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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평범한 아주머니의 청와대앞 평화기도





사단법인 좋은벗들 유애경회원의 평화기도는 그 감동이 우리사회에 번짐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작년 연말 광화문 10일기도에 이어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던 3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의 청와대 앞 기도도 그렇다. 춥고 눈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몸을 숙여 기도정진을 하고, 다시 꽃샘추위가 시작되는 무렵에 청와대 앞에서 몸을 숙여 참회정진을 했다. 평범한 아주머니 한 분이 매일 집을 나와 청와대입구에서 절을 하는 것이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싶다. 그렇게 하는 게 개인적인 위안이 될 지 언 정 세상의 변화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많은 분들이 격려와 마음을 보내왔다. 이것이 세상과의 연대하는 방법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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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기도를 마치고 소감을 적어 보내왔다.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몸을 숙여 절을 하면서 느꼈던 심정들을 담았다. 청와대 입구 길에 떡 하니 서 있는 경찰관들 앞에서 묵묵히 절하는 모습은 유애경회원의 기도이자 우리 모두의 마음이 모인 결정체 인 것 같다. 그의 바램은 처음도 중간도 끝도 어미의 심정으로 북한의 인도적 식량지원을 호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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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앞 3일기도를 마치고

청와대 앞 3일간의 평화기도
북한의 인도적 식량지원을 호소하며~

유애경(좋은벗들 회원)




청와대 앞 평화 기도를 시작한 첫째 날
그동안 추웠던 날씨가 풀리는가 싶더니
꽃샘추위로 다시 새벽공기는
찬 겨울 칼바람이다.

새벽 예불 후 조용히 앉아 발우공양을 한다.
발우를 펴고 소심경을 외며
붓다를 생각하고
평화의 말씀을 생각하고,
고요한 호흡을 함께 한 공동체를 생각한다.

밥 한 알에 우주가 담겼다고 하는데
이 밥 한 알 먹지 못해 죽어가는 생명이 있다.
굶주리는 북녘의 동포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바램으로
평화의 기도를 발원했다.

발우에 담긴 밥과 세 가지의 반찬을 보며 발원한다.
배고픈 사람은 배불러 지이다
옴 시리시리 사바하
옴 시리시리 사바하
옴 시리시리 사바하

청와대 자하문 로 입구에 방석을 깔았다.
오전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온 겨레는 평화를 염원합니다. 다시는 전쟁은 없어야합니다.”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에게 인도적 지원을 요청 합니다.”
앞뒤에 글귀를 달고 조용히 절을 시작한다.
꽃샘추위에 바람이 차다.
가장 낮은 곳의 공기는 더 차다.

미움, 갈등, 원망을 훨훨 털어버리려
칠천만 민족을 대신해서 참회하며 숙인다.
한번 절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민족의 한이 사라지기를,
한번 절하면서 분단되어 저질러졌던 아픔과 고통이 사라지기를,
한번 절하면서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놓아지기를

나의 참회와 발원이 나를 넘어설 수 있을까?
나를 넘어 이웃으로 세상으로 번질 수 있을까?
세상이 변하고 북한 동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문득 작아지는 나를 본다.
찬바람에 뺨을 타고 내리는 눈물이 차갑다.

청와대 앞 평화 기도를 시작한 둘째 날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점심시간에 맞추어
친구가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왔다.
쌀밥에 고깃국, 계란말이다.
내가 계란말이 좋아하는 줄 알고 싸왔단다.
노란빛 계란말이, 빛깔도 예쁘다.

“계란 10개만 먹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언젠가 법륜 스님이 전해준 북한 어린이의 말이 생각났다.
나를 숙인다고 절을 하면서,
북한 아이들이 굶고 있다고 식량지원을 하자고 하면서
나는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는다.

작년, 붓다의 삶을 흉내 낸다며
끼니때 마다 한 숟갈로 8일을 지냈더니
걸음이 제대로 걸어지지 않았다.
병원에 갔더니 “자동차가 기름이 없으면 갈 수 있나요?” 한다.
영양실조였다.

그 후로 나는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는다.
북한아이들이 지금 극심한 영양실조라 한다.
먹지 못해 죽어가는 자식을 마냥 바라보는 부모가 있고,
죽어가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이 있다.
식량이 부족해 북한은 중국으로 기울고
통일은 멀어진다는데 분단은 지속 될 거라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밥 먹게 해주세요!

청와대 앞 평화 기도를 시작한 셋째 날
삼천 번 머리를 땅에 조아렸다.
더 숙이고 숙여 가장 낮은 곳에 엎드렸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들숨과 날숨만 있다.

네가 내쉰 숨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내 안에 들어온 숨은 다시 밖으로 나간다.
그 숨이 다시 너에게 들어간다.
그렇게 온 우주와 하나가 된다.

다시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나와 부모가 둘이 아니고,
또 나와 자식이 둘이 아니고,
우리 집과 이웃이 둘이 아니고,
우리 동네와 이웃동네가 둘이 아니고,
우리나라와 이웃나라가 둘이 아니고,
다시 저 북한의 아이와 내가 둘이 아니고,

붓다와 메시지와 공동체에 감사하다.
스승님과 도반이 감사하다.
먼저 살다 간 조상님들께 감사하다.
청와대의 대통령님도 감사하다.
항상 내 앞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서있던 경찰관님들도 감사하다.
뭇 생명의 은혜에 감사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행복하여 지이다.

새터민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정신적인 아픔을 함께 껴안기 위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건강이 곧 우리미래의 밝음이라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 몸을 숙여 길에서 기도정진을 한다고 했다.
인천항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물품들이 선적되어 있는 채 발이 묶여 있다고 한다. 고아원과 양로원에 지원될 의약품, 생필품, 식량 등이라고 하는데 남북관계가 얼어 있으니 그것마저 얼어 붙어 있는 것이다. 유애경회원은 기도를 마치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여러 가지로 표현하고 있었다.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참해서 여론을 바꾸었으면 좋겠어요.
유애경회원님이 추천하는 북한바로알기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