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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북한아사자속출 - 특파원 보도관점 다른 이유는?





북한아사자속출 - 특파원 보도관점 다른 이유는?

오늘(2011.3.10일자) 한겨레 2면에 법륜스님이 워싱턴에서 특파원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식량사정과 아사소식에 대해 전했다. 그와 더불어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대북인도적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 북한은 더욱 더 중국에 밀착할 수 밖에 없어 통일은 멀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이 뉴스가 한겨레에만 다루었는지 다른 언론에서도 다루었는지 확인할 겸 인터넷을 검색했다. 법륜스님의 워싱턴특파원 간담회 소식은 많은 언론에서 다루었다. 검색결과 차례로 동아일보, 불교방송, 한겨레, YTN,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등이 나온다. 한겨레의 기사와 비교했을때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아래 한겨레 기사를 참조해서 읽어보면 알다시피 북한에서는 식량배급이 좋지 않아 굶어죽고, 전기,난방,식수 공급이 중단되어 노인들이 숨지거나, 꽃제비가 동사했다는 소식이다. 식량난은 군부대까지 번져 군인들이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이들을 위해서 남한과 미국에서 인도적 식량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은 북한이 중국으로 기우는 것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분단의 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법륜스님이 워싱턴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한 내용의 핵심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 즉, 대북식량지원을 하는 것이 대화를 불러올 수 있고,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언론에서는 이 대목을 모두 생략하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 그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날 참가한 특파원들의 자기식 해석으로 귀를 막고 있는 것인지, '북한의 아사자 속출'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북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을 갖고 있는것인지 잘 모르겠다. '북한의 아사자 속출'이라는 것만 전달하고 나머지 영역(법륜스님의 대북인도적 지원)은 독자들이 알아서 해석하라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좋은벗들은 <오늘의 북한소식>을 매주 발행하면서 북한주민들의 생생한 생활현장을 뉴스로 전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법륜스님으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특파원 간담회를 열었을것이다. 그런데 외국상주 특파원들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가감없이 전달해야 하는 사명을 잊고 자기식대로 가쉽으로 처리하는 모양새다.

MB정부이후 남북관계는 10년전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즈음에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단순명제는 G2를 비롯한 열강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대절명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듯 해서 불한하기 짝이 없다. 해외특파원들의 보도행태도 이와 비슷해 씁쓸하다.

아래 손가락 안의 숫자를 클릭해주시면 많은 분들이 함께 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2011.3.10일자 2면에 보도된 내용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단법인 좋은벗들은 매주 <오늘의 북한소식>을 발행하고 있다. 아래 글은 2011년 3월 9일에 좋은벗들에서 발행하는 <오늘의 북한소식>의 한 대목이다. 북한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통해 '불쌍하다', 또는 '나쁘다'는 관점을 넘어 '대북인도적 식량지원은 재개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북한에 대해 찬반의 의견이 많을 것이다. 이념논쟁을 벌이기 이전에 사람이 사는 곳이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마음으로 쓴다.  

청진-회령을 오가며 옷 장사를 하는 한 아주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다.  

지난 2월 중순, 함경북도 고무산 초소에서 목격한 일이다. 청진-회령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고무산 10호 초소에서 유독 단속 시간이 길었다. 전국적으로 검열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초소 단속도 강화된 탓인지, 여행증명서가 있는 사람들도 꼬치꼬치 몇 번이고 캐묻고 짐 수색, 몸수색을 몇 번이나 당해야 했다.

버스 승객 중에 허리 구부정하고 제 한 몸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삐쩍 마른 할머니 한 분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지 더듬더듬 뭐라 설명하는 모습이 보였다. 단속원들도 매일 단속하는 게 힘이 들었던지, 아니면 할머니의 더듬거리는 말을 유독 알아듣기 힘들었던지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렸다. 뭐라고 했는지 급기야 노인네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소매를 잡고 사정하는 모습이었다. 뼈가 앙상히 드러난 한 줌 가느다란 손목이 거칠게 내팽겨 쳐졌다. 덩달아 할머니 몸이 휘청거렸다. 곧이어 뒤로 꿍 넘어지고 말았다. 다들 무료하게 혹은 초조하게 단속시간을 견디고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주위로 몰려들었다. 단속원들의 신경도 예민해졌는지, 빨리 처리하고 보내라고 성화였다.
몸집은 작지만 강단 있어 보이는 단속원 한 명이 할머니를 거칠게 일으켜 세우더니 질질 끌다시피 화물차에 태웠다. 봇짐 하나를 던져주고는 화물차를 출발시켰다. 할머니는 머리가 산발된 것도 모르고, 얼마나 울었는지 일그러진 얼굴로 최후의 숨을 끌어 모은 듯이 “살려 주오. 살려 주오”라고 단말마의 비명을 몇 마디 지르다가 결국 강제로 태워 보내졌다.  

▲ 영화<크로싱>의 한장면

검사가 다 끝난 뒤 손님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다시 회령으로 출발했다. 단속원이 눈앞에서 멀어지자 누군가 말했다. ‘저 로친, 청암(구역)에서 전거리 가던 중이라고 들었소. 그 옆에서 검사를 받고 있었는데, 로친 아들이 작년에 도강하다가 걸려서 4년 형 받고 전거리에 있다지 않소. 영양실조에 걸려서 다 죽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아들 한 번 살려보겠다고 이집 저집 다니면서 펑펑이가루를 20kg 겨우 만들어 왔다고 하오. 잘 사는 것 같지도 않고, 다리를 다쳤는지 잘 걷지도 못하던데, 하여간 대단한 로친이오.

려행증명서까지 제대로 떼어 왔더만. 원래도 기력이 없어서 말을 빨리 못하는 것 같더만, 하도 다그치니까 더 말을 못해서 더듬더듬하다나니 단속원들이 다른 속셈이 있다면서 통과를 안 시켜준 거요. 내가 옆에서 같이 사정해봤는데 나도 이상하게 취급하려고 해서 그만뒀소. 늙어서 말을 빨리 못해 그런 거지 다른 속셈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로친이 몇 번이고 애원하고 울고불고 해도 그냥 돌려 보냅디다’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회령은 국경도시라서 여행증명서를 떼는 데에도 뇌물이 많이 필요한데, 보기에도 남루하고 궁색해 보이는 그 할머니가 여행증명서를 떼고 펑펑이 가루까지 챙겨 오려고 혼자 얼마나 바빴겠나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왔다. 도강을 못하게 하려고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다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겠다고 마지막 힘까지 끌어 모았을 모정까지 박대하는 게 몹시 언짢았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던지 여기저기서 혀를 끌끌 차거나, 아니면 차갑게 내팽개쳐진 모정이 서러웠는지 숨죽이고 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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