에 있는 붓다뱅크로 간다. 그러면 붓다뱅크는 그 돈으로 ‘자립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소규모 대출’을 한다.

일정기간 환급된 돈은 다시 다른 붓다뱅크를 지원하는데 돌아간다. 기부가 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소비되는 돈이 아니라 계속 순환한다. 한 개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다시 원금이 살아남아 다른 이들을 지원하며 돌고 도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붓다은행를 운영하는 지역간에는 은행과 은행간의 상호지원이 발생하며 이들 사이에는 공동체적인 네트워크와 연대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간에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교환을 하면서 마을과 마을이 연결되는 것이 바로 ‘사방승가’인 것이다.

1) 지역통화운동과 한국의 지역통화 현황
지역통화 LETS시스템은 1983년 카나다 밴쿠버 코목스벨리에서 마이클 린튼에 의해 처음 시도되어 전세계에 확산되었다. 한국의 지역통화는 이미 오랫동안 녹색평론을 통해서 소개를 했지만, 구체적인 운영은 1996년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미내사, FM money)’이 한국에서 처음 실시했다. 이후 '에코붓다' 등과 함께 지역통화운동을 확산해 나갔다. 또한 당시 IMF를 맞아 정부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2000년에 시작된 대전의 한밭레츠(두루)가 가장 활발하며, 대전 마을어린이 도서관 중심의 동별 품앗이, 인천 바다리 (띠앗), 서초품앗이. 송파품앗이 (SM). 서울시복지재단의 (S-money), 광주 (나누리), 관악 (나무), 한마을 품앗이, 과천품앗이, 어울림 품앗이, 지역품앗이 의정부 레츠, 성남 문화통화 (넘실), 구미사랑고리, 경주 희망품앗이, 민들레 교육통화(민들레) 등이 운영되고 있다.
참고사이트 : 세계지역통화사이트 http://www.complementarycurrency.org/ccDatabase/
한밭레츠 http://www.tjlets.or.kr/

2) 무담보 소액대출운동(Micro Credit, Micro Finance)의 한국 현황
1976년 방글라데시의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은행에서 시작된 무담보소액대출은 현재 600만명이 넘는 빈민중 58%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환율은 90%가 넘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사회연대은행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재단, 사람사랑, Micro Finace 보건복지부 희망키움뱅크 열매나눔재단, 사람사랑 등 많은 복지기구들이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연대은행에서의 대출금 회수율은 92%에 이르고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창업에 성공하는 업체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참고 사이트 : 사회연대은행 (http://www.bss.or.kr/web)

유정길 _에코붓다 공동대표 / 2011년 3월 7일
이 글은 불교포커스(
www.bulgyofocus.net)에 연재하는 내용을 옮겨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