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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기적을 만들고 평화를 일구는 청와대앞 <3일간의 기도>





2010년을 마감하는 시간에 날씨는 매서웠다. 100년만에 처음 찾아오는 추위니 어쩌니 할 정도이니 엄청 추웠다. 이때 광화문 세종대왕동상옆에서 10일간 조용히 절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비록 귀마개를 하고 옷을 두텁게 입었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하루종일 한댓바람을 막아주기야 했을까 싶다. 이런 저런 글귀를 펼쳐놓고 절을 하니 경찰들도 긴장하고 어느 단체에서 나온 시위대인가 하는 불안한 눈빛을 굴렸다. 나중에는 자리도 봐주고, 바람에 날아가는 현수막도 잡아주는 등 추운날씨에 고생한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도는 이런것일까? 좋은벗들 유애경회원에게 그날을 떠 올리며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그 추운날 왜 기도를 했느냐고 먼저 물었다.

연평도사건이후 전쟁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나섰습니다. 남북한 7천만 민족을 대신해서 참회의 절을 하며 빌었습니다. 북한정부를 대신해서 남한정부에게 빌었고, 또 남한정부를 대신해서 북한정부에게 빌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면 아이들은 ‘엄마, 싸우지 마세요!’, ‘아빠, 참으세요!’하면서 말리잖아요. 그 심정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남북한 정부를 대신해서 참회하고 빌면서 절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만은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싸울때 그 사이에서 아이들이 받는 상처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북한 주민들이 져야하고, 그 규모는 어마어마할 테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봄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꽃샘추위가 찾아온다. 내일부터 청와대앞에서 <3일간의 기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번 <광화문에서의 기도>이후 이번에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는가 싶어 작정을 하고 앉았다.

그 이후 새터민들을 만나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제 남한으로 왔으니 뭐가 부족하겠나 싶었습니다.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울증, 대인기피증, 공포불안, 정서불안 등의 심리불안과 더불어 그로 인해 발생한 위장병 등이 심각했습니다.

새터민들에게 심리적인 문제, 정신적인 문제가 많다니 더 궁금해졌다.

가족이 이별하면서 겪게 되는 아픔이 큽니다. 탈북이후 중국을 거쳐 난민으로 쫒기는 입장에서 공포불안, 정서불안 등의 증상이 생깁니다. 남한으로 왔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오랫동안 겪었던 불안증세가 쉽게 사라지지 않은 겁니다.

배고픔의 고통만 없어도 가족이 이별하지 않아도 되고, 탈북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 배고픔의 고통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것 같습니다. 엄마들의 정신적 피해는 아이들의 불안증세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우리들의 국민이고 가족이고 이웃인데, 이들의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들은 우리미래를 볼 때 손실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새터민들이 정신적인 고통이 많은 것 하고 청와대앞에서 진행할 <3일간의 기도>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번에도 참회의 절을 하려고 합니다. 이같은 사실을 10년전에도 알았지만 내가 세상에 알리는데 도움주지 못한 것이 큰 죄를 짓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면 애들은 정신불안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남북이 갈등하면 국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아야 합니다. 막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미래입니다. 국가적 손실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정부의 가장 큰 힘을 가진 대통령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빌기 위해서 청와대앞에서 절을 하려고 합니다.

옥수수만 장기간 먹어도 정신장애가 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가슴 아픕니다. 아이들이 제때 못 먹어 영양상태가 부족으로 인해 생길 미래의 문제는 더 큰 문제입니다. 지금 이렇게 남북간의 갈등으로 인해 인도적 지원마저 멈춰있는 것은 질못된 것입니다. 인도적 지원은 재개되어야 합니다. 싸울때 싸우더라도 아이들은 제때에 먹어야 합니다. 앞으로 가져올 엄청난 손실을 미리 막는다면요. 내 아이가 굶고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누구에게든 무릎을 꿇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엄마의 심정으로 나섰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제 자신을 낯추고 참회하는 절을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임진각에서 대북한 선전물을 날려보내는 것에 대해서 북한은 공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실정에서 국민들은 또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할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이명박대통령은 천안함사건, 연평도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고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반가운 일이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잘 해결해야 할 것이다.

감정적으로 해결하거나 그래서 어느쪽이든 큰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은 분명 잘못 처리하는 문제일 것이다. 봄이 온다고 다들 설레고 기다리고 있지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봄비가 내리지만 그 비는 아직 따뜻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싹을 틔우고 생명을 키우는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유애경회원의 <3일간의 기도>가 무슨 세상의 변화를 불러오겠냐마는 기도의 힘은 그런것인가보다. 자신을 낮추어 세상을 감동시키는 일, 가장 낮은 자의 자세로 하나님을 만나고 붓다를 만나는 일, 그것이 변화를 불러오는 기도인가보다.


유애경님의 <광화문기도>에 대한 글은 (사)좋은벗들의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습니다.
(사)좋은벗들 홈페이지 : http://www.goodfriend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