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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버티다

겨울 담쟁이의 몸짓



담쟁이 덩쿨이 말라서 힘겹게 벽에 붙어있다. 그것이 힘겨운지 그냥 얼어서 붙어 있는 것인지, 지난 가을 이후 겨울을 준비하며 몸이 말라서 그대로 주저 앉았는지는 모르겠다.
여름에 이파리 시퍼럴때 보기 좋지, 겨울에 저렇게 잎떨어지고 가지가 거미줄처럼 비루하게 달라 붙어있는 것은 보기 흉하다 싶었다. 우연히 조용히 길을 걷다 담쟁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를 부려봤다.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들은 그들의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것이겠지?


우리들은 저마다의 몸짓에 주목하지 않는다. 또 스스로 주목받지 않을려고 아우성이면서도 주목해주지 않는다고 슬퍼한다. 우리들의 존재가 그런가보다. 좀 솔직해지지 말이야. 여하튼 자신을 바라봐 달라고 아우성치지 않던 그저 그렇게 그 자리에 있던 말라붙은 담쟁이에게 마음이 간다. 그도 그렇게 그 자리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괜히 너나 잘해~ 라며 나를 돌아본다.

그래,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묵묵히 내 삶을 온전히 살고 있었던가? 혹시 바라봐 주지 않는다고 아우성만 치고 제대로 내 삶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안으로 안으로 들어갈 수록 그 껍질이 층층 깊어서 그 끝이 어디인가 몰라 두렵고, 밖으로는 세상 끝간데 없이 눈 굴리고 있기 때문에 두렵다.

어느 시인이 노래하기를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 너는 언제 누구한테 따뜻한 사람 되어 봤냐고 우리들을 질타했던 것이 기억난다. 물건하나 소중하게 대화해봐야겠다 싶다. 책이든, 휴대폰이든, 공책이든, 연필이든, 언 겨울 바닥냉기 없애려 얹어놓은 무릎담요, 제 혼자 열심히 공기데운다고 돌아가는 온풍기, 그 고마움 몰라주고 건조해 주겠다며 돌리던 가습기, 내 눈을 대신 오랫동안 봤던 것을 담아 주던 카메라...

최대한 제 몸을 말라 비틀어지게 하고서는 겨울을 넘고 있다. 마치 붓다의 고행상에서 갈비뼈를 보듯, 그 갈비뼈 위로 울퉁 불퉁 올라온 실핏줄같이 시리다. 깨달음을 만나지 못하면 어떻할까 하는 그 두려움을 만나는 듯 하다. 이렇게 갈수록 추워지고 그 추위가 끝간데 없이 달리고 있으니 봄은 차라리 기다리지 않는게 낫다 싶겠다. 그게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담쟁이에게 마음을 전한다.