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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일본의 참여불교]① 일본의 참여불교와 사회운동 탐방,연재를 시작하며



일본의 참여불교와 사회운동 탐방,연재를 시작하며 
동북아의 정치군사적 긴장, 전지구적인 위기의 과제 앞에, 이제는 깊이에서 만나야 할 때
 




유정길_에코붓다 공동대표 / 2011년 02월 22일 (화)

동아시아 불교간 네트워크를 위해 1년간 일본 불교사회단체의 교류 및 조사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에코붓다 유정길대표가 일본불교의 사회활동을 소개하는 <일본의 불교 · 사회운동, 현장에서 만나다>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일본 현장에서 전하는 생생한 소식이 한국불교가 나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부대중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전세계의 많은 NGO들이 있지만 그 규모와 성격, 영향력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무어니무어니 해도 가장 큰 NGO는 많은 신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종교사회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0년대 이후 사회의 민주화와 남북간의 화해를 이끄는데 많은 NGO들의 활동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종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한국의 종교는 새로운 사회운동을 만드는 역할을 했고, 다른 민주화운동의 힘을 보위해 주고 때로는 막힌 국면을 타개하는 역할을 했는가하면 사회의 여론을 조성하는 활동도 해왔습니다. 더우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권위적인 정부를 압박하며 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등, 정신적 지도그룹이자 예언자로서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해 오는 중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가마쿠라시대의 대표적인 조각인 가마쿠라대불.처음에는 목조상이었으나 태풍으로 대파된 후 청동으로 다시 만들었다. ▶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고, 천안함사건과 서해에서의 교전 등으로 남북한의 정치 군사적 갈등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이를 기화로 남한도 더욱 군사력을 증강하려고 하고 있고, 이러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이유로 일본의 보수세력들은 ‘보통국가화’를 명분으로 ‘일본은 일체의 무장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 9조를 폐기시키고 군사력을 증강시키려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 중국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속에 군사비에 대한 투자를 높이고 있습니다. 결국, 전세계적인 군축의 무드와는 반대로 동북아시아는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3국가는 모두 불교국가입니다. 과거 개신교와 천주교를 독재정권이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그들이 갖고 있는 국제적 네트워크의 힘이었습니다. 이처럼 동북아의 평화를 도모하고 높아가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무장해제와 평화군축의 흐름을 만드는데는 이 3국의 불교인들, 특히 사회활동을 하는 불교의 양심세력들과 협력과 교류의 노력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국불교만 알면 한국불교를 알수 없다

한국의 불교사회운동은 민주화와 제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도 있지만, 종단을 민주화하고 근대화하는 과제도 벅차기 이를 데 없습니다. 국내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데도 힘에 부칩니다. 그러나 없는 여력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우리가 해야할 과제를 이루려는 노력도 작지만 한켠에서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 중, 일, 대만 등 4개국의 불교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불교를 이해해야 하고 그를 토대로 하고 있는 사회적 활동을 깊이 알고 이해해야합니다.

숲 안만 있으면 숲 전체를 볼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불교만 알면 한국불교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숲밖을 나와 산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이어야만 한국불교의 참모습을 알게되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그 자체의 원인과 결과를 현미경을 들이대며 미세한 현실적 분석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보다 넓은 시야와 거시적인 안목을 볼수 있을 때 비로소 통합적인 지혜를 만들어 낼수 있을 것입니다.
일전에 대만불교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불광산사와 자재공덕회, 법고산사와 중대산사 등 불과 45년만에 이룬 이 4곳의 불교부흥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그들이 고맙고 같은 불자로서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들의 실험과 시도, 성공은 그들만의 특수성이 있지만, 우리가 배우고 공유해야할 보편성이 있습니다. 이들의 경험은 다른나라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일본에서의 경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본불교를 교학이나 수행에 있어서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게 봐서는 안될 만만치않은 종교적 체계와 수행의 전통이 있다고 일본을 아시는 분들은 말합니다. 일본도 불교국가로서 많은 불자들이 있습니다. 일본은 장례불교라고 하지만 모든 스님이 장례집전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많은 불자중에는 큰 원력을 갖고 있는 스님들도 계시고, 깊은 신심을 갖고 있는 신도들이 있으며 불심으로 무장한 원력보살들도 있읍니다.

▲ 일본 동경의 번화가인 오차노미즈거리

우리도 이제는 그들의 성취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배워야 할 것과 함께할 것들을 찾아 그들의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뿐아니라 위급한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시바삐 국제적인 양심세력들의 연대와 네트워크가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잊어서는 안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협력해야

