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버티다

환경문제, 서둘러 결론내리는 중앙일보의 보도





중앙일보의 박종권 사회선임기자를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다. 2011년 3월 11일자 중앙일보에는 1면에 이어 4-5면까지 <천성산 도롱뇽은 살아있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를 읽고 난 느낌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천성산에 KTX터널공사를 하게 되면 도롱뇽을 비롯한 생태계의 파괴된다며 그 난리치던 것이 아무 문제 없지 않는가? 새로운 봄을 맞이하여 도롱뇽을 알을 낳고 습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사패산터널, 인천공항, 통영케이블카, 새만금 등의 문제도 환경단체의 무식한 저항 때문에 공사지연으로 국고만 낭비하는 꼴이다. 지금 논쟁을 하고 있는 4대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환경단체들의 대안없는 환경운동은 국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도롱뇽 파동은 허무하게 종말을 맞았다.’고 쓰면서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고 이 문제는 결론짓고 싶은 심정으로 이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중앙일보 기사 전문>

천성산 환경 논쟁의 허무한 종말 … 도롱뇽은 알고 있었다
그 난리치던 사패산·인천공항도 큰 문제 없어 … “대안 없는 환경운동은 국력 낭비”

▲ 10일 봄이 되면서 도롱뇽 알과 개구리 알들이 다수 발견된 경남 양산시 천성산 대성늪 전경. 천성산 터널이 완공되어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48~57차례 KTX가 질주하지만, 천성산 늪지에는 생명이 가득했다. 양산시청 김조은(43) 습지 담당은 “공사 때나 지금이나 수량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천성산을 관통하는 KTX 터널 공사를 놓고 벌어진 소모적인 논쟁은 4년간이나 지속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일부 환경단체는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극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 때로는 필요하고 정당한 측면도 있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나 ‘운동을 위한 운동’으로 흐르기도 했다. 다수 국민이 일부 환경단체를 의심과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이들의 비과학적·무조건적 반대운동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국민이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논란 때도 그랬다. 새만금 방조제와 4대 강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 인천국제공항
2001년 완공된 영종도 신공항은 발표 때부터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당시 녹색연합·환경공해연구회 등 17개 단체는 “개펄이 훼손되고, 철새들이 중간 기착지를 잃으며, 지반 침하로 활주로가 매몰될 것”이라며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영종도 인근에선 여전히 고기잡이가 이뤄지고, 새로운 식생(植生)이 조성되고 있다. 지반 침하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천공항은 역설의 신화다. 반대운동이 거셌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내리 1위를 차지했다. 세계 1등 공항이 된 것이다.

◆ 사패산 터널
1988년 착공한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구간은 2002년 6월부터 2년간 공사가 중단됐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찰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연대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공사 지연으로 물류손실이 39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사패산에 철조망을 두르고 LPG와 시너통을 쌓고 농성을 벌였던 조계종의 보성 스님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후회의 뜻을 밝혔다. “내가 했던 반대운동이 국력 낭비가 아니었나 후회가 든다. 대안이 없는 환경운동은 결국 실패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토로했다.

◆ 통영 케이블카
통영 미륵산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시작부터 환경운동연합의 반대에 부닥쳤다. 자연환경 훼손과 호국성지 보호를 내세워 인근 용화사와 연대해 100일 철야농성을 벌였다. 결국 주민투표까지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2008년 4월 개통됐다. 케이블카는 개통 첫해 90억원 매출에 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통영의 관광명소가 됐다.

◆ 새만금과 4대 강
새만금 사업은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공사 중단 및 재검토에 이어 4년7개월에 걸친 법정공방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준공됐다. 초점은 개펄과 수질 보전이었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이 ‘삼보일배’ 시위를 벌이면서 환경과 개발이 부딪친 대표적인 사례가 됐지만, 한편으론 공사 지연에 따른 국고 손실과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되는 4대 강 갈등 역시 과학적 환경 논쟁보다는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흐르며 심각한 국론분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2004년 도롱뇽 보호를 이유로 지율 스님이 단식까지 하며 KTX 터널공사의 중단을 요구했던 천성산.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KTX 천성산 터널이 완공되어 고속열차가 질주하지만 올봄 천성산의 늪 풍경은 여느 해와 다름없다. 천성산 대성늪 물속에 10일 도롱뇽 알들이 도르르 말린 고추모양으로 주렁주렁 달려 있다. [송봉근 기자]

환경과 개발은 시소의 양 끝이다. 그렇다고 접점은 없을까. 환경친화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 열쇠일 것이다.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인 이화여대 박석순(환경공학) 교수는 “개발은 악(惡), 환경은 선(善)이라는 구시대적 환경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과 인천공항·경부고속철, 새만금과 4대 강 사업 반대운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진짜 환경위기는 가난”이라며 “저탄소·자원순환을 기반으로 녹색문명을 보급해 부강한 환경선진국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환경운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종권 사회선임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 감정적인 기사처리

