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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일본의 참여불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승가공동체운동





 
사방승가운동 (四方僧伽 Catuddisa Sangha) _1 


사방승가운동의 처음

사방승가운동에 대해 아는 지인으로 부터 소개를 받았을 때 나는 순간 무릎을 쳤습니다. 그 용어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지속가능한사회라는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훨씬 풍부한 의미를 띄고 있는 불교적인 표현이라고까지 생각은 못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 야 새삼스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모토 가츠유키 (井本 勝幸)스님,
그와는 2010년 초부터 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지난 12월초 동경의 남쪽 하네다 공항근처의 정토진종사찰인 안상사(安詳寺)라는 절에서 이 스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다소 마른체구에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친구같은 인상에다 소탈하고 잘 웃는 하회탈 같은 인상입니다. 그는 올해 47세로 일본의 남쪽 후쿠오카의 일련종(日蓮宗)사찰인 보은사(報恩寺)주지입니다. 1984년 대학생때 JVC(일본국제발런티어센터)에서 소말리아의 지원활동을 통해 이디오피아 난민 농업지원프로그렘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후에 아예 JVC 스텝이 되어 캄보디아 카이오딘 난민센터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 200년 사방승가운동을 시작한 이모토 가츠유키스님(왼쪽에서2번째)

그러다 일본으로 돌아와 1989년에 일련종으로 출가(日蓮宗大本山・池上本門寺)하였습니다. 대체로 한 10년간을 약간의 사회활동도 했지만 종단과 주로 사찰관련 활동을 하다가 2000년 자신이 과거에 활동했던 불교국가인 캄보이다를 지원하면서 부터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사방승가운동을 지원하는 일본의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였고, 12월 인권의 날을 기해 ‘티벳평화운동’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사방승가(四方僧伽)운동은 일본어로는 ‘시호상가(しほうさんが)’, 영어로는 ‘카투디사 상가 (Catuddisa Sangha)’라고 부릅니다. 2000년에 캄보디아로부터 시작된 사방승가운동의 취지문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사방 승가는 동서남북,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본래 하나의 커다란 승가 (화합승)입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본래의 근본 가르침이며, 우리가 미래세대를 위해 이뤄야 할 부처님의 대원입니다.
그러나 세계의 실상은 끊임없이 대립과 내란, 전쟁의 연속이고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자연 환경의 파괴와 빈부 격차의 증대, 인권 억압 그리고 인간 정신의 붕괴 등, 그 부처님의 서원과는 반대로 갈수록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우려하며 지금 세계의 불교도들이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손을 잡고 슬픔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불교의 진정한 화합의 모습을 세상에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기본실천원칙으로 ① Self - sufficiency (순환적이고 자족적인 삶) ② Dharma Practice (마음의 수행) ③ Autonomy (자율적인 자치와 상호 부조적인 연계) 등 3 개의 화두를 중심으로 하는 제반 활동을 총칭 "사방승가 (운동)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 목적문에도 언급되어 있다시피 사방승가운동은 자립적지역공동체를 이름하여 ‘불국토’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나가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세상의 억압과 부조리에 대해 ‘제3의 눈’으로 감시하며, 비폭력 평화를 이루어나가는 운동인 것입니다.

현재 이 사방승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국경, 종파를 넘어 주로 아시아 불교 국가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고 그 풀뿌리 네트워크는 현재 일본, 대만,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버마,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티베트 (인도 국내), 티베트 (중국), 위구르 (중국), 몽골, 러시아의 칼미크 부랴트, 투바등의 3개 공화국, 호주, 프랑스, 영국, 미국의 20 개국에 이미 활동중이거나,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본 활동의 구조와 방식

그런데 이 사방승가운동은 바람직한 환경운동이면서, 동시에 바람직한 개발협력운동이자, 근본적인 비폭력 평화운동의 요소를 골고루 갖춘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그야말로 생태주의 원리에 아주 적확하게 충실하고 있는 환경운동이기도 하지만, 개발국가들의 자립적인 개발지원방식으로 아주 적절하고 또한 불교적인 가르침과 원리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개발운동이자. 모든 나라가 국가에 제한되지 않고 서로 긴밀히 네트워크되고 있는 평화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각 국가간의 경쟁과 대립을 어떻게 종식시킬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됩니다. 그것은 결국 서구의과도한 물질적인 욕망에 포섭된 물질적 개발주의라고 판단하고 그것은 생태계를 위협할 뿐아니라,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철저히 강자중심의 사회로 재편하게 만드는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운동은 기본적으로 아시아각국가들의 마을단위의 자립적 지역공동체의 강화를 지원하는 것을 기본골격으로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광폭한 세계화와 오도된 지구화로 인해 수탈되는 가난한 나라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의존하면서 자국의 문화를 보존하고 자립적인 삶을 사는 지역공동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수탈적인 세계화의 대안으로 최근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Hellena Borberg Hoji)여사가 ‘행복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the Happiness)이 주장하고 있는 지역자립공동체라고 판단하며 지역의 생산과 소비, 폐기가 비교적 완경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슬로푸드, 지역에너지, 지역은행, 지역의 소셜비지니스등을 제안한 것과 같은 내용인 것입니다.