일본은 이른바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합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TV만 틀면 한국드라마와 한국가수들의 노래가 나옵니다. 한류의 분위기가 생각 이상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로 한국인교포가 참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일본의 경제적, 문화적 영향을 대단히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식민지문제에 대한 사과, 교과서문제, 독도문제 등이 계속 국가의정치적 역사적 과제로 남아 우리들에게는 아직도 편치않은 관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 사회운동은 반미를 중요 잇슈로 외쳐온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미라고 해서 미국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정부로 대표되는 그들의 패권적 형태는 여전히 날카로운 비판을 해야하지만, 그렇다고 미국민 모두를 적으로 규정해서는 안되듯이, 일본 정부의 패권적 요소는 끊임없이 비판되어야 하지만 그로 인해 일본국민들의 모든 것을 싸잡아 부정하는 것도 성숙한 사고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의 정치적 외교적 과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해결할 것은 분명히 해결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한켠에서는 함께 해야할 것은 함께 해야합니다. 이른바 투 트랙 (Two- Track)이라고 해야 할까요? 두 주제의 연관성에 얽매여 둘다 실행이 지체되기 보다는 각기 독립적 과제를 별도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실제 동북아의 평화나 전지구적 과제(Global Assignment)나 지역적 과제 (Regional Assignment)를 위해 서로 힘을 합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치외교적 갈등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도 60-70년 안보투쟁을 통해 치열하고 진한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고 이념적으로 한국보다 자유로운 편이어서 다양한 사상적 경향들이 발달해 왔습니다. 지금도 그 뜨거운 에너지는 일본의 시민사회운동의 곳곳에서 녹아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1960년부터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이나 양심세력들에 의해 민주화운동 과정에 많은 지원과 도움을 받아온 역사가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지역공동체운동, 생명운동과 유기농및 생협운동, 대안운동 등에 있어서도 한해에도 수십개의 단체들이 일본을 방문하며 교류를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마을만들기, 지역공동체운동에 대해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일본의 주민자치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일본사회단체들은 한국의 사회운동을 배우기 위해 러쉬(Rush)라고 할 정도로도 서로 많은 방문과 교류가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참여불교국제네트워크 (INEB - Interndational Network for Engaged Buddhism)의 교류활동이나 종단의 정례적인 공식교류이외에는 깊이 상호침투하는 사회적 교류는 여전히 부족한 편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뒤, 일제잔제의 청산이라는 근대적 과제속에 왜색불교의 척결이 중요한 의제였기 때문입니다. 일본과의 관계는 극도로 회피되거나 긴장하는 대상이었고 그로인해 일본불교와의 교류및 네트워크는 소홀했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불교를 조금더 냉철히 볼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왜색불교이지만, 일본에서는 그냥 '불교'입니다. 일본불교는 자기 나름대로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갖고 지금의 존재방식으로 불교를 보존하면서 발전해 온 것입니다. 그것은 좋다 나쁘다는 평가를 넘어서 있는 대상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일본불교의 존재방식을 인정하고, 더 깊이 이해하며 관계를 맺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 Free Tibet 시위하는 일본단체 회원과 함께

그동안 종교가 정치보다 위에 있다고 하지만, 과거 일제36년의 기간보다 약 2배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불교라는 종교적 공통점으로 긴밀하게 교류하기에는 아직도 역사적 정치적 문제에 압도되어 있고, 그 무게로 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더 시야로 큰 과제를 위해 함께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일본의 참여불교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찾아

저는 현재 환경과 인권, 평화와 지역공동체, 가난한이들과 함께하려 노력하는 일본불교의 양심세력과 선한의지들의 활동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불교사회단체를 방문하며, 이들의 활동을 살피면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더우기 전지구적인 생태위기를 목전에 두고 개별 국가를 넘어서 '지구시민'의식으로 전인류의 협력과 연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때 더더욱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고, 한국가단위의 이해와 이익을 뛰어넘어 국제간 연대를 해온 NGO 전통으로 볼때도 더더욱 우리는 가까이있는 국가, 가까이 있는 불교인들끼리의 이해와 교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교류와 연대는 서로 자신감을 제공하고 서로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좋은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과정에서 자기 국가의 불교활동에도 큰 힘을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대체로 불교사회단체들을 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일반 환경, 평화운동단체와 개발구호, 지역공동체운동, 대안운동이나 사회적기업및 커뮤니티 비즈니스그룹들등을 만나면서 보니, 일본은 불교국가라서 종교와 관계없는 단체에도 많은 스님들과 사찰이 참여하거나 지원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중에서 한국불교에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활동들에 대해서는 가능한 소개하려 하고자합니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저의 경험을 가능한 많은 분들과 공유하자 합니다. 더 필요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정리하고 파악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와도 공유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불교사회운동이 더욱 풍성해지는 계기가 된다면야 더 바랄게 없을 것입니다. [계속]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는 1988년 한국불교사회교육원의 사무국장으로 불교내 사회교육을 전개해왔고, 1991년부터 불교내의 최초의 환경단체로 현재 에코붓다의 전신인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의 실무책임자로 활동해왔으며 현재는 에코붓다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정토회의 보직순환의 원칙에 따라 2001년부터 3년간 아프가니스탄에 긴급구호및 마을개발 활동을 한뒤, 2005년부터 5년간 남북문제에 대한 정책개발기구인 평화재단의 기획실장으로 활동해왔다.
이외 종교환경회의를 비롯하여 불교내 여러 환경단체를 창립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으며,현재는 2010년 12월부터 동아시아의 불교간 네트워크를 위해 1년간 일본 불교사회단체의 교류및 조사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논의의 쟁점들' (나라사랑), 세계어디에도 내집은 있다 (한겨레출판사), 한국전통문화속의 환경지혜및 녹색발전 (서울대 출판부) 등의 공저가 있고, '그린피스 이야기'등을 번역했다.

이 글은 불교포커스(www.bulgyofocus.net)에 연재하는 내용을 옮겨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