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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영화리뷰] 더 리더 : 운명적인 사랑은 멀리있지 않다





어제 조용한 밤에 영화 한 편이 가슴에 내내 남는다. The Reader <책 읽어주는 남자> - 개봉된지 시간이 지난 영화다.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가면서 애틋한 사랑의 감정, 추억을 하나정도는 묻어두고 살아갈게다. 그게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이 배어있기도 하겠고, 아니면 풋풋한 내음을 곱씹으며 쓴웃음을 짓는 그런 것도 있을게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흐른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그 남자의 첫사랑. 10대 소년 ‘마이클’은 길을 가던 중 열병으로 인해 심한 구토를 일으키고 우연히 소년을 지켜 본 30대 여인 ‘한나’의 도움을 받게 된다. ‘마이클’은 감사 인사를 청하기 위해 그녀를 다시 찾아가고 순간 그녀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며 비밀스런 연인이 된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한나’에 대한 ‘마이클’의 마음은 점점 더 깊어지게 된다.

그 여자의 마지막 사랑. ‘한나’는 우연한 만남 이후 그녀를 찾아 온 ‘마이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그와의 사랑을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마이클’과 관계를 가지기 전 책을 읽어 달라는 그녀. <채털리 부인의 사랑>, <오디세이> 등 ‘마이클’이 ‘한나’에게 읽어주는 책의 수가 늘어 갈수록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한나’의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말 한마디 없이 ‘마이클’ 곁에서 사라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그리움 속의 8년 후,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재판에 참관했다가 우연히 피고인 신분의 ‘한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마이클’은 안타까움을 안은 채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모든 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한나’를 눈 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마이클’은 또 다시 그녀와 20년간의 헤어짐을 맞게 된다. 감옥에 간 그녀에게 ‘마이클’은 10년 동안 책을 읽은 녹음 테이프 보내면서 그녀와의 애절한 사랑의 끈을 이어가는데…
그렇게… 비밀스러운 여인 ‘한나’로 인해 ‘마이클’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15세의 '꼬마'의 여름방학같은 추억의 사랑은 인생 내내 영향을 주고 받는다. 나의 열 다섯 살에는 어땠을까? 그렇게 격정을 불태우는 시간이 있었을까? 사랑을 깨치는 순간이 있었나싶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시간속에 나의 세포 하나 하나를 떨게 하던 그런 그리움이 남아있나 싶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를 보면서도 느꼈던 아련한 아픔이 이 영화에도 배어있다. 진정한 자유를 갈구하며 사랑하던 여인을 떠나갔던 추억의 남자가 있었고, 책을 읽어주며 열정을 불태우던 남자를 조용히 떠나간 이유모를 여인이 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그 긴 시간을 복역하는 공간에 보내진 책 읽어주는 남자의 음성은 글을 깨치는 시간이었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을게다. 분명 한낱 꺼져가는 성냥불의 불씨를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을거다. 20년간을 복역하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에 왜 그녀는 죽음을 택했을까?

마이클이 그녀를 찾아와 조그마한 집을 마련했고, 일자리도 마련했다고 전하면서 다음주에 데리러 오겠다고 하고는 그 한주일동안 마이클은 그녀를 추억하며 공간을 꾸몄다. 분명 어린 시절의 그 '꼬마'의 설레임이 묻어있었을게다. 그림 한 점 벽에 거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것은 왜 그녀를 만나러 갔을때 그 '기쁨'과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거기서 그녀는 그동안 꿈꾸어오던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가 <아사코와의 세번째 만남>처럼 느껴졌던 것은 왜일까?

마이클이 좀 더 다정하게 웃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타까움이 남는다. 순간 경상도남자들의 무뚝뚝함이 느껴진다. 좋아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고, 싫어도 그리 내색하지 않는 무던한 느낌의 사나이, 자기의 감정을 그렇게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 말이다.

20년간의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나오는 이제는 늙어버렸지만 어린시절의 옛 연인을 만난 그 기쁨을 왜 표현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녀는 그것을 읽었는지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이제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아야겠다. 더 진지하고 내면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져야겠다싶다. 나에게 다짐하듯 한마디 던진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운명적인 사랑~ 멀리 있지 않다. 지금 곁에있는 분께 마음을 열고 표현하며 사는게 필요하다. 그게 이성적 사랑이던 동료애이던 또 다른 사물에 대한 사랑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이 글은 2009.07.27에 포스팅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