▲ 사방승가운동 홈페이지 http://www.catuddisa-sangha.org/

이 운동의 골격은 지역통화(Local Money)를 중심으로 합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많은 개발지원단체들이 아시아 아프리카등지에서 인도적 구호와 개발지원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많은 문제제기를 받고 있습니다. 우선 대부분 개발지원방식이 ‘잘살고 있는 우리처럼 살라’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선진국의 개발과 소비수준, 더 나아가 미국식생활양식(American Lifestyle)을 지고지순의 발전모델로 두고 은연중에 혹은 드러내놓고, 그러한 근대화 개발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확산된 개발모델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사회를 이루자는 것인데, 결국 오늘날 위기를 초래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인식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많은 개신교NGO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감추어진 목적인 ‘선교’를 위해 사심없는 NGO라는 ‘인도주의’를 표방하면서 문화적 공격하며 그들의 문화를 파괴하며 그들의 신념인 종교를 균열시키며 서구적 세계관을 이식하고 있으니 그 심각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방승가운동은 외부 의존적인 개발이 아니라 철저히 마을사람들이 주체가된 개발을 촉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① 우선 마을 사람들간의 상호부조시스템으로 지역통화(Local Currency, Local Money, 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을 시도하도록 한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② 그리고 이 지역통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붓다뱅크(Buddha Bank)를 운영합니다. 이것은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 (Muhammad Yunus)에 의해 시작된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이 실시해 온 소액대출운동(Micro Credit)운동을 지역통화운동과 결합시킨 것인데, 지역의 농업이나 가내공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소액의 대출을 해줍니다. ③ 지역의 경제적 공동체로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만들도록 촉진하게 하고 지역전통의 기술과 문화등을 보존하게 합니다. ④ 그리고 이들 지역의 공동체간에 긴급구호나 개발지원을 외부에서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상호 지원하도록 네트워크를 하고 있습니다. ⑤ 또한 1년에 1번씩 세계평화동시법회를 진행합니다.


인간의 대의를 신뢰하며 '세계유신(世界維新)'으로

사방승가운동의 취지문중 '인간의 대의'라는 글에서 '세계유신'으로 표현되는 세계적 변화를 도모하려는 큰 취지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인명이나 인권의 존중이 소리 높이 외치고 있는 한편,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종교들 간의 대화와 협력이 주장되는 한편에는 다른 원리를 가진 종교가 대립하고, 전쟁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국제 협력과 세계 평화를 주창하는 한편, 각 국가는 자국의 국익을 지상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본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있어야하는 국가는 국민들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그 지상목표를 우선적으로 달성하려고 합니다.

환경 위기로 인해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가는 지구상의 자원을 서로 빼앗아, 위기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경쟁의 원리가 사회를 활성화하는 한편,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나, 처음부터 거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 애초부터 참여의 기회도 없던 사람들은 그 약육강식의 세계시스템에서 차례차례로 몰락하고 배제되어 가고 있습니다. 경제의 세계화가 편리를 가속화하는 한편에는 경제적 부는 소수의 강자에게만 몰리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과도한 빈곤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각 분야에서 대항 세력들은 국가와 국제 사회는 권위에 해결 방법을 맡기자 마자 오히려 정치의 도구가 되고, 카드가 되어 현대의 정치사회 시스템 (정치권력과 경제의 세계화)을 오히려 보완해주는 역할로 이용되고, 세계 체계 속에 교묘하게 흡수되어 버리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윤리의식이나 정의감, 사랑과 자비와 이타의 마음과 같은 "인간의 대의"보다 자기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마음만을 갖고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사방승가는 불교는 근대 국가의 틀을 넘어선 광대한 아시아의 역사적 지평을 무대로, 위에서 언급한 "세계 시스템"자체를 인간으로서 보편적 윤리의식이나 정의감과 사랑과 자비, 이타의마음과 같은 ‘인간의 대의’에 의해 자연적 균형을 이루어 나가면서, 현대 세계 시스템(정치, 경제)와는 다른 영역(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세계 규모의 만성적인 균형세력(발란스파워)의 창조라는 비전을 갖고 이를 향한 풀뿌리차원에서 실천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 사회가 반성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금 반드시 필요로하는 것이며, 정치 경제 등 "사람의 뜻"에 의해 형성된 세계를, "부처님의 뜻"이라는 궁극적인 "인간의 대의"에 의해 비폭력으로 균형을 창조하는 세계입니다. 국경을 초월한 불교사회세력, 우리는 그것을 불교의 이상적인 ‘불국토(정토)’의 청사진(사회적실천)으로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달성할수 있는 이상으로서 아시아가 세계에 호소하는 "세계 영구 평화 실현"의 한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비전을 향한 공동 목표를 가리켜 "세계 유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방승가 (Catuddisa Sangha)"는 이 비전을 공유하는 아시아 불교도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일신하는 국경없는 네트워크기구로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운동이 정합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것이 얼마나 ‘근본가 맞닿아 있느냐’와 동시에 얼마나‘ 현실과 맞닿아 있느냐’의 중도적 실천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방승가운동은 대단히 근본적이며 원칙적 문제의식에 충실한 운동입니다. 더우기 불교적 수행과 순환적이이고 자립적인 지역공동체운동이며 자율과 자치 상호부조의 생활정치공동체를 만드는 운동으로 곳곳에 구체적으로 불국토를 만드는 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불교적 가치가 짙에 베어있지만, 불교를 드러내지 않는 운동입니다. (계속)


유정길 _에코붓다 공동대표 / 2011년 02월 25일
이 글은 불교포커스(www.bulgyofocus.net)에 연재하는 내용을 옮겨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