‘다수 국민이 일부 환경단체를 의심과 불신의 시선으로 바로보는 이유’라는 점, ‘비과학적·무조건적 반대운동’을 벌이는 환경단체,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라는 글은 기자의 감정적인 글쓰기인듯 하다. 물론 조중동이라는 언론이 갖는 그 성향에 따른 판단의 몫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가 없다. 어느 누구도 시비를 가릴 수 없는 문장이다.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조중동이라는 거대언론사라면 ‘기사작성’에 있어서 ‘사실’을 근거한 중립적 가치지향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의 기사전문외에도 이 부분은 특집으로 다뤄진 듯 여러 개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시민환경단체는 믿을만하게 못되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나쁜놈들’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가치의 중립성이라는 것은 가치관의 무게중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비판을 하려면 양쪽의 의견을 공평하게 청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방적으로 시민환경운동을 무시하듯 비판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 근거없는 내용으로 비판하고 부정

 ‘이 나쁜 환경단체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온 내용들’이라는 것으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새만금 방조제, 4대강 사업 등을 예로 들어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근거가 빈약하다. 비판을 수용할 만한 근거가 못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환경단체들이 “개펄이 훼손되고, 철새들이 중간 기착지를 잃으며, 지반 침하로 활주로가 매몰될 것”이라며 취소를 요구했는데 인천국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6년간 내리 1위를 차지한 세계1등 공항이 되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환경단체들이 세계1등 공항이 못될것이라고 주장했단 말인가? 환경단체들은 개펄훼손에 대한 문제제기를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펄은 보존가치의 측면만으로 세계적 가치가 있다고 알고 있다. 개펄의 생태계와는 무관하게 새로운 식생이 조성되고 있다거나 영종도 인근에는 고기잡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내용들은 답변이 되지 못한다. 또 세계1등 공항이 된 것과 환경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는 유사점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세계1등 공항이 된 것은 축하할 일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워 할 일이지만 개펄생태계 파괴의 오명을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계속되는 논란일 수는 있고 박종권기자는 논란을 종결짓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환경문제 대한 것은 1년, 2년, 또는 수년만에 그 결과를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10년, 100년뒤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사패산 터널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찰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연대투쟁을 벌였는데 공사지연으로 물류손실이 3900억원에 이른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반대운동에 동참했던 보성스님은 “후회하고 있다”며 정리하고 있다.

철저하게 경제적 관점에서 준비된 3900억원, 공사지연으로 발생했단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도로를 두고 물류손실비용을 계산해서는 그것이 환경단체때문이라는 논리다. 또 보성스님이 후회한다고 그 모든 운동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영 케이블카
환경연합이 ‘자연환경 훼손과 호국성지 보호’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케이블카 개통 첫해 90억원 매출을 올리며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앞뒤 이야기가 전혀 맞지 않다. 아니면 이런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유로 반대했다는 말인가?

새만금과 4대강
새만금의 경우 환경과 개발이 부딪친 대표적인 사례로 공사지연에 따른 국고손실과 사회적 분열을 초래했다. (이것은 고스란히 반대운동을 한 환경운동단체의 책임이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새만금 간척지를 이용하겠다고 하지 않고 농지에서 공업용지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광활한 개펄생태계를 없애가면서까지 지도의 선을 바꾸는 공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단 말인가? 무조건 국책사업이나 아무말 하지 말고 동의하라는 말인가?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으며 만든 것이 결국 처음계획과 다르게 사용된다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가?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정치사회적 논란, 국론분열 양상의 책임이 마치 환경단체에 있다는 논조다. 국민여론을 모으는 토론과 합의의 과정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는 정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무작정 ‘나쁜’ 환경단체들만 책임을 져야할 문제인가?

# 우리사회는 비판과 견제세력을 잃어가고 있다

MB정부이후 우리사회에는 건전한 비판과 견제의 세력을 잃고 있다. 시민단체의 역할이 시민의 힘으로 정부의 정책과 행동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과거 80년대식 업압과 권위주의시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당부분 촛불시위이후 온오프라인공간은 얼어붙고 있는 듯 하다.

토론이 상실되었다. 우리사회의 토론문화는 정착이 쉽지 않은가 보다. ‘진보=좌파=빨갱이’라는 색깔론이 지배적인것도 사실이다. 환경문제에 대해서 환경단체에서 반대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국고는 낭비되지 않고, 피해입을 국민은 없을 것인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사회가 발전과 성장위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비판세력으로서의 ‘환경단체’를 ‘나쁜 놈’ 취급하거나 ‘눈엣 가시’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그들의 반대주장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다. ‘지율스님의 단식’으로 국고가 낭비되고 국민은 피해입었다는 식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100일 가까운 단식으로 주장하는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기울 여유가 없는 나라라면 도대체 누구의 나라란 말인가?

환경단체의 의견은 옳고, 정부의 환경정책은 잘못되었다는 식의 시비를 가리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세력에 대한 대화와 토론의 분위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안의 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죄하듯 ‘봐라~내 이럴줄 알았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기보다 ‘아무 문제 없다고 하지만 혹여 상처입은 생명은 없는가?’라는 자세의 견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또 환경문제는 단시일내에 결과를 판단하는 근시안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긴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평가해야 할 대목이라는 뜻이다.

cKsLrx-NWvM-hcJydu0f7skVmqTwVdGu5ukxcTNWw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